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는 미래 에너지 전환의 확실한 솔루션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15일 G20(주요 20개 나라) 에너지환경장관 회의에서 수소위원회 회장으로 참석한 자리에서 신념을 담아 한 말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탄소사회에서 벗어나 친환경 대안 에너지원으로서 수소가 만들어낼 미래상을 제시하며 국제사회의 동참을 호소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에서 발생한 수소 관련 사고로 대안 에너지원으로서 안전성에 물음표가 붙어다니고 있어 '수소시대'를 향해 달려가는 정 수석부회장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17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이 힘을 싣고 있는 수소에너지 시대로의 전환에 안전성 검증이라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생겼다.
최근 수소 에너지와 관련한 시설에서 잇따라 폭발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강원도 강릉에서 실증실험 작업이 진행되던 수소탱크가 폭발해 2명이 숨지는 사고에 이어 10일 노르웨이 오슬로 교외에 위치한 한 수소충전소에서 폭발사고가 났다.
정부와 현대차는 국내 폭발사고와 관련해 일반 실험용 용기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수소차와 수소충전소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수소차 홍보대사'를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이 순방차 찾은 노르웨이의 수소충전소에서 폭발사고가 나 이런 해명이 무색하게 됐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의 미래 주요 성장동력으로 수소차를 점찍고 수소인프라 구축과 수소연료전지 발전 등 관련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해 정 수석부회장의 구상에 힘을 실었다.
현대차는 정부의 적극적 협력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소충전소 구축 전문기업인 수소에너지네트워크의 주요 투자자로 참여해 수소충전소의 설치에 앞장서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수소 에너지의 안전성 문제를 둘러싼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정 수석부회장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정부와 현대차는 수소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 도심에 수소충전소를 늘려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안전성 논란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향후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정부와 함께 수소연료탱크나 수소차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시각에 대해 보도자료 등을 통해 “세계를 통틀어도 수소 누출에 따른 수소차 사고 사례는 없다”며 “수소연료탱크 등에도 수소누출 감지센서가 마련돼 있어 수소 누출에 따른 사고를 막는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성을 우려해 수소 관련 설비의 설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의당 인천시당은 17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수소에너지 경제 활성화를 주창하고 있지만 국내외 현실은 잇단 수소 폭발사고에 따라 수소에너지를 향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정부의 안전대진단에 수소연료전지발전소가 포함돼야 한다며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등 정부가 수소설비의 안전성과 환경성 등 주민 안전대책을 먼저 마련한 뒤 인천시 동구에 수소연료전지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의 한 브랜드 아파트 입주민단체는 최근 ‘긴급소식(비보)’이라며 “마곡지구에 수소가스(폭발) 생산기지 구축 예정”이라며 이런 계획을 결사반대하겠다는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수소에너지를 둘러싼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 수소시대로 전환이라는 국가적 화두를 꺼내든 당사자인 데다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에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이 현대차그룹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정부의 수소경제 육성을 두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는 상황이라 수소에너지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어 정 수석부회장이 느끼는 부담감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