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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일모 만도 사장 |
한라그룹의 주력계열사인 만도는 그동안 한라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해 왔다. 한라그룹의 부실을 떠안는 책임을 맡았다.
한라그룹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서 만도는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
만도는 올해 3월 주총에서 경영체제를 각자대표로 바꾸었다. 재무전문가인 성일모 사장 단독체제에서 생산전문가인 정경호 부사장이 대표이사에 합류한 것이다.
만도는 지난해 지주회사 전환 여파로 만족할만한 경영실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경영실적을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 만도, 한라그룹의 무거운 짐 내려놔
만도는 지난해 8월 지주회사 한라홀딩스와 만도로 분할한 뒤 성일모 사장을 대표이사로 새로 선임했다. 그런데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각자대표체제로 변경해 주목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재무전문가인 성일모 사장과 생산전문가인 정경호 부사장의 투톱체제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경영실적 개선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한다.
만도는 지난해 인적분할 전까지 실질적으로 한라그룹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했다. 만도는 자동차 부품제조사로서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어려운 계열사에 자금을 공급해 왔다.
외환위기 때 만도가 한라그룹을 떠나야 했던 것도 한라중공업(현 현대삼호중공업)에 대한 지급보증과 자금대여로 부실을 떠안았기 때문이다.
한라그룹이 만도를 되찾은 이후에도 만도는 계열사 지원을 이어왔다. 만도는 2013년 자회사인 마이스터를 통해 한라건설(현 한라)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3800억 원을 지원했다.
만도는 지난해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도 5010억 원의 현금성자산 가운데 4500억 원을 지주회사에 넘겼다. 만도는 2조2038억 원의 부채 가운데 1조7956억 원을 떠안았다. 이 때문에 지주회사에 돈은 퍼주고 혹만 갖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만도의 한라그룹 계열사 지원은 주주들의 불만을 샀다. 만도가 지속적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느낀 만도의 2대주주 국민연금은 지난해 신사현 전 만도 부회장의 대표이사 연임에 반대하고 기업분할안에도 연거푸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만도의 그룹 계열사 지원은 만도 자체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만도는 지주회사 전환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특히 계열사 지원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점이 긍정적이다.
만도는 한라에 유상증자를 할 경우, 또는 한라홀딩스가 자기자본의 2.5% 이상 자산을 한라로부터 매수할 경우 주총 참석인원의 3분의 2가 동의하고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이 찬성해야 한다는 내용을 정관에 포함해 시장의 신뢰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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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호 만도 부사장 |
◆ 생산 전문가 정경호, 대표 발탁
만도가 각자대표체제로 변경한 것은 만도가 한라그룹 안에서 차지하던 재무적 역할의 비중을 낮추고 자동차 부품제조사 본연의 사업적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기존에 단독 대표이사를 맡았던 성일모 사장은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의 측근이다.
성 사장은 정 회장과 서울고등학교 동창이다. 성 사장은 한양대학교 전기공학과를 나와 1978년 만도의 전신인 현대양행에 입사했다. 성 사장은 이후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다 1994년 만도에 재입사했다. 이때 면접관이 공교롭게도 정 회장이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정 회장이 만도를 되찾은 뒤 다시 이어졌다. 성 사장은 2008년 만도 베이징법인장으로 있다가 정 회장의 연락을 받고 귀국해 해외사업본부장을 맡게 됐다.
성 사장은 2010년 만도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만도의 재상장을 이끌었다. 당시 만도는 주주들에게 막대한 상장차익을 만들어 줬다. 정 회장의 지분차익도 400억 원 이상이었다.
성 사장은 2011년 만도코리아 사장에 이어 2013년 대표이사 겸 최고운영책임자에 올랐다. 성 사장은 한라건설 유상증자와 지주회사 분할 과정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성 사장은 만도 분할 이후 8개월 동안 만도가 독자적으로 살림을 꾸려갈 수 있는 토대를 다졌다.
성 사장과 함께 만도 각자대표체제를 맡게 된 정경호 부사장은 한양대학교 정밀기계공학과를 나와 만도에 입사했다.
정 부사장은 스티어링디비전 본부장, 스티어링디비전 기술센터장, 브레이크디비전 본부장을 역임한 생산전문가다.
만도의 투톱체제는 성 사장이 재무와 영업을 포함해 경영을 총괄하고 정 부사장은 기술과 생산부문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1분기 부진, 올해 실적 기대감 높아
만도는 지난해 분할 이후 첫 실적이 시장기대치를 하회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내놓았다. 만도는 1분기에 매출 1조2691억 원, 영업이익 605억 원을 기록했다.
1분기 만도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매출은 비슷했으나 영업이익은 줄었다. 지난해 1분기 분할 전 만도 실적에서 자회사 한라마이스터 실적 등을 제외하면 매출은 1조2760억 원, 영업이익은 780억 원으로 추산된다.
1분기 만도 고객사인 현대기아차의 완성차 생산량이 줄어든 점이 만도의 경영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1분기 현대기아차 글로벌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줄었다.
만도의 브라질법인 영업손실이 늘어난 점도 경영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브라질법인은 지난해 1분기 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올해 83억 원으로 적자규모가 커졌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10여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하면서 손실을 입은 것이다.
한라홀딩스에 매출의 0.4%를 로열티로 지급하고 만도의 신형 전기자전거인 만도풋루스 아이엠 마케팅비용이 늘어난 점도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들은 만도의 성장세와 연구개발비 투자를 감안할 때 적어도 5%대의 영업이익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만도는 1분기 4.8%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률(6.1%)보다 낮아졌지만 직전분기(4.2%)보다 올랐다.
만도가 올해 실적개선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라그룹이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면서 계열사 지원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난 데다 연구개발 투자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만도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지난해 4.4%에서 4.8%로 늘었다.
만도는 지난해 10조1천억 원을 수주해 목표인 8조5천억 원을 초과달성했다. 수주잔고는 33조 원 이상으로 올해부터 중국, 미국, 폴란드에서 본격적인 매출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만도는 올해 수주 10조2075억 원, 매출 5조3173억 원의 목표를 세웠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만도가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10조 원 이상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연구원은 올해 만도가 매출 5조4141억 원, 영업이익 2788억 원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이 예상치대로라면 만도는 영업이익률 5.1%를 달성하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