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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강한 다이소, '5천 원 전기면도기'가 가능한 이유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9-05-14 16: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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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가 판매하는 전기면도기는 대표적 '가성비템'으로 꼽힌다. 5천 원이면 살 수 있으니 웬만한 날면도기보다도 싸다.

한 유튜버는 이 제품을 두고 "아침마다 면도하려면 무리지만 수염이 빨리 자라는 사람이 들고 다니며 쓰기에는 '개이득'"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불황에 강한 다이소, '5천 원 전기면도기'가 가능한 이유
▲ 다이소의 전기면도기.

“다 있소”를 연상케하는 이름답게 다이소는 가격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없는 물건을 찾기 어렵다.

전기면도기뿐 아니라 각종 식기와 장난감, 화장품까지 3만여 종의 상품을 갖추고 있다. 벚꽃을 주제로한 '봄봄' 등 때마다 이벤트 상품도 내놓는다.

2일에는 다이소가 영화 ‘어벤저스:엔드게임’의 흥행시점에 맞춰 마블 시리즈 70여 종을 무더기로 출시해 화제가 됐다.

14일 현재까지도 일부 품목들은 없어서 못 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 모양 마우스패드를 1천 원,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 로고가 새겨진 보온병은 5천 원에 구매할 수 있다. 월트디즈니가 소유한 캐릭터 판권비용을 감안하면 놀랄만한 가격이다.

소비자들이 호주머니 사정을 크게 걱정하지 않고도 싼값에 쇼핑을 즐길 수 있다보니 다이소는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침체에도 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는 매출 1조9785억 원을 거둬 2조 원 고지가 코앞이다. 불황으로 '가성비'가 소비 트렌트로 떠오르면서 다이소 매출은 4년 동안 137%가 뛰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다이소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다이소를 발견하면 무의식적으로 들어가 매장을 배회하는 현상을 뜻한다. 네이버 밴드에는 다이소 구매 후기와 사용 '꿀팁'을 공유하는 '다이소 털이범' 모임까지 있는데 현재 2만 명 이상이 멤버로 참여 중이다.

다이소는 현재 3만2천 종에 이르는 상품을 팔고 있지만 매장 최고가는 여전히 5천 원 그대로다. 500원과 1천 원, 1500원, 2천 원, 3천 원, 5천 원 등 6단계의 가격대를 20여 년째 유지하고 있다. 특히 1천 원짜리 상품의 비율이 전체의 절반, 2천 원 이하 상품의 비율이 80% 이상이다.

이런 가격 경쟁력이 가능한 이유는 다른 기업들과 정반대의 가격 책정 과정 덕분이다.

일반적으로는 제품 원가에 일정한 이윤을 붙여 소비자 가격을 정하지만 다이소는 먼저 가격을 책정하고 여기에 맞춰 불필요한 포장 등 비용을 최소한다. 가령 기존 제품의 기능이 3가지면 가장 핵심인 1가지만 남겨놓고 나머지 기능은 버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싸다고 해서 품질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박정부 아성다이소 회장은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 소비자는 품질이 나쁘면 1천 원짜리도 비싸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그는 값 싸고 질 좋은 제품을 확보하기 위해 한 때 1년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내며 직접 발품을 팔기도 했다. 2007년 루미낙 브랜드로 유명한 프랑스의 유리회사 ‘아크’ 본사를 찾아가 개당 40센트에 제품을 따낸 일화는 잘 알려졌다.

실제로 다이소는 상품을 들여올 때 모두 4단계의 과정을 거쳐 품질을 검증한다. 담당직원이 판매가 가능한지를 따져서 보고하면 팀장, 제품총괄 상무를 거쳐 박 회장이 상품의 입점을 판단한다.

양 손에 천 원짜리 지폐와 천원짜리 다이소 제품을 각각 들었을 때 망설임없이 다이소 제품을 선택하도록 해야한 다는 것이 박 회장의 지론이다.

소비자원이 지난해 7월 7개 브랜드에서 나온 20개 종류 건전지를 두고 가격 대비 지속가능 시간을 측정한 결과 다이소의 자체브랜드(PB) 건전지 '네오'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품질과 가격을 유지하는 데는 중소 제조업체와의 협력관계도 한몫 한다.

현재 다이소는 680여 개의 국내업체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다이소의 주문 단위가 10만 개 정도로 대량인 데다 대금을 현금으로 주기 때문에 협력업체들로부터 환영을 받으면서도 원가를 낮출 수 있다. 다이소는 제품 가운데 국내 중소업체가 70%가량을 생산해 국산 비중이 높다.

특히 협력업체인 '월드켐'의 초파리 트랩은 다이소에서 하루에 3300개가량이 팔리며 크게 히트를 쳤다. 이 초파리 트랩은 2015년 국내에서는 처음 출시됐는데 오프라인으로는 다이소에서만 2천 원에 살 수 있다.

물론 다이소가 저렴한 가격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다보니 품질을 위한 노력에도 소비자들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특히 식기 등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들은 아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최근 네이버 밴드 '다이소 털이범'에서는 한 회원이 다이소의 폴란드풍 신상 그릇 사진을 공유하자 "그라탕 용기인데도 오븐 렌지에 사용할 수 없는 제품이라 아쉽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다이소는 지금보다 가격을 높이는 것은 답이 아니라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더 비싸고 좋은 제품은 다이소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이소 관계자는 "일본에서도 100엔숍들이 그런 유혹에 빠져 사업방향을 바꿨다가 모조리 망하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며 "5천 원이라는 가격 상한선을 무조건 유지하면서 품질 향상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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