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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CEO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시련을 맞고 있다. 이 부회장은 ‘부드럽게’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려고 하는데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반대에 부딪쳐 불투명해지고 있다.
게다가 삼성서울병원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로 꼽히는 등 거센 책임론에 휩싸였다.
삼성서울병원은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자리를 물려받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운영한다. 승계의 상징이자 이 부회장이 주목하는 바이오사업의 한 축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이 리더십의 시험대 오른 셈이다.
◆ 연이은 악재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 대주주로서 책임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은 합병이 성사되면 주주와 대화 등 외국인 투자자 설득에도 직접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통합 삼성물산의 16.5% 지분을 보유해 1대 주주에 오른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각각 1대 0.35 비율로 합병이 추진되고 있으며 7월17일 임시 주주총회 의결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합병비율에 문제를 제기하며 합병에 반대하고 법적 소송을 제기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꼬이고 있다. 특히 사업 시너지보다 오너의 지배력 확대라는 시각이 대외적으로 확산되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을 둘러싸고 세대결 양상이 전면화하고 있으나 이 부회장이 나설 뚜렷한 명분이 없는 상태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3%를 보유하고 있으나 삼성물산 지분은 전혀 지니고 있지 않다.
이 부회장이 주주 설득에 나서려면 일단 합병이 계획대로 이뤄진 다음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책임론에도 휩싸이면서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일 삼성공익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이건희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는 대외적 상징성을 강화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삼성공익재단의 핵심기관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지난 15일 이사회에서 윤순봉 삼성서울병원 원장을 대표이사로 추대했다.
공교롭게도 이 부회장이 취임하자마자 삼성서울병원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확산의 진앙이자 부실대응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게 일면서 병원장이 나서 직접 공식사과한 데 이어 13일부터 자진해 부분폐쇄 결정까지 내렸다.
삼성공익재단은 1991년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공익적 목적으로 설립됐다. 삼성서울병원은 이 재단의 핵심사업으로 삼성그룹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고 국내 대표적 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로 수익성만을 내세운 병원경영에 대한 비난으로 확대되면서 여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11일 한 병원 간부가 국회에 출석해 “국가가 뚫린 것”이라는 발언으로 성난 민심에 불을 끼얹었다.
◆ 시험대 오른 이재용 리더십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조용히 경영권 승계 입지를 강화하면서 삼성그룹의 위기상황을 무난히 이끌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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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토탈 등 4개 계열사 매각도 직원들의 반발을 사긴 했으나 절충점을 찾는 데 성공해 매각완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영실적도 올해 들어 회복기미를 보이면서 이 부회장의 승계입지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이후 삼성그룹을 대표해 세계 여러 지도자와 기업인들을 만나며 글로벌 이미지를 쌓아왔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에 15조 원이라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리더십은 삼성물산 합병반대와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부실관리라는 뜻밖의 악재를 만나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차원의 평가를 받고 있다.
현 단계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을 조정하라는 주주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요구대로 합병비율을 1대 0.35에서 1대 1.6으로 조정할 경우 이 부회장의 합병 삼성물산 지분은 16.54%가 아닌 8.15%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물산과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이번 주부터 주주로부터 의결권 행사권한을 넘겨받기 위한 위임장 대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합병안이 통과되려면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전체 발행 주식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주주 출석률이 70%인 경우 46.7%의 찬성이 나와야 한다. 반대로 같은 출석률에서 합병안을 부결시키려면 엘리엇은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여 반대 지분을 23.4% 이상 확보해야 한다.
이 부회장으로서 무엇보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순환출자로 오너 일가가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는 지배구조를 문제삼고 나오고 있는 데 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삼성물산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둘러싼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확산 책임논란도 삼성생명공익재단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삼성서울병원은 1982년 삼성생명 보험계약자의 기부로 설립돼 대주주의 돈으로 만들어진 병원이 아니다”라며 “삼성생명공익재단은 대대로 삼성그룹의 오너가 이사장을 맡아 왔고 삼성그룹 계열사의 기부를 받아 삼성서울병원의 적자를 메우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번 기회에 삼성서울병원의 설립과정은 물론이고 삼성생명공익재단의 기부금 집행이나 상속증여세 면제 등의 위법성 문제를 따져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관련 법령에 저촉되는 지 살펴보겠다”며 “다만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삼성서울병원이 취한 조치의 문제에 대해서 특별조사팀을 파견해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