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증권거래세 폐지를 추진하면서 키움증권과 대형 증권사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와 민주당이 증권거래세 폐지를 놓고 ‘엇박자’를 내고 있어 논의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맨 앞),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두번째 줄), 최운열 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장(맨 뒤)이 2월2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장에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
6일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민주당이 증권거래세율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에 힘을 실으면서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에 강한 증권사들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팔았을 때 상장주식은 매각대금의 0.3%, 비상장주식은 0.5%만큼 부과되는 세금을 말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거래세가 폐지되면 투자자의 매입 여력이 추가로 생기면서 증시 거래량과 유동성이 늘어난다”며 “대만에서 2017년 증권거래세율을 절반으로 낮춘 뒤 증시가 활황을 나타낸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1995년 7월과 1996년 4월 증권거래세율을 낮추자 증시 거래대금이 6개월 동안 이전보다 늘어나기도 했다.
키움증권은 증권거래세가 폐지되면 상당한 수혜를 입을 회사로 꼽힌다. 주식위탁매매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확보한 만큼 주식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관련 수익도 증가한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주식 위탁매매시장 점유율은 약정 기준 15~16%로 선두”라며 “하루 평균 거래대금의 증가에 따른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폭도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들도 증권거래세 폐지의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키움증권 다음으로 주식위탁매매 점유율이 높고 주식 거래와 연관된 자산관리(WM)에도 강하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2018년 7월 주식 위탁매매시장 점유율을 회사별로 살펴보면 키움증권 16.9%, 미래에셋대우 12.4%, NH투자증권 6.5%, 삼성증권 6.1%, 한국투자증권 5.3% 순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거래세가 폐지돼 주식 거래량이 늘어나면 투자와 세무 자문에 관련된 자산가들의 수요도 증가하기 마련”이라며 “주식위탁매매와 자산관리 양쪽을 강화할 여력이 있는 대형 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는 5일 내놓은 증권거래세의 단계적 폐지안을 토대로 최종안을 4월 안에 결정한 뒤 당정협의를 거쳐 빠르게 입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과 기획재정부가 증권거래세의 폐지 여부를 논의할 때 시간이 상당히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재부는 증권거래세를 낮추되 폐지에는 신중한 태도를 지키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증권거래세 세율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일각에서 말하는 폐지 검토는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기재부도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민주당 자본시장특위의 과세체계 개편안을 포함해 주식 양도세와 증권거래세를 전반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에 관련된 연구용역과 태스크포스팀 논의를 거쳐 심도 있게 검토한 사항을 2020년 중반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