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사외이사 자리를 계열사 출신 임원들이 차지해 감시와 견제라는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증권사가 아닌 계열사에서 사외이사로 이동하는 사례도 많이 나타나 자칫 독립성과 전문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김일군 전 NH한삼인 대표이사, 김재철 다우와키움 대표이사가 각각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에서 사외이사 역할을 이어간다. |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김일군 전 NH한삼인 대표이사, 김재철 다우와키움 대표이사가 각각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에서 사외이사 역할을 이어간다.
김일군 사외이사는 농업협동조합중앙회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농협맨’으로 2017년부터 NH투자증권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김재철 사외이사는 키움증권이 속한 다우키움그룹의 계열사인 다우기술, 다우와키움 등에서 8년 넘게 대표이사 등 주요 임원으로 일하다가 2017년 3월 키움증권 사외이사로 첫 선임됐고 26일 주주총회에서 재선임 됐다.
국민연금은 내부출신으로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며 반대했으나 재선임안은 통과됐다.
KB증권, 한화투자증권, 신영증권 등도 계열사 출신의 인사를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노치용 전 KB투자증권 대표이사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고 한화투자증권도 이청남 한화S&C 대표이사를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노치용 사외이사의 임기는 2020년 5월, 이청남 사외이사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
신영증권의 장세양 사외이사 역시 지난해 신규 선임돼 임기는 2020년 초까지다. 장세양 사외이사는 신영증권에서 법인사업본부장 부사장까지 지냈다.
증권사의 사외이사에 계열사의 주요 임원들이 자리잡아 그룹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역할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떨어지는 만큼 본연의 역할인 경영진 감시 및 견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래에셋대우 주주총회에서는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이 통과됐지만 이후 사임하는 일도 벌어졌다.
미래에셋대우는 27일 권태균 사외이사와 박찬수 사외이사를 재선임했지만 두 사외이사 모두 사임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에서 두 사외이사를 놓고 이해관계와 학연 등 독립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전문성이 필요한 증권사의 사외이사 역할을 잘 해내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재선임된 교보증권이나 키움증권, NH투자증권의 사외이사들은 각각 농협중앙회, 다우와키움 등 증권사가 아닌 업종에서 경력을 쌓아 증권업 실무경력은 부족한 편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 사외이사는 전문성이 있어야 제대로 된 감시에 나설 수 있는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증권사에서는 사외이사들이 회사의 중요한 결정에 많은 기여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것도 일부 사외이사의 특별한 사례로 대부분 사외이사에 보편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치용 KB증권 사외이사가 합병 전 KB투자증권의 대표이사를 맡았고 사외이사를 맡은 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성공적 합병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고 하지만 아주 드문 사례라는 견해가 많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사외이사는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아 계열사 출신이나 내부인사가 발탁되는 일이 많다”며 “사외이사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거수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