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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이부진, 롯데 신라의 세계적 면세점 도전 승산있나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5-05-07 11: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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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이부진, 롯데 신라의 세계적 면세점 도전 승산있나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면세점사업의 안방강자에서 벗어나 세계로 뛰어가려고 한다.

신 회장과 이 사장은 글로벌 면세점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글로벌 면세점사업권 입찰에 뛰어드는 등 글로벌시장 진출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는 국내 면세점 양강이다. 국내 면세시장에서 두 회사의 매출비중은 80%가 넘는다.

그러나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는 아직 세계 면세시장에서 매출비중으로 따져 5위와 7위에 머물고 있다.

신 회장은 2018년까지 롯데그룹의 면세점사업을 세계 면세점 2위로 올려놓는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월드듀티프리 인수전에서 세계 1위 듀프리에게 패하는 등 글로벌 면세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이 사장 역시 글로벌 면세시장에서 '빅3'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사장은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면세점 입찰권을 따내고 기내면세점 1위인 디패스도 인수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지만 수익성에 발목을 잡혔다는 지적을 받는다.

◆ 글로벌 면세시장 진출 확대

호텔롯데는 2012년 인도네시아 수카르노히타 공항점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창이공항 토산품매장과 패션잡화매장,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면세점, 미국 괌공항점, 일본 간사이공항점 순으로 문을 열었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9개 면세점 해외법인에서 매출 561억 원, 당기순손실 234억 원을 기록했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괌공항과 일본 간사이국제공항에 면세점을 새로 문을 연 덕분에 매출이 전년보다 85% 늘었다. 그러나 사업초기 비용이 들어간 탓에 당기순손실은 전년보다 29% 가량 늘어난 상태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매출이 크게 늘었지만 세계 면세점 1위 듀프리가 월드듀티프리 인수를 통해 한해 90억 달러 매출을 한꺼번에 벌어들일 수 있게 된 데 비하면 역부족이다. 그만큼 신 회장으로서 월드듀티프리 인수를 실패한 점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신동빈 이부진, 롯데 신라의 세계적 면세점 도전 승산있나  
▲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서울 시내 백화점 면세점
호텔신라는 지난해에만 싱가포르 창이공항면세점과 마카오공항면세점을 차례로 열었다.

이 사장은 지난해부터 국내보다 해외면세점사업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호텔신라 시무식에서 “해외면세점을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이 사장은 지난 3월 세계 기내면세점 1위인 미국의 디패스 인수를 통해 이런 경영계획을 구체화하는 데 성공했다.

디패스는 연간 매출 5500억 원으로 세계 30여 개 항공사와 제휴를 맺고 기내에서 면세 물품을 제공하고 있다. 미주지역에 40여 개 소규모 면세점 매장도 운영하고 있는 것도 강점으로 여겨진다.

◆ 글로벌 면세업체들 이합집산

글로벌 면세점업체들은 최근 들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 1위 스위스 면세점업체 듀프리는 큼직한 인수합병을 치르며 세계 면세점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듀프리는 지난해 세계 5위의 프랑스 면세점업체인 ‘뉘앙스’를 인수했다. 올해 들어 월드듀티프리 인수를 통해 세계 1위 면세점 자리를 굳혔다. 이에 따라 듀프리는 세계 면세시장점유율 20%를 넘겼다.

줄리안 디아즈 듀프리 CEO는 지난 10년 동안 12번에 이르는 인수합병을 통해 회사를 확장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듀프리에 1위 자리를 뺏긴 세계 2위 DFS도 최근 대대적인 사업확장 계획을 내놓았다. DFS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면세점 매장을 추가로 열기로 했다.

DFS는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그룹의 계열사다. DFS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면세점사업을 전부 매각하려 했으나 최근 들어 사업계획을 확장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글로벌 면세점업체들이 인수합병과 사업확장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 데는 세계 면세점시장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1억 명을 넘어섰다. 중국 중산층이 계속 늘어나 중국인 관광객이 뿌리는 돈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면세점시장도 2013년 542억 달러에서 올해 6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면세점업계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완전히 변하고 있다”며 “글로벌 면세점업체들이 인지도를 높이고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글로벌 면세시장 일진일퇴

신동빈 회장과 이부진 사장 역시 글로벌 면세시장에서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글로벌 면세점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 회장과 이 사장은 지난해 9월 세계 12위 규모인 호주 시드니공항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나란히 실패했다. 대신 세계 3위 면세점인 독일의 하이네만이 사업권을 따냈다.

  신동빈 이부진, 롯데 신라의 세계적 면세점 도전 승산있나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 회장은 지난 1월 뛰어든 오클랜드공항면세점 입찰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호텔롯데는 프랑스면세점인 LS트래블리테일과 아일랜드기업인 AR에게 공을 넘겨줬다.

호텔롯데는 오클랜드공항면세점이 호주는 물론 중국과 싱가포르 고객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입찰에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입찰금액에서 밀렸다.

신 회장은 최근 월드듀티프리(WDF) 인수전에서도 스위스 면세점업체인 ‘듀프리’에 밀려 인수에 실패했다. 호텔롯데가 인수를 했다면 세계 5위(7.55%)에서 세계 2위(14.53%)로 껑충 뛰어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신 회장은 이에 앞서 월드듀티프리 인수전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고 인수가능한 금액도 4조 원까지 올려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계 1위 듀프리가 강력한 글로벌 인지도를 앞세워 월드듀티프리 지분 50%을 4조 원보다 훨씬 낮은 금액인 13억 유로에 사들였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해 10월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신라면세점을 열어 해외면세점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창이공항은 세계 공항면세점 가운데 매출 4위다.

이 사장은 당시 롯데면세점을 비롯해 듀프리와 DFS벤처싱가포르, 킹파워그룹 홍콩, 뉘앙스-왓슨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운영권을 따냈다.

하지만 개장초기 들이는 막대한 비용과 공항면세점 임차료가 매우 높기 때문에 이익을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호텔신라의 창이공항면세점은 지난해 4분기 340억 원의 적자를 냈다. 글로벌 면세사업 확장에 따라 호텔신라 차입금 규모도 2010년 3062억 원에서 2013년 5886억 원까지 늘어났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주로 진출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에서 정부의 면세점 독과점 규제가 없기 때문에 현지 독점업체들과 경쟁하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 해외로 나가야 하는 이유

국내 면세시장은 중국인 관광객 방문에 힘입어 지난해 세계 면세시장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국내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7조5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10% 이상 늘었다. 백화점과 마트의 매출 증가율이 3% 안팎에 머무는 것과 비교된다.

국내 면세시장에서 호텔롯데는 51%를, 호텔신라는 30%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면세사업을 통해서만 매출 3조9494억 원, 영업이익 3915억 원을 올렸다. 호텔롯데 전체 매출의 83%, 영업이익의 96%를 차지했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면세사업 매출 2조6121억 원, 영업이익 148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매출의 90%, 영업이익의 107%를 넘어선 수치다.

신 회장과 이 이사장은 그동안 국내 면세시장에서 승승장구해 왔다. 그런데도 신 회장과 이 사장이 해외면세시장을 진출에 온힘을 쏟는 데는 국내 면세시장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 불안하기 때문이다.

  신동빈 이부진, 롯데 신라의 세계적 면세점 도전 승산있나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면세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면세점 매출은 국내 관광업이 발전해야만 지속성장이 보장된다”며 “한류열풍이 식어 중국인 관광객이 과거 일본인 관광객처럼 썰물처럼 빠져나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윤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엔저가 장기화할 경우 중국인 관광객의 일본방문이 급격히 늘어나 화장품이나 면세점 등 요우커 관련 기업들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이 아닌 일본 등지로 여행을 떠나는 현상은 엔저현상으로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은 7년 만에 나타난 초엔저 현상 덕분에 같은 화장품을 사도 일본 면세점에서 구매할 때 한국 면세점보다 25%나 싸게 살 수 있다.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1~3월 92만35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93% 이상 급증했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증가세인 36%의 3배 수준이다.

일본정부는 엔저를 무기삼아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소비세 면세품목을 확대했다. 일본기업들은 저마다 중국인 관광객 대상 여행상품을 내놓고 고품질 가전 주방용품을 ‘싹쓸이 쇼핑’할 수 있도록 할인행사를 열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의 절반을 차지하는 20~30대 젊은층이 자유여행을 선호하고 있어 국내 패키지관광 코스로 면세점을 찾는 발길이 언제까지 이어갈 지도 불확실하다. 이들의 한국 관광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 재방문율이 25%에 그치고 있는 점도 불안한 대목이다.

중국정부가 중국인 관광객들이 막대한 쇼핑으로 국부를 유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도 위협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달 30일 중국 내로 들여오는 물품에 대해 자발적 납세신고제도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면세점들의 매출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또 지난 3월 하이난의 내국인 면세점 취급품목을 21종에서 38종으로 확대하고 인기상품 10종에 대한 구매한도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중국 최대규모의 국유 면세점업체인 ‘중국국제여행사’는 지난해 9월 하이난에 문을 연 세계 최대규모의 면세점에서 내국인의 이용을 허용했다. 이 면세점에 글로벌 브랜드 300여 개가 입점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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