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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시장에서 토종업체들 왜 힘 못쓰나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5-06-29 11: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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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시장 규모는 미국이 약 12~15조 원, 일본이 6조 원에 이른다.

국내 키덜트시장은 아직 5천억 원대 머물고 있다. 하지만 매년 20% 넘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역시 1인가구와 싱글족의 증가,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문화 확산 등으로 앞으로 선진국시장의 흐름을 따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키덜트시장에서 토종업체들 왜 힘 못쓰나  
▲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토종 캐릭터 '뽀로로'.
문제는 국내 토종기업들은 키덜트시장의 성장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키덜트에 대한 편견이 키덜트산업이 성장하는 데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완구시장이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국내 완구시장은 1조2천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그러나 외국산 천지다. 국내시장의 90%는 외국산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서 어벤져스, 배트맨, 아이언맨 등 각종 영웅 시리즈 피규어가 들어 온다. 엔화약세를 타고 일본제품은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 심지어 중국제품까지 낮은 가격을 강점 삼아 국내 문턱을 넘고 있다.

국내 토종회사들이 만든 완구제품은 '뽀로로'와 '로보카 폴리' '로보트 태권브이' 외에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다. 이들마저도 유아용 제품에 치중돼 있다.

◆ 토종 캐릭터 개발 시급

키덜트 전문매장을 제외하고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국산완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완구 수입액은 1억864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41% 가량이 뛰었다.

특히 로봇과 인형류 수입액은 1997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73%나 늘어났다.

일본산 장난감인 ‘파워레인저’와 ‘다이너포스’, 손목시계 완구 ‘요괴워치’가 매출 상위권을 휩쓸었다. 덴마크의 한국법인인 레고코리아는 블록완구 시장에서 점유율 90%를 넘어섰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겨울왕국’ ‘빅히어로’ ‘어벤져스’ ‘트랜스포머’ 등과 관련한 캐릭터 상품으로 천문학적인 부가수입을 올리고 있다.

국내업체들도 과거보다 자체 브랜드를 확보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완구 관련 상품출원은 지난해 모두 6168건을 기록했다. 이는 2001년보다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완구 상표출원 업체 가운데 80%는 국내업체다.

그런데도 국내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캐릭터산업은 ‘뽀로로’를 중심으로 유아용 캐릭터에 집중돼 있다. 그나마 최근 카카오나 라인이 개발한 이모티콘 캐릭터가 키덜트 사이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다.

국내 캐릭터 개발자들이 창의적 아이디어와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도 제도적 환경이 미흡하고 인프라 확충을 위한 자금지원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로보트 태권브이’를 만든 김청기 감독은 “만화영화를 만들다 보면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후배들이 한 번 실패할 경우 아예 기회를 뺏기는 경우가 많아 국내 만화영화의 맥이 끊기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 키덜트 문화에 대한 편견이 성장 막아

키덜트는 불과 2~3년 전만 해도 ‘철없는 어른’으로 취급됐다. 40대 남성이 가정을 돌봐야 한다는 의무에서 벗어나 수십만 원이 넘는 ‘아톰 피규어’를 수집한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키덜트시장에서 토종업체들 왜 힘 못쓰나  
▲ 한 남성 관람객이 지난 1월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키덜트&하비 엑스포 2015'에서 피규어 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은 키덜트 강국인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선입견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조웅 CWZ캘러리 대표는 피규어 3천여 개를 꾸준히 모아 키덜트 사이에서 ‘피규어 대통령’으로 불린다.

조 대표는 “3년 전 블로그에 피규어로 꾸민 방 사진을 블로그에 올렸을 때 ‘돈낭비다’ ‘미쳤다’는 부정적 댓글이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블로그 누적 방문객 9만 명 가운데 성인이 70%가 넘는다”며 “피규어에 대한 관심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커지고 있지만 관심사를 향유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인기 TV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은 지난 15일 각국의 키덜트 문화와 ‘나잇값’에 대해 다뤘다.

이 프로그램에서 중국 대표 장위안은 “지나친 취미는 가정의 불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국에서 키덜트에 대해 자리잡은 인식과 일치한다.

반면 일본 대표 타쿠야는 “일본에서 대기업 엔지니어로 일하는 중년 남성이 취미로 길거리에서 여성교복을 입고 코스프레를 한다”며 “이걸로 광고도 찍었다”고 말했다.

미국 대표 타일러 역시 “키덜트 문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학자들에 따르면 키덜트 문화를 즐기는 것은 어릴 적 추억에 대한 향수”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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