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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 외국인 투자자 기류 심상치 않아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6-12 16:5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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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물산 합병, 외국인 투자자 기류 심상치 않아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CEO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놓고 반대에 나선 엘리엇매니지먼트를 제외한 나머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네덜란드 연기금 APG그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반대의견을 밝혔다.

삼성물산 우선주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도 합병 비율에 이의를 제기하며 우선주 주총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치훈 사장과 김신 사장 등 삼성물산 수뇌부가 외국인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데 지지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박유경 APG그룹 이사가 “회사 자산이 대주주의 승계작업 실탄으로 사용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12일 보도했다.

APG그룹은 세계 2위의 네덜란드 연기금이다. 삼성물산 지분을 0.3%밖에 지니고 있지 않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 APG그룹의 전체 운용자산은 4860억 달러에 이른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APG그룹은 이번 삼성물산 합병안 표결에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매니지먼트 편에 서겠다는 뜻이다.

박 이사는 삼성물산이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KCC에 자사주를 매각한 데 대해 “KCC에 도움을 구하는 것은 삼성그룹의 이미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삼성물산 우선주 지분 25%를 보유 중인 외국 투자기관들도 연대해 제일모직과 합병 추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들은 우선주 주주들을 소집하는 별도 주주총회를 열어 이번 합병 안건에 대해 적정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소재 투자기관인 와이스애셋매니지먼트 등 기관 3곳은 삼성물산 측에 다음주 중 별도 우선주 주주총회 개최 요구를 담은 주주제안서를 발송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우선주 주주총회를 별도로 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외국 투자기관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전해진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4일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이후 지분을 더 이상 늘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연금의 결정 등 다양한 변수가 남아있긴 하지만 엘리엇매니지먼트 편에 선 소액주주 지분을 합친다고 하더라도 합병안이 원안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엘리엇매니지먼트 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대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엘리엇매니지먼트와 APG그룹 등을 포함해 외국인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약 34%에 이른다.

삼성물산이 자사주 5.99%를 KCC에 판 것도 표대결을 앞둔 삼성그룹의 다급한 사정을 짐작케 한다.

최치훈 사장 등 삼성물산 수뇌부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자회사인 ISS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ISS는 세계 각국의 기관투자자에게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어떤 의결권을 행사할지 조언하는 보고서를 내는 곳이다.

ISS가 보고서를 삼성그룹에 유리하게 낼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ISS는 다음달 초 합병안에 대한 의견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도 삼성물산 합병을 놓고 벌어지는 삼성그룹과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분쟁을 주목하고 있다.

외신들은 이번 사안을 미국계 헤지펀드와 한국의 재벌 간 대결로 다루면서 삼성그룹뿐 아니라 현대자동차그룹 등 재벌이 지배하는 한국의 기업문화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내부거래와 계열사 순환출자로 점철된 재벌이 지배하는 시대는 이미 유통기한이 지났다”며 “행동주의 투자자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소액주주들이 공정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신기원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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