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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의 무너진 신뢰, '1등 삼성' 위기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5-06-23 17: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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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서울병원의 무너진 신뢰, '1등 삼성' 위기  
▲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사태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인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사과하는 상황을 연출하게 했다.

메르스 사태로 온 국가의 이목이 삼성서울병원에 집중된 지도 벌써 한 달 가까이 흐르고 있다. 그동안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세 차례나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가 잡혀야 메르스 사태는 끝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사태는 ‘1등 삼성’에 상처를 입혔다.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에 대한 허술한 대응은 ‘1등 병원’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또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사태는 ‘1등 삼성’에서 불행의 씨앗이 잉태되기도 했다. 정부는 삼성서울병원에 맡겨 놓았고 삼성서울병원은 1등주의에 빠져 대응을 소홀히 해 사태를 더욱 키웠다.

◆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사태, 사과행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한 것을 사죄한다”며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이 국내 최고병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강해지자 이 부회장이 오너로서 직접 사과한 것이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도 이 부회장에 이어 “초기에 메르스 대응과정에서 일부 빈틈이 있었다”며 또 다시 사과했다. 송 원장이 공개석상에서 메르스 사태에 대해 사과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송 원장은 14일 기자회견에서 병원 부분폐쇄 결정을 밝히며 “메르스 전염 거점병원이 된 것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송 원장은 17일 국립보건연구원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메르스 사태로 대통령과 국민에게 큰 심려를 끼쳐 너무 죄송하다”고 허리를 숙였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신뢰는 뿌리채 흔들렸다.

특히 2차 유행의 근원지가 된 14번 환자의 잠복기가 지난 12일 이후에도 삼성서울병원에서 계속 환자가 발생했다. 12일 이후 23일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19일을 제외하고 날마다 확진환자가 나왔다. 19일은 전체 메르스 확진환자가 한 명도 없었던 날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조차도 삼성서울병원의 안정에 메르스 확산이 달렸다고 지적했다. 방역당국도 삼성서울병원을 메르스 사태의 핵심으로 보고 특별방역단을 구성해 관리감독에 나서는 등 관심을 집중했다.

삼성서울병원의 허술한 메르스 대응을 질타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삼성그룹 사장단이 17일 사과의 뜻을 밝혔고 이 부회장은 18일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해 방역당국 관계자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 흔들리는 삼성 바이오사업

삼성서울병원의 위기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신사업으로 심혈을 쏟아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헬스케어사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바이오사업과 헬스케어사업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곳이 삼성서울병원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2012년 윤순봉 사장을 삼성서울병원 총괄사장에 임명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바이오·헬스케어사업을 키워나가겠다는 뜻이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11월 개원 20주년을 맞아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를 선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6월 정부과제였던 바이오-의료 중개지원센터를 정식 조직으로 전환하고 의료기기사업과 바이오사업을 육성하는데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는 다른 어떤 사업보다 높은 기술력과 신뢰를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삼성서울병원의 위상이 흔들리고 삼성그룹의 이미지가 실추될 경우 바이오 헬스케어사업의 성공 가능성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이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사태에 대해 직접 사과한 데는 이런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서울병원의 무너진 신뢰, '1등 삼성' 위기  
▲ 19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직원들이 내원객의 체온을 재고 있다. <뉴시스>

◆ 1번 환자와 14번 환자, 삼성서울병원의 두 얼굴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것은 1등 병원이라는 자만심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히려 소홀히 대응했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달 20일 최초 메르스 환자를 확진했다. 삼성서울병원은 18일 환자가 응급실에 찾아오자 국내에서 단 한 번도 진단을 내린 적이 없는 메르스를 의심하고 질병관리본부에 검사를 의뢰했다.

삼성서울병원은 확진판정이 내려지기까지 1번 환자에 대해 완벽한 격리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삼성서울병원에서 1번 환자와 접촉한 487명 가운데 1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사례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국내 최고의 병원다운 판단과 행동이었다.

한 의료계 인사는 “삼성서울병원이 아니었다면 메르스를 초기에 진단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삼성서울병원이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의 자부심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삼성서울병원은 14번 환자를 폐렴환자로만 간주하고 응급실에 사흘 동안 머물게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보건당국이 14번 환자의 감염가능성을 통보한 즉시 격리조치했다. 하지만 그 사이 14번 환자는 80명을 감염시켰다.

송 원장은 7일 기자회견에서 “14번 환자는 중동여행력이나 메르스 환자 노출이력이 없어 메르스 의심환자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두련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과장은 11일 “삼성이 뚫린 게 아니라 국가가 뚫린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찾아온 27일 이미 국내 메르스 환자는 다섯 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삼성서울병원은 1번 환자와 14번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을 거쳤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삼성서울병원이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14번 환자가 슈퍼전파자가 되는 것은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번 환자를 완벽하게 격리해 메르스 확산을 막은 삼성서울병원이었기 때문에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삼성서울병원의 실책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삼성서울병원은 의료진 감염 사례도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확진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이 감염된 경우도 네 차례 발생해 감염관리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방역당국이 권고한 수준의 개인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가 17일 뒤늦게 높은 수준의 보호장구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삼성서울병원은 격리대상자에서 누락된 의료진이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도 9일 동안 근무하도록 하거나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확진환자의 감염경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등 미숙한 대처가 이어졌다.

◆ 1등 삼성서울병원 신뢰도 회복할까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의료기관 인증평가에서 감염관리부문 최고등급을 받았다. 삼성서울병원은 감염관리체계 7개 항목과 부서별 감염관리 9개 항목에서 모두 ‘상’ 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은 감염치료 격리시설인 음압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다. 삼성서울병원은 현재 공조설비로 음압상태를 만들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송 원장은 23일 앞으로 병원의 진료와 위기관리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송 원장은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병원쇄신위원회를 만들어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원장은 미흡한 시설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송 원장은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응급실 진료환경을 대대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며 “감염질환자 치료를 위해 음압격리병실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원장은 앞으로 감염질환 예방과 치료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와 전세계 공공보건에 기여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송 원장은 “감염질환은 공공보건에 심각한 위협이지만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세계적 의료기관이나 병원과 협력해 백신이나 치료제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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