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보험 가입자가 자살 등 고의사고를 일으켰다고 명백히 입증하지 못하면 보험사가 재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 이희숙 한국소비자원 원장.
50대 남자 A씨는 2015년 8월20일 집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1급 장해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던 도중 사망했다.
A씨는 1996년 장해진단을 받으면 5천만 원을 지급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A씨의 상속인은 보험사에 재해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고의사고(자살)를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보험사는 A씨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고 의무기록에 자해, 자살 등의 기록이 있는 등 자살을 목적으로 번개탄을 피워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사고이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A씨 상속인의 손을 들어줬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A씨가 사고 발생 20일 전 종합건강검진을 받고 사고 전날 직장 동료와 평소와 같이 문자를 주고받은 점에 주목했다.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경찰 기록에 사고의 원인이 된 연소물은 A씨가 발견된 방과 구분된 다용도실에서 발견된 점, 연소물의 종류를 번개탄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해 보험사가 고의사고를 명백히 입증하지 못했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조정결정은 ‘보험사가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엄격한 입증책임을 부담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다시 확인한 것”이라며 “막연히 고의사고를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보험사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설치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성립된 결정내용은 당사자들이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다. 다만 한쪽 당사자가 결정 내용을 수락하지 않으면 다른 당사자는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