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케미칼이 시장과 소통하는 주요 수단인 콘퍼런스콜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힌 만큼 이번 인수 추진설 부인은 무게감을 지닌다.
더군다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신현우 대표이사가 직접 “인수를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며 인수 계획이 전혀 없다”며 인수전 참여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신 대표는 한화그룹의 대표적 방산 전문가로 2015년 삼성그룹의 방산계열사 인수를 안정적으로 이끄는 등 김승연 회장의 신임을 받는 전문경영인으로 평가된다.
신 대표의 위상을 볼 때 단일 계열사가 아닌 한화그룹 차원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됐을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이번 인수 추진설 부인을 통해 한화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케미칼을 제외하고도 1조 원 이상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이 있다.
한화그룹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한화는 2018년 말 개별기준으로 3553억 원 규모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한화건설이 연결기준으로 지닌 현금 및 현금성자산 7500억 원,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등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이 연결기준으로 지닌 현금 및 현금성자산 2400억 원만 더해도 1조 원이 훌쩍 넘는다.
한화그룹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케미칼을 뺀 다른 계열사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의 상당 부분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케미칼이 앞으로 상황 변화에 따라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콘퍼런스콜은 기업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 나아가려는 방향 등과 관련해 시장과 소통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일뿐 상황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경영전략을 수정할 여지가 있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뿐 아니라 SK그룹, 롯데그룹, CJ그룹, 신세계그룹 등 여러 대기업집단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로 거명되고 있지만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한 군데도 없다.
현재 상황에서 섣불리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를 선언하는 것은 시장에 큰 파장을 주는 것을 넘어 '인수자 내정설' 등 불필요한 오해로 각 그룹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케미칼이 콘퍼런스콜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지금처럼 단호하게 선을 긋지 않았다면 시장에서 오히려 한화그룹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케미칼이 이를 막기 위해 선제적 조치로 인수 추진설을 강력하게 부인했을 수도 있는 셈이다.
대규모 인수합병은 워낙 비밀리에 진행되는 만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승부수를 진짜 띄울지 여부는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인 금호산업이 인수의향서 접수를 받는 하반기 쯤에야 윤곽이 나올 수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케미칼은 이번 인수설 부인을 통해 결과적으로 주가 안정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 등이 주가의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실적 발표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을 강력히 부인하며 영업활동 이외의 사안들이 주가에 미칠 영향을 줄였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