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구조조정 움직임을 내보이면서 스스로 ‘생산공장 철수설’이라는 의심을 낳고 있다.
19일 한국GM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조만간 부평2공장 생산물량 감축 여부를 두고 노사가 협의를 진행한다.
▲ 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
한국GM은 지난해 부평2공장의 생산력이 급감한 만큼 시간당 생산대수를 24대에서 19대로 줄이자는 제안을 노조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데 따라 생산량을 조절해 수익성을 방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GM 관계자는 “효율성을 따져야 하는 회사로서 생산량 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다만 생산량 조정은 일시적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부평2공장의 최대 생산량은 연간 12만5천 대인데 2018년 총 생산량은 4만5천여 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공장 가동률이 36%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한국GM은 생산량 감축을 경영 정상화 작업으로 바라본다고 해도 노조로서는 한국GM의 모든 효율화 작업이 구조조정 과정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한국GM이 효율화 작업에는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근본적 대안 마련에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량 감축과 함께 한국GM은 물류센터 통폐합도 추진하고 있다.
물류센터는 부품회사로부터 교체용(A/S) 부품을 받아 대리점이나 정비업체에 공급하는 곳인데 이를 줄인다는 건 한국GM이 자동차 생산 감축으로 이미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교체용 부품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만큼 미리 물류센터 통폐합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한국GM은 인천과 세종, 창원, 제주 등 4곳에 물류센터를 두고 있는데 이 가운데 인천물류센터와 세종물류센터를 통합할 것으로 알려졌다.
GM 본사가 한국GM에 배정한 신차 2종이 GM에서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 전기자동차 등 미래차가 아니라는 점도 노조가 철수설을 놓고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다.
GM은 지난해 KDB산업은행으로부터 7억5천만 달러 지원을 받은 뒤 2021년과 2022년 생산을 목표로 준중형급 SUV와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 등 신차 2종을 배정했다.
한국GM은 부평2공장 생산물량을 줄이는 대신 올해 말부터 부평1공장에서 생산되던 트랙스 물량을 부평2공장으로 옮긴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트랙스는 지난해 모두 23만9800대가 수출돼 3년 연속으로 수출 1위 차량에 오른 만큼 물량을 확보한다면야 당장 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지만 근본적 대안은 아니라는 점에서 GM의 철수설을 씻어내기 어렵다.
지난해 5월 군산 공장 폐쇄를 겪은 만큼 노조로서는 한국GM의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
부평, 창원 등 공장 3곳이 GM본사의 구조조정 후보 물망에 오른 점도 노조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메리 바라 GM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북미 지역 내 공장 5곳과 해외 공장 2곳을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대대적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해외 2곳 공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국GM은 지속적으로 철수설을 부인해 왔다.
지난해 10월 연구개발 법인분리 문제로 노조의 반발이 거세졌을 때는 카허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과 바라 회장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카허 카젬 사장은 국정감사에서 철수 계획이 없음을 분명하게 밝혔고 뒤이어 바라 회장도 임한택 한국GM 노조 지부장에게 서신을 보내 간접적으로 철수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다만 한국GM이 부평2공장 생산 감축에 이어 물류센터 통폐합 추진계획을 내놓으면서 노조로서는 두 사람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류센터 통폐합 추진 여부를 두고 한국GM 관계자는 "노사가 협의를 시작하기 전 단계"라고 말했다. 한국GM 노조본부는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