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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와 이부진의 '신의 한수', 사업 위해 명분 따지지 않아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4-13 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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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규와 이부진의 '신의 한수', 사업 위해 명분 따지지 않아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지난달 13일 서울 삼성전자 장충사옥에서 열린 '호텔신라 주주총회'에 깁스한 채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지난달 호텔신라 주주총회에 왼쪽 다리에 깁스를 한 채 나타나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이 사장의 깁스에 쓰인 ‘엄마 사랑해 쪽~’이라는 빨간색 글귀까지 화제에 올랐다.

이 사장은 절뚝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의장 자격으로 주총을 이끌며 “지금까지 성실히 준비해 온 시스템과 역량을 바탕으로 올해 지속적 혁신을 통한 성장과 도약의 한해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깜짝카드’를 내놓았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사장과 손잡고 시내면세점 입찰경쟁에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 두 회사 약점 보완한 '신의 한수’

호텔신라 주가가 13일 큰폭으로 올랐다. 호텔신라의 이날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4.60%(1만4400원) 오른 11만3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호텔신라와 시내면세점 동맹을 맺은 현대산업개발 주가도 장중 한때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은 뒤 7.93%가 오른 6만4천 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현대산업개발 주가는 이날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은 HDC와 신라면세점을 통해 각각 50%씩 지분을 투자해 용산 아이파크몰에 국내 최대 면세점을 만들겠다고 12일 발표했다. 약 4천 평 규모로 아이파크몰의 4개 층에 시내면세점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합작카드가 각각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신의 한 수'라고 평가한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신라아이파크면세점(HDC)은 면세점 신규 특허 1순위로 판단된다”며 “연간 매출액이 5천억~1조 원(영업이익률 10%대)은 가능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성 연구원은 “지난해 8월부터 호텔신라의 주가를 억누르던 신규 경쟁자 진입 리스크가 합작법인 설립을 계기로 오히려 기회요인으로 바뀌었다”며 “이제부터 주가상승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김민정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파크몰은 강남북 모두 근접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교통요지 용산에 위치했다”며 “쇼핑시설 외에 영화관 등 문화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갖춘 복합몰로 중국인 관광객의 여행동선으로 매력적이며 대중교통 연결이 수월해 패키지뿐 아니라 자유여행객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도 “HDC호텔신라가 라이선스를 획득할 경우 지배주주 관점에서 호텔신라의 영업이익이 22%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 이부진, 면세사업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

지난해 국내 면세점시장 규모는 7조5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10.3% 증가했다. 세계1위 규모로 급성장한 것이다.

올해는 8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시내면세점 규모는 전체 시장의 60%가 넘는 4조9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부진 사장은 면세점사업에서 최근 경쟁회사의 맹추격으로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었다. 신라면세점은 롯데면세점과 함께 면세점업계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해 왔다. 호텔신라는 면세점 사업비중이 80% 이상으로 호텔사업보다 압도적이다.

그러나 최근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경쟁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통큰 투자에 밀렸다. 이에 따라 이 사장은 글로벌 면세사업을 확대해 면세사업의 성장성을 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였다.

국내에서 면세점사업은 전형적인 면허사업이다. 목 좋은 곳에 매장을 낼 수 있는 허가권을 따내는 것이 성패의 관건이다.

호텔신라는 다른 유통기업에 비해 면세사업을 확대하기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호텔신라는 기존 시내면세점을 확장하는 방안도 추진해 서울시에 계획안을 제출했으나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사장 입장에서 현대산업개발과 합작카드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일 수밖에 없다.

두 회사의 합작은 현대산업개발이 먼저 제안해 추진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진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진 뒤 정몽규 회장과 이부진 사장이 만났다.

그뒤 최종결정까지 채 1주일도 걸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쪽이 그만큼 절박했고 이해관계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는 얘기다.

  정몽규와 이부진의 '신의 한수', 사업 위해 명분 따지지 않아  
▲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 실리 앞에 적도 동지도 없다


현대산업개발은 서울의 노른자위 땅인 용산에 아이파크몰을 운영해 왔으나 면세점 운영경험을 갖고 있지 않다. 또 아이파크몰의 영업 역시 상당히 부진하다.

유통업계에서 최근 실질적으로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것은 면세사업이 유일하다. 백화점이나 마트사업은 불황으로 영업이익이 갈수록 줄어 역성장하고 있다.

이번 합작사업 추진은 현대가와 삼성가가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재계에서도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실리' 앞에서 명분을 따지지 않는 이부진 사장의 경영스타일을 제대로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정몽규 회장도 파격적이긴 마찬가지다. 정 회장은 면세사업 진출을 노리고 있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을 파트너로 선택하지 않았다. 정지선 회장은 정몽규 회장의 조카뻘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사촌누이인 이부진 사장의 공격경영에 당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정 부회장도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면세점사업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오는 6월 1일 시내면세점 사업권 입찰을 시작한다. 최종사업자는 7~8월경 선정된다. 서울시내에 신규 면세점 3곳이 추가로 허용되며 이 중 2곳이 대기업, 1곳은 중소기업에 돌아간다.

유통 대기업 가운데 현재 롯데백화점, 호텔신라,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 SK네트웍스, 신세계, 한화갤러리아 등이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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