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임직원 및 부서장들과 함께 카드업계에 닥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끝장토론’을 열었다. 이 토론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11시간이나 이어졌다. 위성호 사장은 토론 도중 영화 ‘300’을 보여주며 “스파르타의 젊은 왕 레오니다스의 도전정신과 리더의 솔선수범을 현장에서 발휘해 달라”고 주문했다.
|
|
|
▲ 위성호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 |
위 사장은 지난달 28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신한은행 연수원에서 열린 신한카드 ‘전사 경영전략 대토론회’에서 “모든 임직원이 회사의 모든 업무에 있어 기존의 생각과 관행을 원점에서 다시 보고 모두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만이 신한카드가 현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나갈 수 있는 그레이트(Great) 정신”이라며 “기존의 경영전략으로 현 카드업계에 닥친 위기상황을 도저히 돌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위 사장이 영화 ‘300’을 보여준 이유는 그만큼 카드업계의 현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화는 페르시아 대군을 상대로 싸우던 스파르타의 왕과 부하들이 비장하게 최후를 맞는 것으로 끝이 난다.
카드업계의 불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경기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바닥을 친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출금리 인하,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등으로 영업환경마저 악화되고 있다. 올해 초 있었던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사고에 따른 영업정지 여파까지 더해져 카드업계 전체가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한국신용평가가 펴낸 '위기를 기회로, 카드업계 이번에 도약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스페셜리포트는 “수년에 걸친 강도 높은 규제로 수익성 저하가 지속된 데다 체크카드 비중 확대, 대출금리 인하, 가계부채 부담, 금리인상 가능성, 고객정보 유출사태 등 악재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업계의 영업수익은 카드사 전체를 합쳐 18조6천362억 원으로 전년 19조5천441억 원에 비해 4.6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도 2조1천990억 원에서 1조7천376억 원으로 21%나 줄었다.
몇 년째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신한카드는 카드시장 자체가 움츠러들고 있는 최근의 분위기에 더욱 절박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2007년 LG카드 인수 후 시장 점유율 30%에 육박했던 신한카드는 지난해 초 7년여 만에 점유율 20% 대가 무너졌다. 수익성 악화는 물론이고 새로운 시장으로 불리는 체크카드 시장에서도 3위로 떨어졌다. 2013년 상반기 신한카드의 시장 점유율은 19%를 기록했다.
위성호 사장은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 지난해 8월 신한카드의 사장 자리에 올랐다. 위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공격적 경영행보를 보였다. ‘고객이 가장 오래 쓰고 싶어 하는 카드사’를 내걸고 빅데이터 활용 등 다양한 전략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빅데이터 경영은 2200만 명에 달하는 회원의 카드 사용 행태를 분석해 상품개발, 마케팅 등 비즈니스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는 전략을 말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조직 개편에서 카드업계 최초로 '빅데이터 센터'를 신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초 정보유출 사태가 터지면서 빅데이터 수집 등 카드사의 정보 관리에 대한 여론이 차가워졌다. 그러자 위 사장은 사업방향을 수익추구 모델에서 공익추구 모델로 전환했다. 최근 시작한 ‘관광객 행태 분석 서비스’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국내외 관광객의 이용 행태와 문화·여가 관련 소비 행태 등에 대한 빅데이터 자료를 분석해 한국문화정보센터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3월 초부터 카드업계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신뢰회복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위 사장은 당시 “이번 고객신뢰회복 경영 돌입을 계기로 전 임직원이 고객 가치보호를 최우선적으로 삼아줄 것”을 당부하며 “신뢰회복 차원의 일회성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신용카드 시장이 건전한 서민금융의 표준이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신한카드의 대토론회는 지난해 9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취임 후 직접 콜센터과 지점을 방문하는 등 직원과 소통을 위해 노력해온 위 사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