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와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제3 인터넷전문은행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결국 결별을 선택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기회를 뒤로 하고 신한퓨처스랩 등 그동안 신한금융이 해오던 ‘혁신금융’ 기조를 이어간다.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토스뱅크 지분 15% 내외를 확보해 단순한 재무적투자자(FI)가 아닌 전략적투자자(SI)로서 역할을 하려 했지만 결국 모두 백지화됐다.
정보통신(ICT) 스타트업인 비바리퍼블리카와 대형 금융회사인 신한금융이 각각 인터넷전문은행을 놓고 ‘동상이몽’을 꾸다 제 갈길을 찾은 모양새다.
후발주자로서 ‘차별화 전략’을 선택한 비바리퍼블리카와 기존 금융권의 선두주자로서 ‘영향력 확대 전략’을 추진한 신한금융 사이에 시각 차이가 컸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간편송금 서비스인 ‘토스’에 이어 최근 보험판매와 증권사 설립 등 사업 다각화 및 수익원 확보를 추진하고 있었던 만큼 이런 흐름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덩치가 큰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방식보다는 소상공인을 겨냥한 특화은행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해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챌린저뱅크’를 내세웠다.
다만 이런 형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신한금융에게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 결국 결별 이유가 됐다.
신한금융은 이번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쇼핑, 부동산, 유통, 배달, 여행 등 종합생활금융 생태계를 꾸리려 했다.
비교적 금융권보다는 규제가 덜 까다로워 자유로운 서비스 제공이 가능항 인터넷전문은행 영역에서 대형 금융그룹들과 경쟁에서 한발 앞설 수 있는 신한금융만의 확장된 플랫폼 서비스를 마련하기 위한 일종의 ‘승부수’였다.
신한금융으로선 수익을 쫓기 위해서라면 굳이 대규모 자금을 들이며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 이유가 없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사례에서 보듯이 인터넷전문은행이 단기간에 수익을 얻기 어렵다는 점도 눈으로 확인했다.
일각에서는 신한금융이 비바리퍼블리카의 자본조달 능력에 의구심을 보이면서 둘 사이가 틀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최소 자본금은 250억 원이지만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자들의 사례를 볼 때 자본금 규모를 1조 원대까지 불려야한다.
그러나 스타트업인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분율 34%를 유지하면서 그 정도 규모의 자본금을 불리기 쉽지 않다는 의구심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분구조나 자본여력 등을 놓고선 크게 의견차이가 벌어지지 않았다”며 “사업방향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토스가 신한금융 측에 발 빼기를 요청하고 신한금융지주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이 27일인 만큼 신한금융이 다시 컨소시엄을 꾸려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신한금융은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는 문제는 다음 기회로 넘기고 그동안 해오던 혁신금융 기조를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태도다.
신한퓨처스랩 등 신한금융의 핀테크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들과 꾸준히 소통을 늘리며 기존의 종합생활금융 플랫폼 전략을 추진해 나가고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은 훗날로 미뤄둔 모양새다.
다만 하나금융지주가 참여하는 ‘키움뱅크 컨소시엄’이 순조롭게 진행돼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아내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신한금융지주만 인터넷전문은행과 아무런 접점이 없이 한 발 떨어진 모양새가 된다는 점은 꺼림칙한 부분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번 토스뱅크 컨소시엄에서 발을 뺀다고 해서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음 기회를 노리며 지속적으로 핀테크 스타트업들과 함께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