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이 메디톡스와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균주가 메디톡스와 다르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확인했다.
전 사장은 사업의 불안 요소였던 균주 분쟁의 부담을 다소 덜 수 있게 돼 국내외에서 보툴리눔톡신 ‘나보타’의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 보툴리눔톡신 균주가 포자를 형성해 메디톡스와 다른 균주라는 사실이 확인된 점을 두고 대웅제약이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메디톡스와 소송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30일 제약업계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늘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균주의 포자형성 유무는 소송에서 가장 결정적인 사항”이라며 “대웅제약의 균주가 포자를 형성함을 확인함에 따라 메디톡스의 균주가 포자를 형성하지 않아 자연에서 발견할 수 없다고 명시한 메디톡스의 균주와 다른 균주임이 명백히 입증됐다”고 말했다.
전 사장은 법원 판결이 대웅제약에 유리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나보타의 국내 점유율 높이기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
국내 보툴리눔톡신 1위 업체인 메디톡스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대웅제약이 국내에서 나보타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 보툴리눔톡신시장은 메디톡스 점유율이 50%에 육박한다. 대웅제약은 10% 안팎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메디톡스의 미국 파트너사인 엘러간의 보톡스에 한층 공격적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에볼루스는 나보타의 미국 출시 뒤 메디톡스와 엘러간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제기한 소송의 영향을 받아 주가가 한때 50% 정도 급락하기도 했다.
에볼루스는 최근 미국에서 나보타가 2년 안에 점유율 20%를 차지하며 엘러간의 보톡스의 뒤를 이어 시장 점유율 2위를 충분히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전 사장에게 그동안 메디톡스와 분쟁은 나보타의 사업가치를 높이는 데 걸림돌이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균주를 절취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2016년 경찰에 수사의뢰를 시작으로 2017년 국내와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대웅제약은 올해 2분기부터 나보타의 매출이 가시화되면서 약 160억 원 정도의 수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메디톡스와 분쟁으로 40억 원가량 소송비용이 발생하며 대웅제약의 수익성을 훼손했다.
업계에서는 소송비용이 없었다면 2분기 대웅제약은 지난해보다 100% 이상 증가한 영업이익 200억 원 이상도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대웅제약 시가총액에는 나보타 사업가치가 제로로 반영돼 있어 소송결과가 가시화되면 될수록 기업가치에 복원되는 속도는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균주와 관련된 잡음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서 최종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계속될 수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서 소송은 국내와 달리 염기서열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2020년 1월 최종 심의결과, 5월 최종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민사소송 종결과 2020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소송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나보타의 성장에 주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