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이 신설된 연구개발법인에 단체협약을 승계해달라는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까?
한국GM은 올해 초 연구개발법인을 분리해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TCK)를 만들었는데 기존 한국GM 노동자 2천여 명이 신설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이유로 한국GM 노조는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에 단체협약 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12일 특별단체교섭 요구안을 회사에 보냈다. 노조는 요구안에 특별단체교섭을 19일에 진행하고 단체협약 승계를 주요 안건으로 삼자는 내용을 담았다.
노조는 단체협약 승계를 한국GM의 철수설을 불식하고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의 철수 가능성을 놓고 항상 우려하고 있다”며 “단체협약이 승계돼야지만 2곳으로 나눠진 노조의 힘을 모을 수 있고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로 자리로 옮긴 노동자의 고용도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은 신설법인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와 한국GM이 엄연히 다른 회사인 데다 아직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에 노조가 없다는 이유로 단협 승계 논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카젬 사장은 철수설을 둘러싼 노조의 불안을 잠재워야 하지만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그동안 불거져 온 한국GM 철수설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로 단협 승계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카젬 사장이 그동안 노조와 대화에 적극적 모습을 보인 만큼 특별단체교섭을 통해 노조의 불안을 잠재울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에 노조가 설립된 뒤에 단체협약 승계 방안을 논의한다는 약속도 검토 가능한 선택지다.
하지만 한국GM은 노조의 요구를 놓고 말을 아끼고 있다.
한국GM은 이날 노조로부터 특별단체교섭 요구안을 아직 받지 못했다며 신설법인 내 노조가 세워진 이후에야 한국GM 노조와 단협 승계 논의를 진행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원론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국GM 관계자는 “회사도 단일 교섭창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내 노조 설립이 단협 승계 여부 논의보다 우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GM 철수 가능성과 관련한 노조의 인식이 여러 요인에서 비롯된 만큼 카젬 사장이 대화에 나선다고 해서 조합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조는 지난해 10월 한국GM이 신설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구조조정에 적합한 구조로 회사를 재편한다는 의구심을 품어 왔다.
연구개발법인이 분리되면 사실상 한국GM 법인에는 생산 기능만 남게 돼 GM의 글로벌 전략 변화에 따라 최악의 경우 공장 폐쇄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한국GM은 한국GM의 철수 가능성은 없다고 거듭 주장해 왔지만 메리 바라 GM그룹 회장이 지난해 말 북미 지역에서만 공장 5곳의 생산을 중단하는 등 세계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노조의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