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로 꼽아온 경복궁 옆 호텔건립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관광진흥법 개정안 처리가 4월 임시국회에서 무산되면서 6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됐지만 여전히 야당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다.
정부 안팎에서 이 개정안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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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1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관광호텔을 학교반경 200m 이내에 신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한항공은 7성급 호텔을 서울 종로구 송현동 경복궁 옆 부지에 지을 수 있다.
대한항공은 2008년부터 이곳에 7성급 호텔을 짓는 계획을 추진했지만 근처에 학교가 3개나 있어 속도를 내지 못했다.
호텔은 학교보호법에 따라 유해시설로 규정돼 있어 학교와 직선거리가 200m 이상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 부지는 인근의 덕성여고, 풍문여고와의 직선거리가 불과 50여m밖에 되지 않는다.
조양호 회장은 호텔사업을 항공사업과 함께 한진그룹의 양대 축으로 키우려 하는데 서울시내에 위치한 호텔의 확보는 꼭 필요하다.
한진그룹은 제주도와 인천, 하와이에 6개 호텔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에 호텔이 없어 호텔신라나 호텔롯데 등 다른 기업에 비해 명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조 회장은 서울시에 호텔을 짓기 위해 2013년 직접 박근혜 대통령에게 호텔규제 완화를 건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경제활성화 정책의 하나로 국회 통과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이 터지면서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 개정안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새누리당이 4월 임시국회에서 상정하면서 다시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당시 한국관광협회중앙회와 한국관광호텔업협회 등 국내 관광업계가 공동성명서를 내고 학교 인근 관광호텔 건립 규제를 철폐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이 대한항공에게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워낙 거세 4월 임시국회 상임위원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했다.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지도 미지수다. 도시연대, 문화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10개 단체는 '송현동 호텔건립반대 시민모임'을 결성해 반대운동을 강화하고 있다.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2012년 10월 국회에 제출돼 2년7개월째 계류중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4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 통과에 거는 기대가 컸던 만큼 추진동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대한항공이 바로 호텔건립에 착수하기는 쉽지 않다. 교육청의 심의와 종로구청의 승인이 필요한 데다 조현아 전 부사장 사건으로 악화한 여론도 걸림돌로 남아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