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주체와 채권단이 내세우고 있는 일괄매각 원칙이 매각 과정에서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시아나항공 2대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을 인수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못박은 점 또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흥행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을 비롯해 아시아나항공 채권단과 매각주체인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놓고 일괄매각 원칙을 고수하면서 인수후보군이 지나치게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일괄매각 원칙이 유지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인수 이후를 감당할 만한 기업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가격은 현재 1조~2조 원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 수치는 추정하기 어렵다.
2일 아시아나항공 주가를 기준으로 구주 인수대금은 3800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보통 30%가 붙는 경영권 프리미엄과 신주 가격 등을 포함하면 인수가격은 1조 원 수준으로 뛴다.
앞으로 매물로 나오기 힘든 대형 항공사라는 점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 붙을 수도 있다. 자회사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의 가치를 더하면 매각가격은 더 높아진다. 최대 2조 원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자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규모는 2019년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9조8032억 원이다. 재무적투자자(FI) 등을 통해 인수합병 자금을 마련하더라도 인수 이후 막대한 자금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그룹 전체가 휘청이게 되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SK그룹이나 한화그룹이 계속 인수설을 부인해도 또 다시 인수설이 불거지는 이유도 현실적으로 인수할 만한 그룹이 한 손에 꼽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대기업들은 조 단위 인수합병에서 몸을 사리고 있다. 롯데카드와 린데코리아 등 올해 들어 이뤄진 1조 원 이상의 대형 인수합병 거래는 사모펀드가 독식하다시피 했다.
일괄매각 방식에서는 지주회사 아래 있는 계열사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 일반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국내 계열회사(증손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려며 증손회사 발행주식을 100% 소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아래 계열사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면 아시아나항공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자가 돼 아시아나항공이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럼에도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여전히 일괄매각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7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시아나항공 분할매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통매각 원칙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역시 아시아나항공 매각공고가 난 날 “일괄매각 외에 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그것이 매각작업을 가장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수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는 SK그룹, 한화그룹, GS그룹, CJ그룹 등은 공식적으로 인수 의사를 부인했거나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인수전 참가를 막은 점 역시 인수전 흥행에서 도움이 될 게 하나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호석유화학이 공식적으로 인수전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여러 기업이 금호석유화학 쪽에 공동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더라도 금호석유화학은 2대주주 지위를 유지한다. 인수자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증자를 실시할 때 2대주주 금호석유화학의 동의나 참여가 필요하다. 앞으로 주요 의사결정을 할 때도 금호석유화학의 표도 필요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에게는 절대 아시아나항공을 넘기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셈인데 금호석유화학뿐만 아니라 특수관계자 모두가 인수전에 참여할 수 없다고 못 박으면서 그렇지 않아도 많지 않은 선택지가 더 줄었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은 SKC,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대림산업과 조인트벤처(JV) 형식으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기업을 거느린 그룹의 입찰자격을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