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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수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2월1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경품추첨 행사에 참석한 배우 장동건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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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5대 사장이 사장이 지난 3월 그만뒀다. 낙하산 논란 속에서 사장으로 취임한지 9개월 만이다. 사임 이유는 오는 6월 선거에서 강원도지사 출마였다. 인천공항은 한순간에 기장을 잃었다. 정 사장이 그만둔지 한달이 넘어도 후임 사장 절차를 아직 밟지 못하고 있다. 공기업 가운데 가장 안정적이라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표류가 불가피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낙하산 논란은 '숙명' 같다. 초대 강동석 사장을 빼고 모든 사장이 낙하산 논란에 시달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역대 사장들이 처음 낙하산 논란과 함께 인천공항에 들어왔어도 떠날 때쯤엔 나름대로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창수 사장은 달랐다. 처음부터 낙하산 논란으로 시작해 9개월 만에 사장 자리를 박차고 나간 마지막까지 낙하산의 그림자를 인천공항에 드리웠다.
◆ 정창수 5대 사장 "‘명’에 의해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9개월 남짓 했다."
정창수 사장은 지난 3월3일 사장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지 정확히 9개월 만이다. 전체 임기 3년의 4분의 1밖에 채우지 않았다.
정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고 이틀 뒤 3월5일 강원도청 기자실을 찾았다. 그는 “31년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최근 2년 동안 강원도 자치단체와 대학을 돌며 강의하고 세미나 좌장도 맡아 지역에 대해 나름대로 공부를 하다 명에 의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9개월 남짓 했다”고 말했다. 강원지사 출마 결심을 밝힌 자리였다. ‘명’에 의해 공모직인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했다는 그의 말은 곧 낙하산을 고백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 사장은 취임 전부터 낙하산 논란의 정점에 있었다. 2013년 5월 사장 공모를 시작하자마자 내정설이 돌았다. 인천공항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사장 후보자 4명을 선정해 국토교통부에 올렸다. 국토교통부는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이를 상정했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4명 중 정 사장을 비롯한 2명을 최종 후보로 선정해 청와대에 인사검증을 요청했다.
그런데 애초 인천공항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정 사장을 1차 전형에서 탈락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 시작 단계부터 정 사장의 내정설이 돌아 그를 후보에 포함하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덕성 논란도 있었다. 정 사장은 2011년 국토해양부 제1차관 시절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영업정지 직전 본인과 가족 명의로 예치했던 2억 원 가량의 예금을 찾아간 사실이 드러나 자진사퇴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도 지적됐다. 정 사장은 국토부 출신이지만 재직 당시 주택과 건축 등 부동산 분야만 담당해 항공 등 교통분야의 전문성이 부족했다.
하지만 얼마 후 정 사장이 다시 후보에 들었고 결국 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낙하산은 현실로 나타났다.
공모에서 취임까지 불과 34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도 낙하산 해석에 설득력을 더했다. 일반적으로 공기업 사장의 경우 공모부터 취임까지 3개월가량 걸린다. 반면 정 사장은 인천공항공사의 이전 사장들과 달리 속전속결로 취임을 마무리했다. 정 사장을 내정해 두고 형식적으로 절차가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정 사장은 2013년 겨울부터 강원지사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정 사장은 "6월 지방선거 출마 의사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그런 말을 언제 했냐는 듯 그는 사장 취임 9개월 만에 인천공항공사의 산적한 현안들을 뒤로 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래서 지금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없다. 쉽게 자리에 앉고, 앞으로 갈 자리를 항상 머리에 그리며 경영을 책임지지 않는 낙하산 인사의 전형적 폐해를 잘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왜 필요할까
인천공항은 현재 공항 3단계 확장 공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월 시작된 이 공사는 총 공사비 4조9천여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다. 연간 1800만 명의 승객이 이용할 수 있는 제2여객터미널을 짓고 있는데 2017년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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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수 전 인천공항 사장(오른쪽)이 3월 20일 열린 새누리당 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광역단체장 공천신청자 간담회에서 최흥집(왼쪽), 이광준(가운데) 강원도지사 예비후보와 화합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
정 사장의 전임자였던 이채욱 사장은 지난해 1월 사의를 밝히면서 “3단계 사업이 본격화되기 전 사퇴해야 차기 사장이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임이던 정 사장이 공사가 시작된 지 5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이 공사를 추진하고 책임질 수장자리는 공석이 됐다. 특히 3단계 공사의 경우 정부 예산은 하나도 없고 인천공항공사의 예산으로 진행된다. 사장이 없으면 사업진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오는 5월 국제공항협의회 세계총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이 총회는 5월26일부터 28일까지 3일 동안 서울코엑스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세계 각국의 공항 및 항공사 관계자 600여 명이 참석한다. 손님들을 대거 초청해 놓고 주인은 ‘도망친’ 모양새다.
정 사장의 전격사퇴에 가장 당황해 하는 곳은 인천시다. 정 사장의 사퇴로 인천시와 인천공항공사가 진행하는 각종 협력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인천시와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11월 ‘상생발전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고 ‘상생협력위원회’를 발족했다.
인천시와 인천공항공사는 이를 통해 인천공항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 사장의 사퇴로 후속사업은 힘들어졌다. 후임사장이 오더라도 사업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 사장의 후임 인선 일정은 아직도 잡혀있지 않다. 사장 공모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여러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른다. 낙하산 인사의 연기도 다시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인천시장 경선에 나선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사장 후보에 오르내리고 있다. 안 전 시장이 사장 후보에 거명되자 사장 공모에 참여하려던 내부 인사들이 모두 공모 의사를 접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정 사장은 지난 3월5일 강원지사 출마 기자회견에서 취임 9개월 만에 각종 현안을 두고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비판이 나오자 “일은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하는 것으로 인천공항공사는 강력한 시스템을 구축한 조직”이라며 “중도사퇴에 아쉬움도 있지만 지난 9개월 동안 내가 지닌 공력의 공력의 120%를 투입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 “그렇다면 인천공항공사는 왜 사장이 필요하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그의 사퇴로 인천공항은 CEO없이 운영되고 있다. 아무리 세계 최고수준의 공항이라 하더라도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경우 그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 조우현 2대 사장 "낙하산이 아닌 승용차 타고 왔다."
“나는 낙하산을 타고 오지 않았다. 나는 승용차를 타고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왔다.” 인천공항공사의 두 번째 사장이었던 조우현 사장이 낙하산 인사라는 노조의 지적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했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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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현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 |
조 사장은 강동석 초대 사장과 마찬가지로 건설교통부 출신이다. 강 초대 사장이 공항 건설 때부터 공사의 전 과정을 지키며 인천공항을 만들었다는 평을 듣고 있는데 반해 조 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의 심사가 있기 전부터 내정설이 돌면서 낙하산 논란에 시달렸다.
조 사장은 출근 첫 날인 2002년 4월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노조와 충돌했다. 하지만 요란했던 등장과 달리 임기 내내 비교적 조용히 내실을 다지는 데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사장은 2002년 4월부터 임기를 시작해 2005년 3월까지 만 3년 동안 사장으로 일했다. 2004년 개항한 이후 처음으로 인천공항이 1천억 원대의 흑자를 만들어 냈다. 세계적으로 항공수요가 높아진 데다 자체적인 경영개선 노력까지 더해진 결과였다.
특히 조 사장의 취임 이후 각종 운영비 예산을 10% 이상 절감하는 등 긴축경영한 것이 수익개선에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각국 항공사들과 끈질긴 협상을 통해 공항사용료를 최대한으로 높이는 데 주력한 것도 주효했다. 개항 당시 47개였던 취항항공사는 2004년 말 55개로 늘어났다. 개항 당시 109개였던 취항도시도 127곳으로 확대됐다. 다만 취항항공사와 취항도시가 동남아 지역으로 편중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는 취임 초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인천공항공사 노동조합과 결국 충돌했다. 노조가 조 사장을 고소한 것이다. 노조는 취임 첫 해인 2002년 7월 조 사장을 노조사무실 무단침입과 총회방해 등을 통한 부당노동행위혐의로 노동부에 고소했다.
조 사장은 퇴임을 앞두고 재임기간에 대해 스스로 이렇게 평가했다. “인천공항이 4년 만에 1천억 원이 넘는 첫 경영흑자를 달성했다. 아시아공항 중 유일하게 시정거리 100m에서도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CAT-Ⅲb공항 운영등급을 획득했다. 가장 보람 있었다.”
◆ 낙하산 논란은 왜 매번 반복되는가
인천공항공사의 역대 사장들은 대부분 낙하산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3대 이재희 사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김해 출신에 항공 및 공항산업 관련 업무 경험이 전혀 없다는 이유로 낙하산 논란에 시달렸다.
이채욱 사장도 영남 출신에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낙하산 논란에 시달렸다. 그는 특히 인천공항공사를 민영화할 경우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던 맥쿼리에 자신의 사위가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곤욕을 치뤘다. 그의 사위가 맥쿼리를 떠난 것으로 알려지고 나서야 낙하산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인천공항공사와 같은 공항, 교통, 철도 등의 사회간접자본 공공기관은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기관의 덩치가 커 정권의 당선을 도운 공신들에게 나눠주기에 안성맞춤인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이나 에너지 분야와 달리 전문성이 없어도 자리를 보전하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천공항공사뿐 아니라 많은 사회간접자본 공공기관장들이 낙하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국공항공사 김석기 사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항공 분야와 전혀 관련이 없다. 그는 6명이 사망한 용산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었다. 김 사장은 공사 임원추천위 심사에서 3명의 후보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사장에 선임돼 낙하산 논란의 주역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 들어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임명된 김학송 사장도 마찬가지다. 김 사장도 친박계 중진의원 출신이다. 김성회 지역난방공사 사장도 화성갑 보궐선거에서 서청원 후보에게 자리를 내준 보상으로 지역난방공사에 앉았다는 낙하산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전문가들은 낙하산 논란을 피하기 위해선 경영능력을 가장 중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모로 뽑더라도 무늬만 공모제가 아니라 외부의 뛰어난 인재가 공모 과정을 신뢰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공모와 임명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