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2019-05-27 15: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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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이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 다시 도전하더라도 높아진 금융당국의 기대치를 충족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키움증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다시 진출할지 여부를 두고 내부에서 검토를 거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현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
금융위원회는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 탈락한 후보자들인 ‘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 3분기에 다시 신청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금융위는 3분기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다시 추진하고 4분기에 결과를 발표할 계획을 세워뒀다. 최대 두 곳까지 인가를 내주기로 했다.
키움증권은 그동안 인터넷전문은행에 높은 관심을 보였던 만큼 다시 도전장을 내밀 가능성이 높다.
키움증권은 2015년 일찌감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결정했고 지난해 말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전담조직을 운영하며 강력한 사업 의지를 나타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온라인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최근 프로야구단 키움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로 활동하며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만큼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면 사업적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다만 키움증권이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 다시 도전하더라도 금융당국의 높아진 기준을 맞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키움증권은 이번 심사에서 다수의 정보통신(IT) 관련 스타트업을 주주로 확보했다는 점과 키움증권이 ‘온라인 특화 증권사’의 정체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혁신성 측면에서 결국 심사위원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그동안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가 벌여온 다양한 사업들을 지켜보면서 금융 당국의 눈높이가 부쩍 높아졌다는 뜻이다. 키움증권으로서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통해 금융당국을 설득하기 더욱 쉽지 않아진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온라인 특화 증권사로서 정보통신(IT) 관련 기술력을 쌓아왔는데도 금융당국의 기준을 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이전보다 혁신성과 관련한 기준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앞으로 키움증권뿐만 아니라 새 후보자가 도전한다 하더라도 예비인가를 받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 기존 은행들도 ‘디지털뱅킹’을 강조하며 정보통신(IT) 기술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새롭게 출범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차별화를 보여줘야 하는 부담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가 인가를 받을 당시에는 점포 없이 비대면 방식의 계좌를 개설한다거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의 서비스로도 충분히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키움증권이 금융당국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하반기에 SK텔레콤 등 정보통신(IT)기업의 역할을 더욱 부각한 사업계획을 내놓을 가능성도 나온다.
SK텔레콤은 이번에 키움증권과 KEB하나은행에 이은 세번째 주주로 키움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했지만 사업계획에서 SK텔레콤이 참여하는 역할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키움뱅크는 SK텔레콤을 제외한 주요 주주인 키움증권이나 KEB하나은행이 전통 금융회사인 만큼 금융위가 밝힌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시선을 받아왔다.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해 정보통신(IT)사업을 주축으로 하는 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혁신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설립 취지로 떠오른 것이다.
결국 SK텔레콤과 같은 정보통신(IT)기업을 전면에 내세우는 등 키움증권이 사업방식에 획기적 변화를 줘야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무난히 금융당국의 예비인가를 통과할 것으로 업계가 관측해왔던 만큼 키움증권으로서도 상당히 당혹스러울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신뢰도가 떨어져있는 상황에서 이를 이겨낼 수 있는 혁신사업을 내놓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