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이 손해율 높은 자동차보험에서 손을 떼고 장기보험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
보험업황 악화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성장세를 이어나가기 위해 장기보험을 중심으로 꾸준히 체질 개선을 하고 있다.
12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보험료 인상을 두고 손해보험회사와 금융당국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메리츠화재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손해보험회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로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다소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손해율은 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지급액 등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보험회사의 수익성 지표로 자주 활용된다. 손해율이 높을수록 수익성이 낮다는 것을 뜻한다.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은 1분기 기준 85.5%로 1년 전보다 3.4%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적정 손해율(70~80%)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되고 있는 데도 메리츠화재가 여유로울 수 있는 이유는 전체 보험 가운데 자동차보험의 비중이 비교적 낮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의 전체 경과보험료 가운데 자동차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11%로 파악됐다. 삼성화재가 25.5%, DB손해보험이 26.1%, 현대해상이 26.7%라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김 부회장이 손해율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자동차보험에서 과감히 손을 뗀 결과 자동차보험시장 점유율도 떨어지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자동차보험시장 점유율은 2014년 말 5.2%에서 2018년 말 4.3%로 낮아졌다. 1월 자동차보험료를 업계 최고 수준인 4.4% 인상한 뒤에는 4%까지 덜어졌다.
김 부회장이 앞으로도 자동차보험보다 장기보험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메리츠화재의 자동차보험시장 점유율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시장은 사실상 손해보험회사들이 출혈경쟁을 하고 있다"며 "그렇게까지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건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자동차보험에서 손을 뗀 대신 모든 역량을 장기보험을 늘리는 데 쏟아 손해보험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 부회장이 2015년 메리츠화재 대표이사에 오른 뒤 장기보험을 키우는 데 주력한 결과 장기보험의 시장 점유율을 2014년 말 13.8%에서 2018년 말 21.9%까지 큰 폭으로 높아졌다.
2018년에는 삼성화재와 함께 손해보험업계 ‘빅3’로 꼽히던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을 제치고 장기보험 2위를 차지했다.
메리츠화재의 2018년 장기보험 초회보험료는 1226억 원으로 삼성화재(1348억 원)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부회장은 앞으로도 장기보험을 키우는 데 집중해 메리츠화재의 몸집을 키우는 동시에 수익성까지 높이기 위해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리츠화재는 장기보험을 늘려 보험료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기반을 확보했다”며 “신계약의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손해율, 유지율 등 지표도 양호한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