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들어 부쩍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는 빈도를 높이고 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 DLF)의 대규모 손실 현실화를 앞둔 시점에서 윤 원장이 금융지주 회장들과 소통을 통해 소비자보호 성과를 이끌어 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윤 원장은 3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리는 국제 컨퍼런스 및 글로벌 캠퍼스 잡페스타(Job Festa)에 참석한다.
3일 행사에는 윤 원장 외에도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그룹 회장들이 참석한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3일부터 5일까지 미얀마 방문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파생결합증권의 대규모 손실로 불완전판매 의혹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윤 원장과 금융지주 회장들은 8월20일 이후 보름 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다.
8월20일 만남은 윤 원장과 금융지주 회장들이 5월에 비공개 조찬 모임을 연 뒤 분기별로 모임을 정례화하기로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윤 원장은 3일 금융지주 회장단과 만나는 것은 의도적이지 않은 행사 참석을 위한 공식 만남이긴 하지만 파생결합상품과 관련한 금융권 최대 현안을 놓고 소비자보호 조치 요구 등 이야기가 오갈지에 시선이 몰리고 있다.
9월부터 독일국채 10년물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의 만기에 따른 대규모 투자자 피해 현실화를 눈앞에 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윤 원장은 실제로 8월 모임에서 금융지주 회장들을 향해 파생결합상품의 대규모 소비자 손실을 놓고 우려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8월 모임에 참석한 한 금융지주 회장은 “질책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하면서도 “소비자보호 문제가 윤 원장의 주요 관심사인 만큼 그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8월22일에는 우리은행과 자영업단체 사이 업무협약 행사에 참가한다는 이유로 현직 금감원장으로서는 10년 만에 우리은행 본점을 방문해
손태승 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윤 원장과 손 회장은 행사 시작 전 참석자들과 함께 30분가량 대화를 나눴는데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윤 원장은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손 회장과 파생결합상품 관련 대화를 나눴냐는 질문에 “다른 행사 때문에 온 것인 만큼 파생결합상품 관련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고 답했다.
윤 원장이 금융지주 회장들과 자주 만나는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윤 원장은 금융위와 갈등이 절정에 이르렀던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별다른 대외적 활동을 하지 않았다.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만남도 1월에 열린 금융권 신년인사회 같은 큰 행사 정도였다.
금융업계에서는 윤 원장이 파생결합상품 논란에서는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여 소비자보호에서 성과를 내려는 것으로 바라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파생결합상품 관련 논란은 정치권에서도 언급되고 있는 만큼 윤 원장이 더욱 각별하게 신경을 쓸 것”이라며 “금융지주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기회가 된다면 짧게라도 관련 이야기가 오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