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타워 생산업체인 씨에스윈드가 미국 풍력타워업체의 반덤핑 제소라는 호재를 만났다.

씨에스윈드의 풍력타워 생산공장이 있는 베트남도 한국, 캐나다, 인도네시아와 함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덤핑 조사대상국이지만 경쟁업체들과 달리 씨에스윈드는 말레이시아에 또 다른 공장을 가동하고 있어 반덤핑 제소라는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씨에스윈드는 덤핑 판정으로 미국 수출이 막힐 때를 대비해 말레이시아 생산설비 증설을 준비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8일 씨에스윈드 관계자에 따르면 씨에스윈드는 최근 말레이시아 자회사 ‘씨에스윈드말레이시아’ 주식을 434억7100만 원에 인수해 자회사 지분을 100% 확보했다.

씨에스윈드는 “미국에 공급하는 풍력발전타워 수요 대응을 위한 증설투자”라고 밝혔다. 

씨에스윈드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생산공장을 증설하면 생산량은 현재의 3배로 늘어나고 매출액도 800억에서 2000억 원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8월 23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미국업계의 제소를 받아들이는 예비판정을 내리면 곧바로 말레이시아 법인의 증설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씨에스윈드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반덤핑 조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은 결과에 따라 미국시장에 수출하는 풍력타워업체들의 지형도가 크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풍력타워업계는 올해 7월 캐나다, 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산 풍력타워를 놓고 덤핑 혐의를 주장하며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했다.

국제무역위원회는 지난 7월 9일 제소를 접수했고 미국 상무부(DOC)가 4개 국가의 업체를 중심으로 조사를 개시했다. 예비판정은 8월23일로 예정되어 있다.

예비판정에서 피해가 인정되면 상무부 조사를 거쳐 2020년 3월 2일까지 반덤핑 관세 부과 여부와 규모를 결정하게 된다.  

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캐나다는 최근 3년 동안 미국에 풍력타워를 수출하는 상위 5개국에 든다.

이들이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아 수출길이 막히면 미국 풍력발전시장에는 풍력타워 공급이 극단적으로 줄어든다. 미국 풍력타워 수입량의 84%를 이들 4개국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2016년 설립된 씨에스윈드의 말레이시아 생산법인은 아직까지 미국시장에 수출한 기록이 없어 이번 반덤핑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씨에스윈드 관계자는 "미국에서 반덤핑 조사는 그 동안의 거래기록을 기반으로 이뤄진다"며 "말레이시아는 미국에 전혀 공급을 안해왔기에 미국 업체들이 제소를 하려고 해도 적어도 2~3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만약 미국 정부가 제소업체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관세 부과규모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씨엔스윈드가 미국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반덤핑 조사는 악재가 아닌 호재”라며 “씨에스윈드의 베트남 공장 물량이 감소하는 것 이상으로 말레이시아 공장에 미국으로 공급하는 물량의 수주가 집중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 연구원은 “미국 풍력발전 수요는 2020년 미국 특수에 몰려있다”며 “말레이시아 법인이 덤핑 조사대상이 되려면 적어도 수입데이터가 확보되는 2021년 이후에나 가능하기에 씨에스윈드는 미국의 반덤핑 공세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국제무역위원회가 덤핑 판정을 내려도 씨에스윈드는 말레이시아 법인을 통해 대응이 가능하다”며 “씨에스윈드는 글로벌 풍력타워기업 중 유일하게 글로벌 전역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시장 이슈에 가장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파악했다.

씨에스윈드는 앞서 2012년 미국의 반덤핑 규제로 수출길이 막혔던 뼈아픈 경험을 교훈 삼아 생산지역을 다각화하는데 힘섰다. 2016년 말레이시아 생산법인을 설립하고 말레이시아 타워공장을 인수해 생산설비를 갖췄다. 

2012년 미국 풍력타워업체들은 중국산과 베트남산 풍력타워를 덤핑 혐의로 제소했고 미국 상무부는 이를 받아들여 최고 72.69%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씨에스윈드는 베트남 법인에서 생산한 물량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었는데 2017년까지 수출길이 막혔다.

씨에스윈드는 2018년 5월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에서 덤핑 무혐의 최종판정을 받으며 미국 수출을 재개할 수 있었지만 베트남 법인 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법인으로 생산지를 다각화하며 만일의 경우를 대비했다. 

씨에스윈드가 이처럼 미국 반덤핑 규제에 다각도로 대응하며 힘을 쏟는 것은 미국시장이 수익성이 높은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풍력발전설치 보조금제도인 PCT(Production Tax Credit)의 영향으로 2021년까지 풍력발전 설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반덤핑 규제로 주요 경쟁업체들의 경쟁력이 약화하면 씨에스윈드는 미국시장에서 점유율을 더 키울 수 있다.   

미국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스페인 업체나 미국 현지업체들은 풍력타워 생산단가가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면에서도 씨에스윈드가 유리하다.

씨에스윈드 관계자는 “미국의 풍력발전시장 규모는 연간 8GW인데 올해 12GW로 늘고 내년에는 14GW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풍력발전 타워 수요는 증가하는 데 반덤핑 규제로 공급이 제한되다보니까 타워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어 수익성이 가장 좋은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증설 투자금액인 430억 원은 약 1년 안에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