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기자 hyunjulee@businesspost.co.kr2019-02-26 15:5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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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이 메리츠화재 외형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지만 재무 건전성 유지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계약이 빠르게 늘어날수록 메리츠화재가 갖춰야 할 자본도 급격하게 증가해 지급여력비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
26일 메리츠화재에 따르면 김 부회장이 취임한 뒤 4년 여 동안 메리츠화재의 지급여력비율(RBC)은 줄곧 손해보험사 평균치보다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여력비율은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을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지급여력비율이 높을수록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능력이 좋다는 것을 뜻한다.
메리츠화재의 지급여력비율은 2018년 12월 말 기준 211.4%로 추산됐다.
김 부회장이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2018년 4월 1천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7월 7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연달아 실시해 자본을 확충했지만 여전히 손해보험사 평균치보다 낮을 것으로 추산된다.
손해보험사의 평균 지급여력비율은 2016년 말 227.9%, 2017년 말 238.6%, 2018년 9월 말 242.8%로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메리츠화재의 지급여력비율은 2015년 말 199.3%, 2016년 말 188%, 2017년 말 189.8%로 3년 연속 200%를 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150%보다는 높지만 손해보험사의 평균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올해 자본 확충과 관련된 구체적 계획은 세워두지 않았다”며 “유상증자, 후순위채발행 등 자본 확충은 연초에 결정하지 않고 상황에 맞게 결정한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의 지급여력비율은 가파른 성장세와 관련이 있다.
신계약이 늘어날수록 메리츠화재가 쌓아둬야 할 요구자본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신계약이 늘어나는 속도에 맞춰 가용자본을 늘리지 않으면 지급여력비율은 계속해서 낮아질 수밖에 없다.
김 부회장이 장기 보장성 인보험을 주력으로 실적을 크게 늘린 결과 장기 보장성 인보험의 시장 점유율은 2017년 14.9%에서 2018년 19.1%로 크게 늘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장기 보장성 인보험 상품으로 어린이보험, 건강보험, 치매보험, 치아보험 등을 다양하게 출시했다"며 "주력상품이 따로 있지는 않고 장기 보험 분야에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2018년 메리츠화재의 장기 보장성 인보험 초회보험료는 1226억 원으로 삼성화재(1348억 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삼성화재와 함께 손해보험업계 ‘빅3’로 꼽히던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을 제치고 2017년보다 두 계단 상승했다.
메리츠화재의 장기 원수보험료도 2015년 4조4천억 원 규모에서 2016년 4조 7천억 원, 2017년 5조 원 규모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8년 9월 말 기준 장기 원수보험료는 4조1923억 원으로 2017년 같은 기간(3조7069억 원)과 비교해 13.1% 늘었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공격적 성장을 뒤따르는 손해액 증가속도와 위험 부담 증가속도 등을 감안하면 메리츠화재의 자본여력은 낮은 편”이라고 봤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앞으로 장기 보험성 인보험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신계약을 따내면서도 재무 건전성을 위해 지급여력비율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