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코퍼레이션 2대주주인 공익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이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처리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통일과나눔이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을 보유하자니 막대한 세금이 부담되고 외부에 매각하자니 마땅한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뿐더러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이 경영간섭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안병훈 통일과나눔 이사장(왼쪽)과 이사진. |
22일 통일과나눔에 따르면 10월 중순까지 보유하고 있는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6% 가운데 10%를 제외한 22.6%의 처리방안을 결정해야 한다.
통일과나눔 관계자는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 지분 보유를 위해 세금을 내는 방안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각도로 처리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10월 중순까지는 처리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과나눔은 2015년 설립된 공익재단법인으로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조선일보의 ‘통일나눔펀드’ 운동으로 자금을 모으다 2016년 10월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의 주식을 기부 받아 단숨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은 자산 규모 국내 2위 재단으로 떠올랐다.
이준용 회장은 당시 보유하고 있던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6%(343만7천 주) 전량을 기부했는데 외부기관을 통해 평가 받은 지분가치는 2868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통일과나눔이 관련법에 따라 기부 받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6% 가운데 22.6%를 10월 중순까지 매각하거나 이를 보유하기 위한 세금을 내야한다는 것이다.
국세청의 ‘공익법인 세무안내’에 따르면 통일과나눔 같은 성실공익법인은 국내 법인의 주식을 출연 받을 때 지분의 10%까지만 증여세를 면제받고 10%를 초과하는 부분은 증여세를 내야 한다.
다만 주식을 출연 받은 날부터 3년 이내에 지분의 특수관계인과 무관한 자에게 매각하는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증여세를 면제 받을 수 있는데 통일과나눔은 이 기한이 10월14일까지다.
통일과나눔이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 32.6%를 그대로 보유하려면 지분 22.6%와 관련한 증여세 600억 원 가량을 내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과나눔은 2018년 말 기준 14억 원 규모의 현금과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단기금융상품 등을 모두 합친 유동자산 규모도 257억 원에 그친다. 600억 원 규모의 세금을 감당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보인다.
지분 매각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림코퍼레이션이 비상장회사인데다
이해욱 회장의 지배력이 확고한 만큼 투자매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의 지분 21.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이해욱 회장은 현재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52.3%를 보유해 대림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이해욱 회장의 특수관계인까지 합치면 지분율은 62.3%까지 늘어난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배당매력도 그리 높지 않다. 통일과나눔이 지난해 대림코퍼레이션에서 받은 배당금은 60억 원에 그친다. 지분가치 2868억 원의 2% 수준이다.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이 외부로 넘어가면
이해욱 회장이 경영간섭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통일과나눔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 걸림돌일 수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이해욱 회장이 탄탄한 지배력을 구축해 놓은 만큼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외부 투자자가 지분 20%를 확보한다면 이사 선임 등 경영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해욱 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을 통해 대림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대림산업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의 지배력이 약하다.
그러다 보니 대림산업은 국민연금공단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배당확대 요구 등이 거세질 것으로 보고 외국인 투자자 지분이 꾸준히 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대림산업 지분율은 12일 50%를 넘어섰다. 1년 사이 15%포인트 넘게 늘었다.
대림산업을 향한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가 지속해서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이 외부로 넘어가는 일은
이해욱 회장에게 지배구조로 볼 때 부담이 될 수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통일과나눔이 보유한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 결정권은 통일과나눔에 있다”며 “대림그룹이 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