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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지난해 9월 인도공장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현대자동차> |
글로벌 기업들에게 인도는 매력적인 땅이다. 인도의 내수시장은 막대한 인구에 힘입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12억 인구의 인도는 중국과 인구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달 인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7.5%로 중국(6.8%)을 16년 만에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은행이 인도가 중국을 2017년 추월할 것으로 예견했는데, 시기가 2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인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도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인도사업 확대에 골몰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을 방한하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모시려고 기업들의 구애가 빗발친 까닭이다. 모디 총리는 1박2일의 짧은 방한 기간에 한-인도CEO 포럼을 비롯해 여러 차례 국내 기업인들을 만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등 주요기업 최고경영자들은 모디 총리와 ‘독대’ 일정을 잡고 있다.
이들은 인도시장 공략을 위해 적지 않은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모디 총리와 만남에서 이를 위한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라비 샹카르 프라사르 인도 정보통신부 장관은 모디 총리와 우리나라 재계 인사들의 만남에 대해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에 따라 더 많은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기업들의 투자계획이 모디 총리 방문으로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몽구, 세계 3위 인도 자동차시장 잡을까
정몽구 회장은 1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한-인도 CEO 포럼에 참석해 모디 총리와 30여분간 티타임 형식의 단독회동을 한다. 이 자리에서 현대차의 인도투자 확대가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정 회장은 세계시장에서 인도시장을 중요하게 여긴다. 정 회장은 지난해 추석연휴에 인도공장을 방문해 철저한 현지화로 인도시장을 공략할 것을 주문했다.
인도 자동차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도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2007년에서 2012년까지 인도 자동차시장은 연평균 13.7% 성장했다. 인도 자동차시장은 세계 자동차 판매의 5%의 이상을 차지하며 내년 세계 3위 시장으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는 1996년 인도에 처음 진출했다. 현대자동차는 1998년과 2007년 인도 첸나이에 인도 제1공장과 제2공장을 지었다. 두 공장의 연간생산능력은 68만 대에 이른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에서 41만 대를 판매했다. 점유율은 16.2%로 스즈끼마루티에 이어 2위다. 올해는 1분기에만 11만2천 대를 판매해 지난해 실적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현대차에서 올해 인도시장에 25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보다 투자액을 500억 원 늘렸다. 해외시장 가운데 가장 많은 투자액이다.
현대차는 인도 지방정부의 적극적 투자요청에 따라 제3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현대자동차는 안드라프라데시, 라자스탄, 구자라트 등을 유력한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과 모디 총리의 만남으로 3공장 건립 계획이 가시화될지 주목된다.
경쟁기업인 스즈끼마루티는 구자라트에 2017년부터 연간 1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150만 대까지 생산할 예정이다.
혼다도 구자라트에 연간 10만~12만5천 대 규모의 공장을 세월 2017년 3월 이전 준공하려 한다. 포드, 르노닛산, 폭스바겐도 증산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가 이들과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공장건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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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왼쪽)과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
◆ 구본준과 신종균, 인도 스마트폰 시장 공략
구본준 부회장과 신종균 사장도 한-인도 CEO 포럼에서 모디 총리를 만난다.
프라사드 장관은 “모디 총리가 방한 중에 LG전자와 삼성전자 최고위 경영진과 공식회동을 할 것”이라며 “논의의 주요 내용은 스마트폰과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사드 장관은 이미 어느 정도 구체적 논의의 단초가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구본준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방한한 프라사드 장관을 만나 인도 스마트폰시장 관련 논의를 했다. 이번에 모디 총리를 만나 더 진전된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LG전자는 인도에 가전공장은 있으나 스마트폰공장은 없다. 하지만 LG전자가 인도를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기지로 삼을 가능성이 떠오른다. 아밋 구즈랄 LG전자 인도마케팅총괄은 3월 “LG전자가 상당한 시장점유율에 도달하면 스마트폰공장 설립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인도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5% 안팎이다. 그러나 지난해 LG전자 인도 스마트폰 판매량은 2013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인도 스마트폰 판매실적은 LG전자 전체매출 신장을 견인했다.
LG전자는 올해 인도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을 두자릿 수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LG전자 인도법인은 올해 연구개발과 마케팅에 100억 루피(1천8백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신종균 사장도 모디 총리를 만나 인도에서 공장건립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홍현칠 삼성전자 서남아총괄 전무는 15일 “제3공장을 건립할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텔랑가나, 구자라트 등이 공장부지 물망에 올랐다. 찬드라세카라 라오 텔랑가나 주총리는 인도 현지언론에서 삼성전자가 공장건립을 위해 1억 달러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노이다에 1995년 설립한 제1공장과 2007년 첸나이에 설립한 제2공장에서 스마트폰과 TV 등을 생산하고 있다. 외국기업 가운데 인도 현지에서 직접 휴대폰을 생산하는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 인도 스마트폰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27.8%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체 휴대폰시장에서도 18.2%의 점유율로 1위다.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현지 생산능력을 갖춰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타이젠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 Z1을 세계 최초로 인도에서 출시하고 타이젠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지금까지 인도에서 Z1은 50만 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인도 중소기업부와 함께 타이젠 앱 개발 직업훈련사업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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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
◆ 모디의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 한국기업 수혜보나
이준규 주인도대사는 15일 “모디 총리는 한국을 주요 협력국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인도가 부상할 때까지 기다리면 늦어질 수 있다”며 “일단 같이 하면 어떻게든 과실이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한국방문을 앞두고 트위터에 한글과 영어로 “한국국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고요한 아침의 나라' 한국을 5월 18일과 19일에 다시 방문하게 되어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라는 인사를 남겼다.
모디 총리는 또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에 한국보다 좋은 파트너는 없다”며 “인도의 젊은 인적 자원에 한국의 제조업 역량을 투자해 달라”고 말했다.
인도는 모디 총리 취임 이후 제조업 활성화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펴고 있다. 국내총생산 대비 15%인 제조업 비중을 2022년까지 25%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모디 정부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식품가공, 제약, 섬유의류, 전기전자, 항공, 화학, 바이오 등 25개 산업을 성장잠재력이 높은 제조업종으로 선정했다.
제조업 중심 경제는 인도의 인구구조에도 알맞다. 중국은 2015년을 기점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지만 인도의 생산가능인구는 2015년 8억5천만 명에서 2050년 11억 명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젊은 세대 중심의 생산소비경제가 기대된다.
모디 총리의 기대처럼 우리나라는 인도 제조업 성장의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서비스업이 인도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인도의 외국인 직접투자 가운데 상당 부분이 서비스업에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인도투자는 대기업 중심으로 제조업에 집중된다. 우리나라가 2013년 인도에 투자한 5억4100만 달러 가운데 제조업 비중은 60%에 이른다.
우리나라 대인도 주요 수출품목도 철강판, 무선통신기기, 자동차부품 등 제조업 제품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대인도 수출규모는 128억 달러로 대만에 이어 8위에 올랐다. 무역흑자규모도 8위다.
우리나라가 인도 수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로 11위다. 중국(13.3%)보다 작지만 일본(2.2%)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고 인도정부도 외국기업 유치에 적극적이지만 인도시장 진출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묻지마식 진출보다 업종, 지역, 진입방식을 세분화해 접근할 것을 제안했다. 인도는 국토 크기만 우리나라의 33배로 지역별로 차이가 크고 문화별·계층별 스펙트럼도 매우 넓기 때문이다.
임정성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인도는 리스크가 많아 단계적으로 진입해야 할 것”이라며 “단독, 신설투자 중심에서 합작 및 인수합병 방식 활용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