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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의 메르스 정국, 대권 잠룡들이 꿈틀댄다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6-05 17: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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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여야 ‘잠룡’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메르스 사태로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가 위기상황에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도 높다.

메르스 사태가 ‘제2의 세월호’ 사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아직 3년 가까이 남아있지만 벌써부터 여야 잠재적 대권후보들의 경쟁이 가시화하고 있다.

◆ 메르스 사태, '제2의 세월호' 되나

5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발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68.3%가 정부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리대책에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신뢰한다’는 입장을 보인 사람은 25.9%에 불과했다. 특히 ‘매우 신뢰하지 않는다’는 대답도 39.6%나 됐다.

  난세의 메르스 정국, 대권 잠룡들이 꿈틀댄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5일 서울 광진구 광진소방서 감염관리실을 찾아 관계자로부터 메르스대책 점검상황을 보고받고 있다.<뉴시스>
정부의 메르스 대응에 대한 국민불신이 커지고 있다. 국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정부가 해당병원을 공개하지 않는 등 정보공개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얼미터가 2일 내놓은 설문조사에서도 대상자의 82.6%가 메르스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감염자가 나온 병원과 지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메르스 사태는 첫 감염자가 나온 지 약 2주가 지나면서 단순한 국민건강에 대한 불안감 차원을 넘어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비화하고 있다.

각종 포털사이트나 SNS 등에 메르스 사태가 세월호 참사의 데자뷰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배가 기울고 있는데도 선장은 끝까지 승선자들에게 대피명령을 내리지 않은 채 몰래 빠져 나갔다.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지도자의 무능이 부른 대참사였다.

메르스 확산은 세월호 당시와 상황은 다르지만 강력하고 유능한 지도자 부재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키우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은 그런 점에서 국민들에게 강력하고 책임감있는 지도자로서 모습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는 것과 비례해 차기 대선주자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 김무성 청년 스킨십 강화 VS 문재인 당 쇄신 발판 마련

리얼미터가 5월 4주차(5월26~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선 주자는 김무성 새누리당 후보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조사대상 유권자 가운데 24.2%의 지지율을 얻어 전주보다 2.0%가 올랐으며 4주째 선두를 지켰다.

김 대표는 특히 이번 조사에서 경기인천지역에서 처음 1위에 올라서며 광주전라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1위를 지켜 눈길을 끌었다. 연령대별로 50대와 60대 이상에서 공고한 입지를 보였다.

김 대표는 최근 국회법을 둘러싼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의 갈등에서 한 발 물러선 채 청년층 스킨십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난세의 메르스 정국, 대권 잠룡들이 꿈틀댄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4일 구글 캠퍼스를 방문해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다.<뉴시스>
김 대표는 지난 3일 서울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특강한 데 이어 4일 서울 대치동 구글캠퍼스를 찾아 예비창업자들과 만났다.

김 대표에 맞서는 야권 예비 대선주자들 가운데 현재 선두는 여전히 문 대표다.

문 대표는 재보선 참패 뒤 새정치민주연합 내 계파갈등으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으나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을 혁신위원장으로 앉히며 당 쇄신의 발판을 마련했다.

문 대표는 리얼미터 최근 조사에서 18.3%로 여야를 통틀어 2위로 나타났다.

◆ 박원순 정치권 '태풍의 눈' 부상, 안철수도 절치부심

박원순 서울시장은 13.4%로 3위에 그쳤지만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박 시장은 5일 밤늦게 긴급 브리핑을 열어 메르스 사태에서 시민의 안위를 직접 책임지겠다고 나섰다.

박 시장은 현 정부의 무능과 박 대통령의 지도력 부재가 아쉬운 상황에서 중앙정부에 맞서는 지방정부 수장의 강한 존재감을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이 일제히 강한 견제에 들어간 것만 봐도 박 시장은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에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것으로 점쳐진다.

야권의 예비 잠룡으로 꼽히는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대표도 최근 대권출마 의지를 내비치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3일 고려대에서 진행된 라디오 방송에서 대권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그럼요”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 하나씩 뚜벅뚜벅 실제로 결과를 만들어가며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장직 제안을 거절했다. 쉽사리 ‘독배’를 들었다가 정치생명이 위태로워지는 일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안 전 대표는 당내 지분싸움에 휘말려 상처를 입기보다 멀리 내다보고 대권까지 완주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안 전 대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이자 의사 출신이기도 하다. 메르스 사태에 휩싸인 정국에서도 서서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 전 대표는 5일 “메르스가 정치적 이슈가 되는 걸 막아야 한다”면서도 “정부의 비밀주의가 국민들 사이에 불안을 증폭시켰다”며 정부의 대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안 전 대표는 리얼미터 조사에서 7.7%의 지지율로 여야 통합 4위에 올라 있다.

◆ 장외에서 존재감 키우는 안희정과 정몽준

안희정 충남지사와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도 지지율은 높지 않지만 꾸준히 여야 잠재 대선주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안 지사는 박 시장과 마찬가지로 지방정부에서 행정능력을 발휘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안 지사는 충청권에서 지지기반을 닦는 데 주력하고 있다.

  난세의 메르스 정국, 대권 잠룡들이 꿈틀댄다  
▲ 정몽준 FIFA 명예 부회장이 3일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뉴시스>
안 지사도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행정력을 총동원해 도민의 건강과 안전을 직접 진두지휘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몽준 전 대표는 정치권 밖에서 잠행을 이어가고 있으나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차기지도자로 나설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치며 다시금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정 전 대표는 제프 블라터 회장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회장 자리에 올 연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BBC는 4일 정 전 대표를 11명의 차기 후보 가운데 유력후보로 거명했다.

정 전 대표가 FIFA 회장직에 도전했다 실패하더라도 차기대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정치적 재기에 상당한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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