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는 하반기 정상적으로 영업활동을 진행하기 위해 이번 위기를 넘는데 집중하고 있다. 제철소 가동 과정의 특성상 조업정지는 기간이 아무리 짧더라도 장기간의 영업정지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왼쪽),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
22일 현대제철에 따르면 충남도청에 당진제철소의 조업정지처분과 관련한 의견서를 25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포스코도 전남도청으로부터 광양제철소의 조업정지처분 사전통지를 받아 앞서 13일 의견서를 냈다.
두 회사 모두 제철소 고로의 가스 밸브 역할을 하는 장치인 ‘브리더’를 개방해 고로 내부의 가스를 무단으로 배출한 사실이 적발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받았다.
규정대로라면 지자체는 두 회사의 의견서를 토대로 조업정지처분의 시행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한다. 그런데 전남도청은 처분 결정을 위해 빠르면 이달 중으로 '포스코 청문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청문회가 열린다는 것은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다는 뜻”이라며 “소명할 수 있는 부분을 충분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사실 국내의 모든 제철소가 브리더 개방에 따른 오염물질 배출과 관련해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며 “충남도청도 청문회를 고려할 수도 있는 만큼 포스코 청문회를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오염물질 배출기준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지만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정상참작을 이끌어 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 회사 관계자는 “브리더는 고로 내부의 압력을 조절하는 유일한 설비로 이를 개방해 가스를 배출하는 것 말고는 압력을 낮출 다른 기술적 대안이 없다”며 “고로 폭발사고 등 대규모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서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제철소의 브리더 개방을 문제 삼지 않으며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오히려 브리더 개방을 안전행위로 본다"며 "국내법이 실정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대기환경보전법 31조 1항에 따르면 제철소는 고로 폭발이나 화재 등 사고의 위험이 있을 때만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 브리더를 개방할 수 있다. 그러나 고로는 한 번 가동하면 20년 동안 불을 끄지 않으며 꾸준히 가동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설비라는 점에서 정기적으로 브리더 개방을 통해 가스를 배출할 수밖에 없다.
지자체의 조업정지처분 판단 과정에서 두 회사가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투자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두 회사도 이 점을 최대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친환경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2021년까지 1조7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2022년에 오염물질 배출량을 2018년보다 35%가량 낮추기로 했다.
현대제철은 2021년까지 오염물질 배출량을 절반으로 감축하기 위해 대기오염 방지시설을 개선하는데 5300억 원을 투자한다. 앞서 21일에는 ‘행복일터 안전·환경 자문위원회’도 구성해 환경개선안을 수립하는 작업도 시작했다.
이런 소명에도 불구하고 조업정지처분이 확정된다면 두 회사는 올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제철소의 고로는 일단 한 번 멈추면 다시 가동하기까지 보통 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조업정지는 기간이 아무리 짧아도 사실상 6개월의 영업정지와 같다. 이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2019년 영업활동이 사실상 끝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두 회사 모두 올해 원재료 가격 인상의 영향으로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줄 것으로 추정된다.
철광석 가격이 지난해 1분기 톤당 65달러에서 올해 1분기 87달러까지 급등했지만 조선용 후판이나 자동차 강판 등 철강제품의 가격이 인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1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소폭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각각 19.1%, 27.6%씩 줄었다.
2분기에도 철강제품 가격의 인상은 없었지만 철광석 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가 지난주(13일~17일) 101달러에 거래되며 5년 만에 100달러를 돌파했다. 2분기에 영업이익 감소폭이 1분기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하반기에는 조선사들이 후판 가격 인상에 동의할 뜻을 보이고 있는 만큼 두 회사가 실적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도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조업정지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먼저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