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적극적 배당정책으로 주주가치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지만 2015년 합병 당시 제시했던 장밋빛 미래와 비교해 볼 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물산은 현재 대규모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삼성전자 지분 매입,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한다면 자연스럽게 주주가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25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2019년 3개년 배당정책 연장 등을 통해 주주가치 확대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해 발표한 3개년 배당정책은 배당 규모를 전년과 비교해 3배 이상 늘리며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정책이 내년 끝나는 만큼 연장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2018년 1월 이사회에서 향후 3년 동안 배당 규모를 미리 확정하는 ‘3개년(2017~2019년) 배당정책’을 의결하는 등 주주가치 확대정책을 진행했다.
하지만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 당시 힘을 실어줬던 주주들을 만족하기에는 부족하다.
삼성물산은 2015년 합병 당시 주주들에게 2020년까지 연간 매출 60조 원의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 매출은 30조 원에 그친다.
삼성물산은 2018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 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주가 역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 주가는 최근 10만 원 초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합병 기대감으로 2015년 6월5일 보였던 최고가 19만7000원(종가 기준)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몇몇 주주들은 22일 열린 올해 주주총회에서 발언권을 얻어 주주가치 확대를 위한 회사의 더욱 적극적 조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주주들의 요구에 “3개년 배당정책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직접 적극적 배당정책을 약속했지만 이를 통해서는 주주가치 확대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이 3개년 배당정책을 발표한 2018년 1월 주가는 잠시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으나 한 달도 채 안 돼 급락을 거듭하다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삼성물산이 3개년 배당정책을 연장한다 해도 이미 한 번의 학습효과를 지니고 있고 배당 규모 역시 1차 발표 때처럼 크게 늘어나기 쉽지 않은 만큼 시장의 반응은 제한적일 수 있다.
결국 삼성물산이 보유한 막대한 현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앞으로 주주가치 확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2018년 말 기준 연결기준으로 2조9천억 원 규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1년 전보다 900억 원 줄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규모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대규모 현금을 통해 삼성전자 지분 인수, 인수합병(M&A)을 통한 바이오사업 강화, 신사업 진출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현금성 자산 등 투자재원을 확보함에 따라 앞으로 지분 인수, 인수합병 등 미래 성장동력 및 배당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며 “이는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올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생명이 처분해야 할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 인수한다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안정화하는 동시에 삼성전자의 안정적 배당을 통해 지속적으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바이오사업 강화는 삼성물산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신사업 진출은 미래 성장동력을 향한 투자로 그 자체로 큰 의미를 지닌다. 대규모 인수합병은 매출 규모를 빠르게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 선택지일 수 있다.
다만 바이오사업 강화를 선택한다면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향한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변수가 많을 수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금 활용방안과 관련해 “현재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다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가치를 강화하는 쪽으로 현금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