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GC녹십자 관계자에 따르면 GC녹십자는 조만간 중국 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CFDA)에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시판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을 세워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헌터증후군은 태어날 때부터 털이 많고 키가 작으며 독특한 얼굴을 얻게 되는 특징이 있으며 골격 이상, 지능 저하 증상을 보이는 희귀성 질환이다.
희귀의약품이란 원인이 불분명하고 치료법이 거의 없는 난치병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제를 말한다.
헌터라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된 헌터증후군 치료제인데 중국에는 현재까지 헌터증후군 치료제로 허가받은 의약품이 없다.
중국 의약품관리국(NMPA)은 최근 발표한 121개 희귀질환 관리 목록에 헌터증후군이 포함됐다.
중국 헌터증후군 치료제시장은 약 2500억 원 규모로 예상되는데 GC녹십자는 시장을 선점해 50%의 점유율을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GC녹십자는 이미 올해 5월 중국에서 희귀질환 의약품인 A형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의 품목허가를 신청하기도 했다.
혈우병은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혈액 내 응고인자가 부족하게 돼 발생하는 출혈성 질환이다. 혈우병은 남성 약 1만 명 가운데 1명꼴로 희귀하게 발생하는데 A형 혈우병이 전체 혈우병의 80%를 차지한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헌터라제와 그린진에프는 모두 희귀질환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빠르게 승인이 이뤄질 수 있어 2020년 상반기에 중국 시판허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허 사장이 중국 희귀의약품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성장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희귀질환 치료제의 개발과 판매를 촉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올해 3월 희귀질환에 관한 21가지 의약품과 4가지 원료의약품의 부가가치세율을 16%에서 3%까지 낮췄다.
이런 촉진정책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중국 제약사가 보유한 희귀질환 치료제는 마땅히 없다. 따라서 GC녹십자가 헌터라제나 그린진에프를 중국에 출시한다면 수혜를 입을 공산이 크다.
중국에서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약 2천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중국에는 희귀질환 환자가 많은 것에 비해 치료제는 없어 미충족 수요가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그린진에프의 미국 임상을 중단하고 중국 진출에 집중했던 것도 중국시장의 성장 잠재력 등 사업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계 희귀의약품시장 규모는 전체 처방의약품시장의 16-20% 정도여서 비중이 크지 않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의약품 가운데 희귀의약품 승인비율은 최근 10년 동안 2.5배 증가하는 등 수요는 많아지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전 세계 희귀질환 의약품시장은 2019년에서 2024년까지 연 평균 12.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희귀의약품은 1인당 환자 치료비용이 일반환자보다 평균적으로 4.6배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환자 수는 적지만 비싼 약품 가격을 통해 제약사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헌터증후군 치료제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의약품으로 꼽힌다.
서미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요 질환의 치료제는 대부분 개발돼 경쟁이 치열한 반면 희귀의약품은 시장 초기에 등장하면 독점판매권을 통해 7~10년 동안 경쟁 없이 고수익을 낼 수 있다”며 “희귀질환에 특화된 제약사의 가치는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