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펀드’ 때문에 제재를 받게 될 수도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제출의무 위반을 이유로 NH농협은행의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은 사모펀드와 달리 공모펀드를 설정할 때 자산운용사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공모펀드에 따르는 규제를 피하려 펀드를 쪼개서 판매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예외적으로 둘 이상의 사모펀드가 자금조달계획, 판매시기 등을 고려해 동일한 펀드로 판단될 때에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한다.
금감원은 NH농협은행에서 2016년부터 2018년 3월까지 판매한 사모펀드를 두고 실질적으로는 공모펀드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이 공모펀드에 따르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공모펀드를 여러 사모펀드로 나눠 판매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 펀드를 OEM펀드로 보고 자산운용사와 더불어 판매사인 NH농협은행에도 책임을 묻기 위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위반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OEM펀드와 관련해 자본시장법을 적용해 자산운용사를 제재할 수 있지만 판매사를 제재하기는 어렵다”며 “OEM펀드 판매사인 NH농협은행에 증권신고서 제출의무 위반을 적용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OEM펀드는 펀드를 판매하는 금융회사가 자산운용사에 직접 펀드 구성을 요청하고 판매사의 지시에 따라 설정 및 운용되는 펀드다. 제조업에서 ‘주문자상표 부착방식(OEM)’과 구조가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자산운용 업무를 인가를 받은 자산운용사의 고유업무로 규정하고 자산운용사가 펀드의 판매자나 투자자로부터 자산운용을 지시를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금감원은 6월 말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NH농협은행 지시에 따라 펀드를 구성하고 운용한 파인아시아자산운용, 아람자산운용에 일부 영업정지를, 펀드 운용 과정에 자산을 매도하고 매수한 DB금융투자에 기관주의를, 한화투자증권에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NH농협은행은 사모펀드 인기에 힘입어 ‘시리즈 펀드’를 판매했을 뿐이라며 공모펀드가 아니라 개별 사모펀드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동일한 펀드로 판단하는 자본시장법 규정도 NH농협은행에서 펀드를 판매한 뒤인 2018년 4월 도입됐기 때문에 해당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소급적용이라는 점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아직 금감원에 NH농협은행의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이라며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등 징계가 결정되기까지 많은 절차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감원이 금융권의 OEM펀드 판매관행에 적극적으로 손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NH농협은행이 과징금 등 제재 수위에 영향을 미칠까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OEM펀드는 최근 벌어진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증권 대규모 손실 사태와도 연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대적 손질이 필요한 관행으로 지목되고 있다.
금감원은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증권 대규모 손실사태와 관련해 은행들의 지시에 따라 OEM펀드로 설계됐는지를 면밀히 살펴보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