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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광온 "실직이 사형선고 되지 않아야 지속적 혁신성장 가능"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19-07-2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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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광온 "실직이 사형선고 되지 않아야 지속적 혁신성장 가능"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회안전망을 튼튼하게 해야 산업 구조조정, 공공부문 개혁 등을 추진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혁신성장도 가능하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한국사회에서 실직은 사형선고와 다름없다"며 "소득층 구직자에게 최저생계를 보장해 '한국형 실업부조'로 불리는 국민취업 지원제도는 고용안전망을 더욱 두껍게 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포용적 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최근 ‘근로취약계층의 취업 지원 및 생활안정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에 담긴 국민취업 지원제도는 저소득층 구직자가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정액 급여를 지급해 고용안전망을 강화한다는 목적을 담고 있다.

박 의원은 “이 법안은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근로취약계층의 취업지원 및 생활안정에 관한 법률을 발의한 취지는?

“스웨덴 말뫼에서 조선소가 끝내 폐업했을 때 노동자들은 일자리가 사라져 안타까워하긴 했어도 절망하지는 않았다.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웨덴이 구축한 사회안전망 덕분이다.

반면 한국사회에서는 실직된 노동자를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가 부족하다 보니 노동자들이 기술혁신과 산업 구조조정을 수용할 여력이 없다. 부족한 사회안전망이 생존을 위한 극렬한 투쟁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이것은 그나마 고용보험제도의 틀에 들어와 있는 국민들의 상황이다.

한국형 실업부조를 통해 고용보험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임금 노동자, 폐업 영세자영업자, 청년, 경력단절여성 등 경제적 취약계층 누구나 취업 지원서비스와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한국형 실업부조는 고용안전망을 더욱 두껍게 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포용적 제도다.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박 의원은 고용보험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국민들은 단기 취업과 실직을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청년층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중산층 이상 가정의 자녀는 부모의 경제적 도움으로 학업과 취업준비를 할 수 있지만 취약계층 자녀는 생계유지를 위해 저임금 단기 일자리에 뛰어 들어야 한다”며 “취약계층 자녀는 다시 경제적 취약계층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상대빈곤층으로 분류되는 전체 국민의 17.4% 가운데 3.4%만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 나머지 14%에 해당하는 취약계층에게도 일자리를 지원해해 고용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한국형 실업부조가 추진된 배경이다.

- 법안의 다른 별칭으로 '한국형 실업부조법안'으로 이름 붙였는데 다른 나라의 실업부조법안과 차이점은 무엇인지?

"초기에 한국형이라고 설명한 이유는 한국 실정에 맞게 설계했다는 의미였다. 국민취업 지원제도가 안정적으로 도입되면 앞으로 한국의 고용안전망은 ‘생계급여(중위소득 30% 이하), 국민취업 지원제도(중위소득 30~50%), 실업급여(고용보험가입자)’등 3중망으로 좀 더 튼튼해질 것이다. 한국형 고용안전망이라고 보면 된다.

참고로 독일은 가족형태나 연령 등에 따라 매월 최대 52만원(409유로)까지 차등해 계속 지급하고 있고, 영국은 가구 상황이나 연령 등에 따라 주당 최대 16만원(114파운드)을 차등해 2주 단위로 계속 지급한다.

한국은 한 해 구직활동 인구가 400만 명을 넘고 구직기간을 3개월 이상으로 한정해도 2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상자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지급 대상의 범위와 재원 마련 등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실업으로 빈곤의 위험이 높은 중위소득 60% 이하의 대상자들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방식이다. 박 의원은 “제도 도입 효과에 관한 유의미한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재원에 대한 국민 요구가 나타나면 대상자의 범위도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의원은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형 실업부조’라는 명칭을 ‘국민취업 지원제도’로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업부조라는 말이 너무 어렵다는 지적이 많아 취업 지원이라는 긍정적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 법안의 내용에 따르면 지원대상 요건을 중위소득 60% 이하를 기준으로 정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며 지원대상 예상인원은 어느 정도의 규모이고 예상되는 연간 예산은 어느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지?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들을 분석해 보면,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중위소득 30~60% 계층이 몰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사각지대에 해당하는 계층에게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

노동능력이 있는 사람 가운데 구직을 경험한 비율이 18%인데 반해 중위 30~60% 소득계층은 28.6%로 10% 이상 높게 나타난다. 구직활동이 활발한 이유는 쉽게 실직하기 때문이다. 

이 계층이 한 해 동안 취업한 비율은 59%지만 연말에 취업자 비율을 다시 조사해 보니 50.2%였다. 8.8%포인트가 단기간에 실직한 것이다. 5년 동안 빈곤 경험기간을 조사한 연구결과에서도 중위소득 30~60% 계층의 약 절반이 4년 이상(5년 27.9%, 4년 19.7%) 빈곤을 경험했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재정소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7월부터 법안이 시행된다고 가정할 때 35만 명이 수혜대상이고 4915억 원의 재정이 필요하다. 2021년 50만 명에 1조 1654억 원, 2022년 60만 명에 1조 5천299억 원, 2023년 60만 명에 1조 6273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제도가 시행되면 피고용자 8만 7천여 명, 취업자 10만 3천여 명이 증가하면서 취업률이 17%포인트 오르고 빈곤층은 36만 명이 줄어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의원은 “한국의 재정은 주요 선진국보다 훨씬 건강하고 넉넉하다”며 "사회안전망에 투자할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한국의 취약계층을 향한 취업 지원규모는 영국과 독일 등의 선진국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라며 점진적으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업 지원 혜택을 받는 계층의 소득이 증가하면 경기 부양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 기존 실업급여를 어떻게 한국형 실업부조가 보완하게 되는지?

“정부는 실업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1995년 고용보험을 도입했다. 2018년에 140만 명이 실업급여를 받았다. 하지만 고용보험제도 밖에 있는 취업자가 1200만 명이다.

이런 사각지대가 발생한 이유는 제도 자체가 정규직 노동자 위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편의점, 음식점, 도소매 등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1인 사업자, 최근 급증한 온라인 플랫폼에 속한 노동자들이 고용보험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청년과 경력단절여성도 마찬가지다.

국민취업 지원제도가 시행되면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취약계층도 고용안전망 혜택을 받게 된다. 고용기간이 너무 짧아 고용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노동시간이 짧은(4주 평균 1주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 취업자도 보호받을 수 있다. 앞으로 누구나 고용안전망의 울타리에 들어오는 것이다.”

- 추가적으로 법안과 관련해 설명하고 싶은 내용이 무엇인지?

“벌써부터 일각에서 국민취업 지원제도를 세금 낭비라고 호도하고 있다. 구두쇠 재정으로는 양극화와 고령화 문제를 풀 수 없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재정정책이 한국 경제의 포용성을 높이는 길이다.

2017년 기준으로 한국의 재정 기여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칠레, 멕시코, 터키를 제외하고 가장 낮다. 재정 기여도는 경제 성장요인 가운데 정부의 재정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 부분이 개선되고 있고, 2018년 기준으로 통계가 집계되면 더 나은 개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재정 기여도가 낮은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있는 돈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지출 비중을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은 40.3%인데 반해 우리는 30.7%이다. 아일랜드와 멕시코를 제외하면 꼴찌다.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감세보다 GDP 증가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실제 주요 국가들이 강력한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경제의 총수요를 늘리는 방향으로 건강한 성장을 이뤄왔다.

재정 확대가 선진국에서는 경제성장의 디딤돌이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걸림돌로 취급받고 있다. 국민취업 지원제도를 비롯하여 근로장려세제(EITC) 대폭 확대, 기초생활보장과 기초연금 확대 등 사회안전망을 튼튼하게 해야 산업 구조조정, 공공부문 개혁 등을 추진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혁신성장도 가능하다.”

박 의원은 1957년 태어난 언론인 출신 정치인이다. MBC에서 사회부, 정치부 등에서 기자로 일한 뒤 앵커, 보도국 통일외교부 부장, 논설위원, 보도국 국장 등을 거쳤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로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았다.

2014년에 19대 총선에서 경기도 수원시정 선거구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됐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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