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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도 벤처투자 대열 합류, 전문인력 부족하고 거품도 생기고

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 2019-08-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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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도 벤처투자 대열 합류, 전문인력 부족하고 거품도 생기고
▲ 신규 벤처투자규모 증가세. <한국벤처캐피탈협회>
5대 금융지주들이 벤처투자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벤처투자 재원이 넘쳐나고 있다. 

벤처투자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면서 벤처회사의 기업가치가 부풀려지거나 벤처투자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등 여러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나온다.

◆ 빠르게 늘어나는 국내 벤처투자 규모 

11일 은행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금융지주들이 본격적으로 스타트업 투자에 뛰어들면서 벤처투자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투자금융(IB)부서 산하에 혁신성장금융팀을 별도로 설립해 올해 들어 약 280억 원 규모로 34건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하나금융지주도 올해 초 하나금융투자, 하나벤처스, 하나캐피탈 등 계열사 역량을 모아 1천억 원 규모의 벤처투자 전문 펀드를 조성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올해 초 설립한 혁신금융추진위원회 산하에 '혁신기업 투자 확대'를 목표로 설정해두고 투자활동에 나서고 있다. 

신한, 하나, 농협, KB, 우리 등 5대 금융지주는 앞으로 5년 동안 벤처회사에 직접 투자하거나 펀드를 조성하는데 약 10조 원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을 세워뒀다. 신기술투자조합 조성, 스타트업 지원, 농산업가치창조펀드 조성 등에 쓰이는 자금을 포함한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 규모는 1조8996억 원 수준으로 2018년 상반기보다 16.3% 증가했다.

2018년 신규 벤처투자 규모가 3조4249억 원으로 2017년보다 43.8%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빠른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신규 벤처투자 규모는 2015년에 2조858억 원, 2016년에 2조1503억 원, 2017년에 2조3803억 원 정도로 천천히 증가하다가 지난해 급격히 증가했다. 

여기에 비상장전문 투자회사(BDC)까지 도입되면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비상장전문 투자회사는 비상장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내고 투자자에게 이익을 나눠주는 기업을 말한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아 만든 공모펀드를 바탕으로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8월 말까지 비상장전문 투자회사 도입안을 최종적으로 조율해 9월 발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포함할 계획을 세워뒀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7월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비상장전문 투자회사에 관심있는 증권사는 20여 곳”이라며 “1호 펀드 평균 규모가 300억~1천억 원 정도로 약 1조 원의 자금이 스타트업 투자에 쓰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무분별한 벤처투자 증가세에 부작용 생길 우려도 나와 

다만 금융지주뿐만 아니라 증권사까지 너도 나도 스타트업 투자에 뛰어들면서 벤처투자업계에 ‘거품’이 생기거나 벤처투자 인력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지주도 벤처투자 대열 합류, 전문인력 부족하고 거품도 생기고
▲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투자할 스타트업은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투자금액이 몰리게 되면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실제보다 부풀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벤처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전반적으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부풀려진 사례가 많다”며 “아무래도 갑자기 투자재원이 많아진 탓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벤처공시포탈 벤처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기업은 3만6820곳으로 2017년보다 4.3%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와 비교하면 벤처투자금액은 50% 가까이 증가했다. 벤처기업수의 증가세보다 투자규모의 성장세가 더 가파른 것이다.  

실제 가치보다 기업가치가 부풀려지면 투자를 받는 회사 차원에서도 후속투자를 받기가 어려워진다는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 

벤처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하려는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너무 높아지게 되면 투자회사로서 부담이 커져 후속투자를 진행할 때 기업가치를 깎아야 할 수 있다”며 “이 때 기존 주주들은 지분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에 후속 투자를 피하는 상황도 벌어진다”고 말했다.

증권사나 은행 등 전통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벤처투자에 뛰어들면서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우리은행이나 신한은행에서 벤처투자를 담당하는 인력은 대부분 외부 인력보다는 내부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은행에서 신사업 추진이나 투자금융(IB)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비정기적으로 벤처투자업무를 맡는 사례가 많다. 

벤처투자업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정부 기조를 맞추기 위해 급하게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조직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존 인력들이 투자를 벌이다보니 투자하려는 회사 대표에게 기업가치를 어떻게 산정해야 하느냐는 '황당한' 질문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술 스타트업의 특성상 기존에 참고할 만한 비슷한 업종이 없는 사례가 많은 데다 몇년 동안 적자를 보는 회사들이 대부분인 만큼 재무제표에 기반한 기업평가에 익숙한 전통 투자인력들이 벤처투자 업무에 생소함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바이오나 헬스케어 등 ‘유행’을 추구하는 투자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한다.

남들이 투자하지 않은 분야나 창업자를 직접 발굴하기보다 이미 투자자금이 많이 몰려 있는 바이오나 헬스케어 등의 업종에 투자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바이오 및 의료업종에 투자된 금액은 5233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투자금액인 8417억 원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투자비중은 27.5%로 지난해 말 기준 24.6%에서 높아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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