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은행 통합별관 공사는 서울 사대문 안에 국내경제 한 축을 담당하는 국책은행의 건물을 짓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큰 만큼 개별 건설사로서 놓치기 아까운 공사로 평가된다.
계룡건설산업은 충청권을 대표하는 중견건설사로 2017년 12월 조달청 입찰에서 국내 1위 건설사인 삼성물산을 제치고 한국은행 통합별관 공사의 낙찰예정자로 선정됐다.
이후 벌어진 낙찰과 관련한 논란을 극복하고 사업을 끝까지 끌고 가 무사히 완수할 수 있다면 공공공사에서 계룡건설산업의 위상이 한 단계 더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계룡건설산업은 조달청 입찰 당시 입찰예정가 2829억 원보다 3억 원 높은 2832억 원을 써냈다. 삼성물산의 입찰예정가는 2243억 원으로 계룡건설산업이 제시한 금액보다 589억 원이 적었다.
조달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당시 입찰에 적용된 실시설계 기술제안 방식은 난도가 높고 상징성이 큰 공사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기술평가와 가격평가 비중을 각각 8대 2로 해달라는 한국은행 측의 요청이 있었다”며 “계룡건설산업과 삼성물산의 기술평가 점수는 7점 정도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통합별관 공사가 증축·리모델링 공사인 만큼 신축공사보다 까다로운 부분이 있어 가격보다는 기술적 부분을 비중 있게 살폈다는 것이다.
이승찬 사장은 2017년 작고한 이인구 창업주의 아들로 2세 경영인으로서 현재 계룡건설산업 지분 23%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다.
이 사장은 2014년 말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양질의 공공공사를 선별수주하는 전략 등을 펼치며 계룡건설산업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2015년 23위에서 2016년 17위로 6계단 끌어올리면서 2세 경영체제를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그는 계룡건설산업을 2016~2018년 3년 연속으로 공공공사 신규수주 1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계룡건설산업은 2013년 영업손실 501억 원, 2014년 영업손실 1037억 원을 냈는데 2015년 영업이익 361억 원을 거두면서 흑자로 돌아선 뒤 2018년 현재 영업이익 1540억 원까지 실적이 좋아졌다.
이 사장은 대전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계룡건설산업을 대형건설사로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이번 한국은행 통합별관 공사 시공권의 향방이 중요하다.
한국은행 통합별관 공사는 2018년 1월 삼성물산이 낙찰자 선정에 문제가 있다며 분쟁조정을 신청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감사원은 2019년 4월 입찰예정가를 초과한 입찰이 부당하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지만 계룡건설산업이 조달청을 상대로 낸 '낙찰예정자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에서 법원이 11일 계룡건설산업의 손을 들어주면서 국면이 전환됐다.
다만 삼성물산이 현재 사안과 관련해 조달청을 상대로 본안소송을 내는 등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경제정의실천엽연합도 15일 조달청장 등 관계자들을 높은 가격을 써낸 계룡건설산업을 낙찰자로 선정했다는 사유로 업무상 배임죄, 입찰방해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다.
조달청 관계자는 “향후 한국은행, 감사원 등 관계자들과 협의를 통해 한국은행 통합별관 낙찰자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