CJ그룹 후계자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마약밀수 혐의로 추락하면서 CJ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예상치 않은 돌발변수가 발생하면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CJENM 브랜드전략 상무의 역할이 커질지 주목된다.
▲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왼쪽)과 이경후 CJENM 브랜드전략 상무.
5일 재계에 따르면 이선호 부장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CJ 후계자로서 이미지가 실추되면서 이경후 상무가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시선이 몰린다.
이경후 상무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석사를 마치고 2011년 지주사 CJ의 사업팀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CJ오쇼핑 상품개발, 방송기획 등을 거쳐 2016년부터 CJ 미국지역본부에서 근무했다.
2017년 3월 상무대우로 승진하며 처음 임원에 올랐고 8개월 만에 상무로 승진했다. 2018년 7월부터 CJENM에서 브랜드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CJ 사정에 밝은 재계의 한 인사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은 그동안 누나 이미경 부회장과 역할을 나눠 CJ그룹을 이끌어왔듯이 자녀인 이선호 부장과 이경후 상무가 힘을 합쳐 그룹을 이끄는 청사진을 그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경 부회장은 이재현 회장을 도와 완벽한 파트너십을 보이며 CJ그룹의 미디어사업을 이끌어 지금의 CJ그룹을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이재현 회장이 이경후 상무를 CJENM으로 발령내자 CJ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이선호 부장에게는 CJ그룹의 전반적 경영과 바이오, 식품사업을 맡기고 이경후 상무에게는 미디어사업을 맡겨 이재현이미경 남매의 역할을 재현할 것이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이번에 이선호 부장이 마약 밀반입 혐의로 경영권 승계구도에서 그대로 있기 어려워지면서 이경후 상무의 역할은 당초 이재현 회장이 구상했던 것보다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경후 상무뿐 아니라 이경후 상무의 남편 정종환 CJ 상무도 그룹에서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경후 상무는 2008년 정종환 상무와 결혼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선호 부장이 이번 마약사건으로 CJ그룹의 경영권 승계에서 제외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선호 부장의 마약 혐의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범죄이지만 이재현 회장이 이 일로 이 부장을 경영권 승계 후보에서 완전히 내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경후 상무 역시 이선호 부장과 마찬가지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서 이 부장을 대신해 CJ그룹을 이끌 수 있다는 확실한 경영적 성과는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국내 재벌에서 남자 형제를 제치고 여자 형제가 단독으로 경영권을 승계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 때문에 이경후 상무는 이선호 부장의 그룹 내 공백기에 그 틈새를 메우는 과도기 역할을 수행하고 이미경 부회장처럼 ‘조력자’로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