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척4구역 재개발사업의 시공사 선정을 놓고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척4구역 수주전은 2천억 원이 채 되지 않는 사업규모에도 그동안 과열 수주전 양상을 띄어 왔는데 두 회사 모두 수주에 총력을 기울여 온 만큼 문제가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두 대형 건설사가 고척4구역 수주에 열을 올리는 데는 도시정비시장 일감이 점점 줄고 있다는 일반적 이유 이외에도 각자의 계산이 녹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우건설은 매각을 앞두고 기업가치 확대가 절실한 만큼 고척4구역 수주전을 승리로 이끌어 푸르지오 아파트 브랜드의 경쟁력을 시장에 내보일 필요가 있다.
대우건설 3월 푸르지오 브랜드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한 뒤 TV광고 등 홍보활동에도 아낌없이 투자해왔다.
현대엔지니어링도 3월 리뉴얼한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바탕으로 홍보에 힘을 쏟았다. 특히 고척4구역은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이 취임한 이후 사실상 처음 임하는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으로 물러서기 어려운 싸움으로 보인다.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브랜드, 매각이슈 등을 놓고 상호 비방전도 마다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펼쳐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4일 현대건설과 함께 보도자료를 내고 힐스테이트 브랜드의 품질관리를 공동으로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힐스테이트가 현대엔지니어링의 자체 브랜드가 아니라는 공격을 의식한 행동으로 건설업계에선 바라봤다.
대우건설은 이주비 추가 지원과 관련해 현실성이 없고 앞으로 매각에 따라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의혹 등에 휘말렸다.
고척4구역 재개발조합은 6월28일 열린 시공사선정 총회에서 과반 이상 찬성을 받은 업체가 없다는 이유로 안건을 부결하고 시공사선정 총회를 다시 열기로 했다.
전체 투표수 246표 가운데 대우건설이 122표, 현대엔지니어링이 118표로 두 회사 모두 의결정족수 124표를 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30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시공사 선정 안건의 부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조합측은 총투표 수 가운데 6표를 공식 기표용구 이외 볼펜으로 표기했다는 이유로 무효화했지만 볼펜 등으로 표시한 용지도 현대엔지니어링과 사전에 유효로 인정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득표 수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우건설 주장에 따라 득표수를 다시 계산하면 대우건설이 126표, 현대엔지니어링이 120표로 시공권은 대우건설이 차지하게 된다.
반면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이처럼 민감한 문제를 사전에 문서가 아닌 구두로 합의했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공식 기표용구를 사용하지 않은 표는 일반적 관점에서도 무효이고 관련 합의를 한 적도 없다”고 맞섰다.
시공사 재선정 등 향후 논의에 관해서도 두 회사의 주장이 엇갈린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고척4구역 시공자 선정총회에서 과반 이상을 득표한 만큼 시공사 재선정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향후 조합과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시공사 재선정에 관한 조합의 판단을 존중하며 일정이 나오는 대로 (조합원을 향한) 홍보전을 다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