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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래 키움증권의 '이단아' 생존방식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04-16 17:4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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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익래 키움증권의 '이단아' 생존방식  
▲ 김익래 다우그룹 회장

증권사들이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증권업종은 적자를 냈다. 2002년 이후 11년 만의 적자전환이다. 증권사 42개 중 적자를 기록한 곳은 19개였다. 42개 증권사의 적자규모는 1756억 원에 이른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등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체 증권사 임직원 수는 2011년 말 4만4055명에서 지난해 말 4만243명으로 8.7% 감소했다. 증권사의 국내 점포수는 같은 기간 1778개에서 1476개로 17.0% 줄었다.


이런 생존경쟁을 강 건너 불구경 하는 듯한 증권사가 있다. 바로 키움증권이다.


김익래(63) 키움증권 회장이 2000년 키움닷컴을 설립해 증권업에 뛰어들 때 그 누구도 키움증권이 이렇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이단아’ 취급을 받았고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질 것이라고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14년 지난 뒤 마치 상전벽해처럼 달라졌다. 모두가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군살빼기에 전념할 때 키움증권은 오히려 몸집을 불리고 있다. 키움증권은 올해 초 우리자산운용을 755억 원에 인수했다. 키움증권은 자산운용업계 57위에서 단숨에 7위로 올라섰다.

키움증권은 또 지난해 투자은행시장에서 2위를 차지했다. 투자은행은 대형증권사들의 격전지로 불릴 만큼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실적도 좋았다. 지난해 424억 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업계 순위 4위에 올랐다. 전년도 9위에서 5단계나 상승했다. 이단아 키움증권은 이제 주류로 도약하고 있는 것이다.


◆ 온라인 사업모델 8년째, 시장점유율 1위로 만들다


키움증권은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사업모델로 출발했다. 키움증권은 2000년 키움닷컴으로 출범한 이후 현재까지 단 한 곳의 오프라인 점포도 운영하고 있지 않다.

이 모델이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키움증권의 굳건한 토대가 됐다. 처음 이 모델을 들고 나올 때는 증권업계에서는 반신반의했지만 결국 이 선택이 오늘의 키움증권을 만들어 냈다.

키움증권은 지점 중심 영업이 아닌 100% 온라인 영업을 한다. 이를 통해 각종 비용을 줄였고 낮은 수수료를 앞세워 고객들을 유치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전체 위탁매매 시장점유율 13%를 차지했다. 지난해까지 8년째 업계 1위 자리를 지켜냈다.

처음 키움닷컴이 설립될 때 키움증권이 이렇게 성장할 것이라고 누구도 점치지 못했다. 김익래 키움증권 회장이 2000년 키움닷컴을 세울 때 증권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벤처에서 금융으로 돌연 들어온 김 회장의 경영 능력은 의심을 받았고 키움닷컴이 무모하게 수수료만 끌어내린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만 나왔다.

하지만 김 회장이 설립한 별종 온라인증권사 키움닷컴은 이제 명실상부 종합금융사로 변신하는 중이다. 이런 성장에는 김 회장이 벤처회사를 운영하면서 몸에 배인 ‘벤처정신’이 깔려있다. 다름아닌 ‘도전’과 ‘차별화’다.

◆ 파격적 광고 마케팅으로 인지도 높여


김 회장은 1986년부터 소프트웨어 벤처회사 다우기술을 이끌어오면서 특유의 마케팅 노하우를 축적했다. 그는 다우기술 시절 “B2B같은 인터넷 비즈니스가 제대로 수익을 내려면 무엇보다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00년 키움닷컴을 설립하면서도 마케팅에 중점을 뒀다. 개인 고객의 눈길을 잡는 광고 마케팅이었다.

  김익래 키움증권의 '이단아' 생존방식  
▲ 키움증권 TV 광고
키움닷컴이 설립될 당시 기존 증권사들은 대부분 지점 중심의 영업에 주력하고 있었다. 반면 키움닷컴은 점포 하나 없이 출발했다. 국내 최초 온라인 매매 전문 증권사임을 내세웠다. 그리고 독특한 TV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올려갔다.

키움닷컴은 2001년 TV광고에 뽕짝 스타 '이박사'를 등장시켰다. 이박사는 TV광고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키움, 끝내주게 키워봐요. 키움, 이제 팍팍 키워 키워. 33번 수수료도 무료야. 내가 누구냐. 키움닷컴이지. 인터넷종합증권사.”

키움닷컴의 장점만을 가장 단순하게 전달했다. 지점 중심의 기존 증권사 영업과 차별화를 이뤄냈다. 기존 증권업계에 몸담지 않은 ‘이단아’인 덕분에 가능한 광고였다.


키움닷컴은 점포 대신 자체적으로 개발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인 '영웅문'을 통해 주식거래 업무를 처리했다. 낮은 수수료를 앞세워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이런 전략 덕분에 키움닷컴은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증권사가 됐다. 또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위탁매매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최근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들을 모으기 위해 수수료 인하 경쟁을 펼치는 와중에도 키움증권의 입지는 굳건하기만 하다.

이단아 특유의 광고 전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키움닷컴은 국내 증권사 최초로 야구장 펜스 광고를 시작했다. 키움닷컴은 야구 관객층과 증권사 고객층이 30~50대로 일치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2006년부터 야구 마케팅을 펼쳤다. 키웃닷컴의 인지도를 올리는 데 대성공이었다.

급기야 다른 증권사들도 야구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키움증권은 야구장 광고 규모를 꾸준히 늘려 지난해 8개 구장에 광고판을 설치했다.


키움증권은 최근까지도 특유의 TV광고로 개인투자자들의 뇌리에 키움증권을 각인시키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가수 노라조를 등장시킨 TV광고가 방영됐다. 노라조가 ‘슈퍼맨’을 개사한 노래를 부르면서 유쾌한 장면들이 이어진다. 이 광고는 SNS에 공유되면서 키움증권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기여했다.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은 이런 광고에 대해 “광고는 창사 이래 같은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다”며 “대형사보다 적은 비용으로 키움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 벤처 키움닷컴, 종합금융사 키움증권으로 탈바꿈


김익래 회장은 1981년 국내 최초 벤처기업으로 기록되는 큐닉스의 창업자다. 이후에도 다우기술과 다우데이타 다반테크 큐리오 등을 설립하면서 국내 벤처산업의 산 증인으로 불려왔다.


그가 벤처회사 다우기술을 오늘날 23개 계열사를 거느린 다우그룹으로 키워낼 수 있었던 추동력은 물론 벤처정신이다. 김 회장은 “벤처사업이 조금 성공했다고 흥청망청 쓰거나 바른 길에서 벗어나 무리하게 사업을 벌리면 안 된다”며 “그 성공을 바탕으로 더 큰 목표를 향해 뛰는 것이 바로 벤처정신”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익래 키움증권의 '이단아' 생존방식  
▲ 김익래 다우그룹 회장은 2000년 국내 최초 온라인매매전문 증권사 키움닷컴증권을 설립했다.
키움닷컴이 키움증권을 거쳐 14년만에 종합금융사로 발돋움하려고 하는 데에도 김 회장의 벤처정신이 한몫을 한다.

키움닷컴은 2000년대 이후 인터넷 보급이 가속화되면서 날개를 달고 성장했다. 설립초기를 제외하고 2001년부터 흑자행진을 이어갔고 2004년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키움닷컴은 코스닥시장 상장 당시 주식시장 점유율 5.5%를 차지해 업계 7위 자리에 올랐다. 온라인 주식시장에서 점유율 9.4%를 차지하면서 1위 자리를 지켰다.

키움닷컴은 2007년 키움증권으로 이름을 바꿨다. ‘닷컴’ 꼬리표를 떼어내고 종합금융사로 도약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키움증권은 그뒤 저축은행 인수에 열을 올렸다. 대형증권사와 경쟁하기 위해서 판매망을 확충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을 인수해 저축은행의 지점과 고객기반을 활용하면 지점 없는 온라인 증권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


키움증권은 2012년 4수 끝에 저축은행 인수에 성공했다. 2005년 예가람상호처죽은행을 시작으로 2009년 예한울상호저축은행과 푸른3상호저축은행 인수에 나섰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2012년 삼신저축은행의 지분 50.5%를 인수하면서 마침내 경영권을 확보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삼신저축은행의 나머지 지분을 모두 인수한 뒤 키움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꿔 재출범시켰다.


◆ 키움증권, 더 이상 작지 않다


키움증권은 저축은행에 진출하는 한편 키움자산운용과 키움인베스트먼트, 키움인도네시아 등 금융계열사 확대에 나서면서 몸집을 불렸다.

특히 올해 초 우리자산운용 인수에 성공하면서 명실상부 종합금융사로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키움자산운용은 우리자산운용 인수를 계기로 업계 7위로 올라섰고 상품군이 대폭 확대돼 종합운용사로 위상을 높였다. 지난해 불황으로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구조조정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것과 반대로 키움증권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사업영역을 계속 넓히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형 증권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투자은행 부문의 약진은 눈에 띤다. 키움증권은 2010년 기업공개 전담팀을 신설하면서 업계 후발주자로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에만 6개 기업의 상장을 주선하면서 업계 2위로 뛰어올랐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말 한국거래소로부터 기업공개우수증권사로 선정되면서 업계의 인정을 받았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7월 증권유관기관 코스콤으로부터 정보이용료 57억 원을 덜 냈다며 소송을 당했다. 키움증권이 시세정보 이용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고객 계좌 수를 허위로 통보해 수년간 이용료를 미납해왔다는 것이 코스콤의 주장이었다.

당시 키움증권 관계자는 코스콤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키움증권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허위로 보고하는 그런 작은 회사가 아니다.” 소송은 현재 1심에 계류중이다. 오는 6월쯤 1심 공판이 이루어진다.


◆ 이자 수익 비중 50%, 대부업체라는 비아냥


키움증권은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지만 수수료와 이자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다른 증권사에 비해 너무 높다는 한계를 지적받는다. 여전히 사업다각화를 통해 성과를 일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지난해 키움증권의 전체 수익 중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5.6%였다. 이는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다. 키움증권의 뒤를 이어 하이투자증권(23.3%), 삼성증권(20.7%), HMC투자증권(18.1%) 등의 순이다.

특히 키움증권의 이자 수익 비중은 49.1%로 전체 수익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키움증권은 “증권사가 아니라 대부업체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도 받는다. 키움증권의 신용공여 이자수익은 2006년 71억원에 불과했지만 2012년 577억 원에 이르고 있다.

더 이상 작지 않은 키움증권이지만 이단아 키움증권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들이기도 하다. 키움증권이 불황에도 몸집을 키우는 것도 이런 한계를 넘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키움증권이 이단아에서 주류로 성장할지 여부는 몸집 불리기의 성공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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