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기초자치단체 금고 선정기준이 지방은행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뀌면서 지자체 금고 유치전에서 지방은행들이 시중은행보다 우위에 서게 됐다.
다만 여전히 금리 경쟁에서는 시중은행들이 상대적으로 강점을 지닌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실제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방은행들이 그동안 정부에 요청하던 금고 선정 평가기준 변경이 상당부분 받아들여졌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 금고를 선정할 때 출연금(협력사업비) 등 ‘협력사업계획’ 평가배점을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금고 선정 평가기준' 개선안을 내놓았다.
협력사업비는 금고를 맡은 은행이 지자체 자금을 운용해주고 투자수익의 일부를 지자체에 출연하는 것을 말한다.
지자체로서는 출연금을 많이 준다는 쪽에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어 막대한 재원을 보유하고 큰 출연금을 제시하는 시중은행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이라고 지방은행의 불만이 제기됐다.
기존에 4점이었던 협력사업계획 점수는 2점으로 낮아졌고 출연금 상한선도 설정했다.
출연금이 순이자마진(NIM)을 초과하거나 이전보다 규모가 20% 이상 커지면 출연금이 과다한 것으로 평가해 행정안전부에 보고하는 방식이다. 행정안전부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금융당국에 협조를 요청한다.
지방은행들이 지자체 금고를 놓고 시중은행과 벌이는 경쟁에서 가장 문제삼던 출연금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된 것이다.
이밖에 지방은행들이 요청하던 지역친화적 평가기준들도 대거 담겼다.
지역 재투자 평가결과를 금고 선정에 반영하고 지역금융 인프라 항목평가가 강화됐다.
은행이 한 지역에서 확보한 수신액을 바탕으로 얼마나 다시 이 지역에 대출해줬는지와 지자체 행정구역에 지점, 무인점포, 자동화기기(ATM) 수 등이 평가에 추가된다.
경영 건전성은 양호하나 자산 규모가 작아 신용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은행들을 고려해 국외기관 신용도 평가 배점도 6점에서 4점으로 낮췄다.
다만 지방은행들은 이번 기준 변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자체 금고 선정이 근소한 점수 차이로 갈리는 상황에서 여전히 출연금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실제 선정 과정을 지켜봐야한다는 것이다.
또 대출·예금금리 배점을 15점에서 18점으로 3점 늘린 점도 지방은행으로선 썩 마뜩치 않은 대목이다.
출연금 과당경쟁을 막는 대신 금리 경쟁을 하라는 취지지만 또 하나의 출혈경쟁이 벌어질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시중은행이 지자체에 상대적으로 더 높은 예금금리를 제시할 여력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지방은행의 요구를 상당부분 받아줬지만 은행들로서는 금리 경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만큼 실제 입찰 과정에서 이번 변화가 어떤 결론을 낳을지 확인한 뒤에야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