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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12월10일 서울시청 신청사 브리핑룸에서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를 통합하는 내용 등을 담은 지하철 통합혁신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년 말까지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통합을 끝내려고 한다.
서울메트로는 지하철 1~4호선, 도시철도공사는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다. 지난달 28일 2단계 연장구간을 개통한 9호선은 민자로 운영되고 있다.
박 시장은 두 공사를 통합하면 지하철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또 안전관리와 서비스질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 시장은 지하철공사가 통합돼도 인위적 인력감축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노조 참여형 경영방안도 내놓았다.
박 시장은 시민의 발인 지하철 운영적자를 줄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안전과 서비스 향상까지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
‘박원순표’ 공기업 혁신모델은 성공할 수 있을까?
◆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 공사 통합 왜 하나
서울시는 오는 6월 말 지하철 요금을 250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가 대중요금 조정에 나선 것은 2012년 2월 버스와 지하철 기본요금을 각각 150원씩 인상한 이후 약 3년2개월 만이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대중교통요금 인상을 가능한 억제해 왔다. 그런데도 요금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은 지하철공사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4245억 원의 운영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년 전보다 14.2% 늘어난 것이다.
서울시는 또 1~4호선 전차선로, 변전설비, 송배전설비 등 노후시설물 교체에 7707억 원이 들어가는 것을 비롯해 혼잡역사 개선과 통합관제시스템 구축까지 감안하면 2018년까지 모두 1조9075억 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무임승차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점도 지하철 운영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무임승차 인원은 2억4900만 명으로 전체 이용객의 13.7%에 이른다. 손실비용이 당기순손실 4245억 원의 67.8%인 2880억여 원이나 된다.
한마디로 빚도 많고 쓸 돈도 많은데 벌어들일 돈은 갈수록 줄고 있다. 그렇다고 시 재정지원을 마냥 퍼부을 수도, 요금을 무작정 올릴 수도 없는 일이다.
박 시장이 양대 지하철공사 통합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까닭이다.
◆ 2016년 말 통합, 자산 12조 공기업으로 변신
박 시장은 지난해 12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를 2016년까지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박 시장은 “그동안 부실 방만 등 부정적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지하철 운영기관이 시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인력 빼고 모든 것을 다 바꾸는 과감한 쇄신을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두 공사가 통합하면 새는 지출을 줄이고 그 돈을 안전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쓸 수 있다고 본다.
서울시는 “통합하면 전동차, 선로정비 중기계 등 대형 장비 공동구매로 비용절감 규모가 늘어나고 열차운영과 관제 시스템이 일원화해 안전성도 높아진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또 두 공사가 보유한 선진기술을 접목하면 경쟁력이 강화돼 지하철 관련 기술의 해외진출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시는 통합혁신추진단을 꾸려 지난달부터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오는 6월 구체적 실행계획을 마련하고 2016년 상반기 조직개편과 인사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서울지하철이 통합되면 지하철 운영규모는 총연장 300.1㎞, 하루 수송인원은 680만 명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자산은 12조8640억 원으로 정부 공기업 304개와 비교할 때 16위에 해당한다.
지금처럼 두 공사가 각자 살림을 차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게 된 것은 김영삼 정권 시절인 1994년 지하철 5호선이 개통하면서부터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경쟁을 통한 서비스 향상을 명분으로 서울메트로와 별도 조직으로 출범했다.
또 서울메트로가 운행하는 서울지하철 1~4호선이 파업으로 운행이 중단돼도 나머지 반쪽(5~8호선) 지하철의 운행을 유지해 시민들의 발이 묶이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명분도 있었다.
그 이면에 정치적 이유도 있었다. 서울메트로 지하철노조가 비대해지는 것을 막아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파업을 막으려 한 것이다.
하지만 지하철공사가 분리운영된지 20여 년이 흐르면서 인력과 업무 중복, 물품 개별구매 등으로 운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교통정책과에 따르면 1개역 당 관리인원은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각각 15명, 11명으로 민자로 운영하는 서울지하철 9호선의 7명에 비해 월등히 많다.
1㎞당 운영인력 역시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가 각각 65명과 42명으로 서울지하철9호선(26명)에 비해 훨씬 많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1개 역당 관리인원은 15명이지만, 민간이 운영하는 서울지하철 9호선은 7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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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 9호선 종합운동장역 대합실에서 열린 지하철 9호선 2단계 연장구간 개통식을 마치고 급행열차에 탑승해 신논현역까지 시승하고 있다.<뉴시스> |
◆ ‘박원순표’ 공기업 혁신모델 무엇이 다를까
서울지하철 통합은 역대 서울시장들에게 ‘뜨거운 감자’였다. 흔히 공기업을 통합하면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노조원들의 반발이 불 보듯 훤하다. 또 통합효과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박 시장은 서울지하철 통합에 나서면서 인위적 인력감축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공기업 혁신에 인위적 인력감축이나 구조조정 같은 기존 통합방식에서 벗어나 서울시와 두 공사, 노조 등 구성원의 긴밀한 협의를 바탕으로 운영, 조직, 업무 모든 측면에서 과감한 쇄신을 단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력 구조조정 없이 부채를 감축하고 운영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 없이 통합을 추진할 경우 가뜩이나 강성인 지하철 노조가 더욱 비대해져 파업권만 키우게 되고 결과적으로 지하철이 마비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 시장이 내놓은 ‘참여형 노사관계 정립’은 상당히 혁신적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노조가 추천한 사람을 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 파견하는 ‘노동이사제’, 경영관련 사안을 노조와 협의해 결정하는‘경영협의회’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노조몫의 이사가 신규로 생기면 경영진은 주요정책을 결정할 때 노조와 협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경영권 침해 우려도 벌써부터 나온다.
박 시장은 두 공사가 합치면 직원 수 1만5600명의 거대조직이 탄생해 강력한 교섭력의 ‘공룡노조’로 변신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 “열린 투명경영과 노조의 경영참여 보장으로 신뢰가 쌓이면 파업 가능성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부채감축을 위한 구체적 밑그림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해 맥킨지에 산하 공기업 컨설팅을 의뢰했다. 맥킨지는 양대 지하철공사 통합을 통해 4년 동안 1411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시는 통합지하철공사가 출범할 경우 시는 매년 5천억 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지하철 적자를 상당 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박원순의 대권행보와 수서발 KTX 에도 영향 미칠까
박 시장이 추진하는 지하철공사 통합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공기업의 부실방만경영을 개선하는 하나의 혁신모델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장기적으로 수도권 광역교통체계를 통합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런 구상이 실현되면 2017년 대선의 유력후보로 꼽히는 박 시장의 대선가도에도 상당한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또 서울지하철 통합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수서발 KTX 논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6월 수서발 KTX의 분할을 뼈대로 하는 철도 민영화 정책을 발표한 뒤 그해 연말에 수서발 KTX 운영법인을 설립했다. 수서발 KTX는 2016년 말 개통을 앞두고 있다.
당시 국토부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분할운영체계를 모범사례로 들어 경쟁효과가 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지하철이 통합되면 수서발 KTX 분할의 중요한 근거도 사라지게 된다.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월 서울시의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통합계획을 들어 수서발 KTX분할을 반대했다.
이 의원은 “20년 동안 분리운영해보니 인력과 업무가 중복되는 등 비효율성이 드러났다”며 “홍콩은 2007년 MTR(지하철)과 KCR(철도이용구간)를 통합해 매출은 늘고 비용은 줄었으며, 상가임대 등 비운수사업의 수익도 크게 키워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운임이 인하됐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