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한국방문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여행 성수기를 앞두고 관광객 증가에 기대를 걸었던 면세점업계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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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서울 시내의 한 면세점 |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사업자 선정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데 면세사업이 안고 있는 위험요소들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4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일 기준으로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방문상품 예약취소건수는 전날 2500명에서 7천 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대만과 홍콩을 포함한 중화권 관광객이 6900명, 나머지 아시아권이 100명으로 조사됐다.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여행 성수기인 7∼8월 국내 호텔의 중국인 관광객 예약건수도 평년에 비해 무려 80%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는 6월 중국인의 우리나라 패키지관광 예약 고객 9천여 명 중 6% 가량인 554명이 예약을 취소했다고 3일 밝혔다.
외국인 가운데 한국방문을 취소하는 경우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여행객들이 대다수다. 미주와 유럽지역에서 한국관광을 취소한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2009년 신종플루가 확산됐을 때와 상황이 다르다.
사스는 국내보다 홍콩 등 해외에서 전염에 대한 우려가 컸다. 신종플루는 국내 감염 속도가 빠르긴 했으나 타미플루 등 치료제가 보급되며 국내 감염에 대한 불안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
메르스의 경우 발원지는 해외지만 국내에서 확산속도가 문제가 된다. 사스나 신종플루가 유행할 당시 여행업계가 큰 타격을 받긴 했으나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이 크게 줄었다.
이번에 한국이 메르스에 취약한 지역이라는 사실이 대외적으로 부각되면서 한국방문객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화권 등 아시아권 여행객들은 지난해 말부터 엔화약세가 장기화하면서 발길을 일본으로 돌리고 있는 추세다.
올해 4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 증가한 133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 기간에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 증가율은 30%에 머물렀다. 여기에 메르스 여파까지 미치면서 ‘유커’가 더욱 줄어들 수 있다.
중국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면세업계는 메르스 확산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국내 면세점에서 중국인 매출 비중은 70~80% 가량에 이른다. 면세업계는 당장의 매출에 영향을 받고 있지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것을 우려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7~8월 여름성수기를 앞두고 있어 중국인 등 한국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메르스로 ‘혐한류’가 일어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면세업계관계자들은 서울 시내면세점 등 신규사업자 선정도 앞두고 있다.
지난 1일 관세청이 마감한 서울 시내면세점만 해도 대기업 2곳과 중소중견기업 1곳을 뽑는데 국내 굴지의 유통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유통업과 무관한 업체들까지 뛰어들었다.
누가 최종 선정되든 신규사업자들이 면세사업에 사활을 걸고 뛰어든 만큼 공격적 경영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면세업계는 사실상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양분해 왔는데 사업자가 늘어나면서 면세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사업이 엄청난 이권사업인 것은 분명하지만 중국 손님 의존도가 워낙 높아 이번 메르스 사태나 엔저 현상 등 대외 리스크로 휘청거릴 여지도 많다”며 “그런 점에서 신규 면세사업자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