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대상 금융회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28일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의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시각차가 드러났다.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은 27일 나란히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업무보고를 했다. 이 자리에서 윤 원장이 추진하고 있는 종합검사가 질의응답에 올랐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종합검사를 놓고 윤 원장에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문제도 종합검사 대상에 포함되나”고 질문했다.
윤 원장은 “종합검사 대상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삼성생명도 포함돼 있다”며 “종합검사이므로 즉시연금 뿐 아니라 암보험 등 모두 검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대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즉시연금 문제는 소송이 진행 중인데 금감원이 종합검사를 통해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한다면 소송은 뭐하러 하나”라며 “즉시연금은 법적으로 결론이 나올 때까지 종합검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며 윤 원장을 압박했다.
윤 원장은 “종합검사는 여러 가지를 보는 것”이라며 “검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하지만 최 위원장의 태도는 조금 달랐다. 최 위원장은 “김 의원의 지적에 일리가 있다”며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을 검사하는 것을 놓고 금융위도 같이 살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의 생각은 외국계 은행의 배당문제에서도 엇갈렸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100% 외국인 주주인데 적자를 보면서도 배당을 했다”며 “정당하고 합리적 배당인지 한국을 떠나려는 수순인지 걱정된다”고 꺼냈다.
윤 원장은 “지적하신 한국씨티은행이나 SC제일은행이 과다하기는 했다”며 “이들이 시장의 불안감을 초래한 부분도 있으므로 은행들과 협의해 시장을 안정시키면서 적정한 수준을 고민할 것”이라며 개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반면 최 위원장은 “한국씨티은행은 과거에 많은 돈을 들여와 BIS비율이 높다”며 “배당을 제한할 마땅한 근거가 없고 자유롭게 돈을 들고가야 자유롭게 돈을 들고온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개입에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은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 금감원 예산안 문제 등 여러 현안을 거치며 불거진 불화설을 의식한 듯 올해 들어서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며 최대한 불협화음을 피해왔다.
윤 원장은 종합검사 기준을 정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의 지시를 충실히 따랐다.
최 위원장과 대립했던 노동이사제를 놓고도 “아직 사회의 수용도가 높지 않은 만큼 조금 천천히 가도 되겠다는 것이 금감원의 생각”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는 등 공식석상에서 발언도 조심스러워 졌다.
최 위원장도 금감원 퇴직자의 재취업 규제를 놓고 “금감원 퇴직자의 재취업 제한 규정은 공무원들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엄격해 검토가 필요하다”며 금감원의 현안에서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민감한 부분에 관해 의원들과 질문과 답변이 구체적으로 오고가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생각 차이는 드러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제관료 출신인 최 위원장과 진보성향 학자 출신인 윤 원장은 걸어온 길이 다른 만큼 금융 현안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두 사람의 생각차이에 따른 갈등은 금감원의 검사업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불거질 수 있다.
금감원은 28일부터 국회 업무보고 과정에서 언급된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경영실태평가를 시작했다. 금감원의 올해 첫 은행 건전성 검사로 종합검사 일정이 미뤄지면서 예전보다 수 개월 늦게 시작한 것이다.
금감원이 삼성생명을 종합검사 대상으로 지정하면 금융위가 재검토나 대상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은 4월 초에 종합검사 세부 시행방안을 금융위에 보고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종합검사는 업계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뒤 금융위와 공유하는 절차를 거쳐 시행할 것”이라며 “금융회사의 수검부담을 덜고 표적검사 논란도 최대한 피해 과거와 다른 종합검사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