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최태원 SK그룹 회장 |
SK이노베이션이 자원외교 검찰수사의 칼 끝에 서게 됐다.
검찰은 SK그룹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 성공불융자제도를 통해 특혜를 받았는지 수사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를 상대로 불법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자원외교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다.
SK그룹은 이명박 정부 때 이뤄진 4대강 개발, 자원외교, 방위산업 등 이른바 ‘사자방’ 비리에 모두 연루돼 있다. 이에 따라 검찰수사 강도와 범위가 어디까지 미칠지 SK그룹 내부의 위기감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재벌개혁 기류도 심상치 않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에 대한 선처를 바라기는커녕 자칫 사정의 태풍에 SK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 '성공불융자'로 1300억 감면에 로비 의혹까지
감사원은 9일 이명박정부 시절 해외자원개발사업과 관련해 당시 지식경제부 고위공무원과 석유공사 관계자 등 5명의 실무진에 대해 검찰의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000년 브라질의 3개 유전광구를 매입하면서 정부로부터 성공불융자로 약 7700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성공불융자제도는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에 나선 기업에 자금을 빌려준 뒤 해당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일부 융자금을 감면하고 성공하면 원리금과 특별부담금을 징수하는 제도다.
SK이노베이션은 2010년 12월 브라질광구 지분을 덴마크기업에 24억 달러를 받고 전량 매각했다. SK이노베이션은 투자한지 10년 사이 3배가 넘는 수익을 올린 것이다.
감사원은 당시 SK이노베이션이 정부에 돌려줘야 할 융자금을 6억5800만 달러로 파악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당시 1억2800만 달러(현재 환율로 1천398억 원)를 감면받아 나머지만 상환했다.
감사원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당시 지경부와 석유공사 관계자들이 SK이노베이션의 로비를 받고 불법적으로 상환액을 깎아줬다는 첩보를 넘겨받아 감사를 벌인 결과 상환액이 부당하게 감면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검찰에 관련 의혹을 수사의뢰하는 한편 자체 감사도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 브라질광구 투자이익금, 어디에 사용했나
포스코건설 발 자원외교 비리에 대한 검찰수사의 칼끝은 이제 SK그룹을 정면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성공불융자 관련 특혜와 로비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지면서 SK그룹 임직원들에 대한 검찰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관계자는 감사원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광구개발사업은 단계별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감사원 조사에서 투자비용이 제외된 액수가 많다”며 “감면액 산정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
|
|
▲ 최태원 SK그룹 회장 |
이 관계자는 로비의혹과 관련해 "적절한 시기에 광구를 매각해 2조 원이 넘는 돈을 남겼는데 1300억 원 감면받자고 로비를 하겠느냐"며 "회계법인과 석유공사가 다 같이 관여돼 있어 지경부만을 상대로만 로비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SK그룹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충분한 입장자료를 갖고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브라질광구를 매각한 뒤 자금의 용처도 논란이 일고 있다. 성공불융자 제도의 기본 취지는 해외투자에서 얻은 이익을 국내로 돌리는 것은 물론이고 유사한 자원개발 분야에 다시 투자하도록 돼 있다.
SK그룹은 브라질광구에서 얻은 막대한 이익금을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인수자금에 사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이 이 부분까지 들여다볼 경우 SK이노베이션발 수사가 계열사 전체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SK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 "브라질광구 매각자금은 다른 에너지 관련 분야에 투자돼 있다"며 "하이닉스 인수자금 정도의 큰 돈이 오갔다면 계열사간 부당지원 등으로 진작에 수사받았을 것"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검찰수사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의 책임론도 불거질 수 있다. 최 회장은 2011년 당시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다.
◆ SK계열사들, 줄줄이 수사망에 걸려
SK그룹은 여러 계열사들이 검찰수사망에 걸려있다.
SK건설은 4대강사업 담합, 새만금 방조제 담합, 평택 미군기지 조성과 관련한 자금제공 의혹에 직면해 있다.
SKC&C는 방산비리, SK네트웍스는 광업자원공사 일반융자와 연루돼 있다. SK텔레콤은 주식 내부정보 유출 등으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는 중이다.
검찰의 반부패수사가 과거 MB정부 실세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말이 도는데 공교롭게도 SK그룹 계열사 사외이사 가운데 상당수가 MB맨으로 지목된다.
2009년 SK네트웍스 사외이사로 선임된 윤창현 전 금융연구원장은 MB 대선캠프 정책자문단 출신이다.
최근 SK이노베이션 정기주주총회에서 5년 만에 사외이사에서 물러난 이훈규 전 인천지검장도 MB인사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이명박정부 시절 실세들이 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포진해 당시 공기업 주도로 이뤄진 컨소시엄에 SK그룹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SK그룹은 이명박정부에서 특혜를 많이 받은 기업으로 재계에서 꼽히고 있다.
|
|
|
▲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허리우드 실버영화관에서 열린 사회성과인센티브 추진단 출범식에서 이종수 사회성과인센티브 공동단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안충영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이문석 사회성과인센티브 공동단장, 김정열 한국사회적기업 중앙협의회 대표가 사회적기업가들과 사회성과 인센티브의 성공을 다짐하고 있다.<뉴시스> |
◆ 최태원 구명을 위한 SK그룹의 노력
“혼자보단 둘, 둘보다는 여럿일 때 우리는 더 멀리가고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10월 옥중에서 출간한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이란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 회장은 기업이 사회적공헌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책을 냈다고 밝혔다.
SK그룹은 최근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을 부쩍 늘리고 있다.
SK그룹 사회공헌재단인 SK행복나눔재단은 지난달 30일 한국사회투자와 업무협약을 맺고 유망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 등 혁신기업의 성장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SK그룹은 또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허리우드 실버영화관에서 사회성과인센티브 추진단 출범식을 열고 사회적기업의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보상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최 회장이 사재 100억 원을 출연해 만든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는 사회적기업가 5명을 첫 투자 대상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SK그룹이 각종 비리의혹에 연루되면서 이런 노력이 헛수고로 그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오히려 석가탄신일이나 광복절을 앞두고 최 회장의 특별사면을 위한 활동이 아니냐는 비판적 시선도 받고 있다.
최 회장은 2003년 1조5천억 원대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으나 그해 8월15일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되면서 두 달여 만에 사면복권됐다.
◆ 유승민표 재벌개혁, SK그룹에 악영향 줄까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유 원내대표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재벌정책은 재벌도 보통시민들과 똑같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라며 “재벌그룹 총수 일가와 임원들의 횡령, 배임, 뇌물, 탈세, 불법정치자금, 외화도피 등에 대해서 보통사람들, 보통기업인들과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
▲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
그는 “그런 점에서 대통령, 검찰, 법원은 재벌들의 사면, 복권, 가석방을 일반시민들과 다르게 취급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2013년 1월 횡령혐의로 기소돼 그해 2월 징역 4년형이 확정됐으며 2년4개월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가석방이나 특별사면이 없는 이상 앞으로 2017년 1월까지 복역해야 한다.
SK그룹 관계자는 "건강이 수감생활을 못할 정도는 아니나 일련의 상황에 대해 오너 입장에서 많이 불편하고 신경을 쓰느라 풍체도 많이 여윈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재벌개혁에 대한 요구는 최태원 회장의 석방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여러 계열사가 검찰수사망에 걸려있는 SK그룹에 대한 수사강도를 높이게 할 수도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에 특검이 도입된 전례로 보아 정치권까지 나서 재벌개혁 목소리를 높이면 사정강도는 더욱 세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야가 반부패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검찰수사 결과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정치권이 특검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