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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국민은행의 해외진출 트라우마 극복할까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5-05-10 03: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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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국민은행의 해외진출 트라우마 극복할까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뉴시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이 국민은행의 해외진출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국민은행은 2008년 카자흐스탄에서 현지은행을 인수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봤다. 이 사건으로 당시 강정원 행장이 금융감독원의 징계를 받는 등 큰 상처를 입었다.

국민은행은 그 뒤 해외진출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의 해외수익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의 2%에 불과하다. 해외영업점 수도 17개뿐이다.

윤 회장은 그러나 국민은행 해외진출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메콩강 주변의 동남아시아 국가와 중국 등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 국민은행의 ‘트라우마’ 된 카자흐스탄 현지영업 실패

국민은행의 카자흐스탄 BCC은행 지분인수는 지금도 국내 은행의 대표적 해외진출 실패사례로 꼽힌다.

국민은행은 2008년 카자흐스탄 현지은행인 BCC은행의 지분 41.9%를 사들였다. 인수대금만 9392억 원에 이르렀다.

BCC은행은 2007년 말 기준으로 영업점 205개를 보유한 현지 6위권의 은행이었다. 충성도 높은 개인과 중소기업 고객망도 갖춰 현지영업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BCC은행을 인수하면서 “이제 진정한 의미로 해외진출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밝혔다.

하지만 BCC은행은 국민은행이 지분을 인수한 뒤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BCC은행은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370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그 뒤 흑자전환을 했으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순이익은 21억 원에 불과하다.

강 행장은 BCC은행 투자실패로 2010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경고 중징계를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국민은행이 BCC은행 지분 인수 뒤 입은 평가손실은 약 1조 원에 이른다.

BCC은행은 2013년 말 장부조작과 분식회계 혐의로 카자흐스탄 정부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당시 국민은행의 추가증자에 따라 BCC은행에 대한 영업정지를 검토할 정도로 부실이 쌓였다는 평가를 내렸다.

국민은행은 KB금융 내부에서조차도 BCC은행 인수에 대해 혹독한 비판이 제기됐다.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은 “카자흐스탄 BCC은행 지분인수는 국내 금융사에 남을 실패사례가 됐다”며 “국민은행의 관리능력 부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윤종규, 국민은행의 해외진출 트라우마 극복할까  
▲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오른쪽)이 2008년 3월18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BCC은행의 바키트베크 바이세이토프 이사회 의장(왼쪽)과 주식매매약정을 맺은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 국민은행은 왜 카자흐스탄 진출에 실패했나


국민은행은 카자흐스탄 BCC은행 지분을 인수하면서 현지영업에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현지화에 실패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국민은행은 카자흐스탄에서 현지영업을 시도했으면서도 금융시장 조사를 사전에 제대로 하지 않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인수 당시 “대규모 투자인데도 카자흐스탄 금융시장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며 “국민은행이 이런 불확실성을 빨리 없애고 BCC은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원 행장이 해외진출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당시 강 행장은 BCC은행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은행 이사들에게 허위정보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BCC은행은 인수 당시 순이자마진율이 하락하고 대규모 부채의 만기가 가까워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강 행장은 이를 묵과하고 이사들에게 재무건전성이 양호하다고 보고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BCC은행은 국민은행이 지분을 인수할 당시 성장성이 있는 은행이었으나 지금은 가치가 대폭 하락했다“며 “국민은행의 BCC은행 투자실패는 사전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무리하게 인수합병을 추진한 결과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 윤종규의 국민은행 해외진출 2라운드

윤 회장은 국민은행의 점진적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전의 실패를 거울삼아 해외진출을 차근차근 준비하면서 다른 계열사와 연계해 현지에 기반을 미리 쌓겠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취임 뒤 기자간담회에서 “무작정 인수합병을 하거나 해외로 나가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니다”라며 “얼마나 KB금융에 부합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그 뒤 KB금융 조직을 개편하면서 글로벌사업부를 글로벌사업본부로 격상했다.

일본 미쓰비시UFJ은행의 해외 현지화 사례를 연구하는 등 전문지식도 쌓고 있다. 미쓰비시UFJ은행은 전체 수익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얻고 있다.

윤 회장은 국민은행이 KB금융의 다른 계열사와 함께 해외에 진출해 현지에서 영업기반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KB국민카드와 함께 중국에서 금융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KB국민카드는 지난달 중국 최대 규모의 카드회사인 유니온페이(은련카드)와 제휴협약을 맺고 중국 현지에 전자결제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올해 안에 중국 상하이지점을 개설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이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추진하는 해외 영업망 확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시장이 포화상태에 놓인 만큼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해외시장 공략도 쉽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익성이 높은 곳인 만큼 현지영업을 차차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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