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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롯데쇼핑, 위기의 신동빈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4-02 18: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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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는 롯데쇼핑, 위기의 신동빈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시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내우외환을 맞고 있다. 롯데그룹의 간판인 롯데쇼핑에 연이은 악재가 터지고 있다. 롯데쇼핑의 국내 실적은 경기 침체로 부진에 빠져들고 있다. 신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해외사업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부채 감축을 위한 자금조달도 난항을 겪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롯데쇼핑의 자회사인 롯데홈쇼핑에서 터진 임직원 비리가 롯데쇼핑까지 뒤흔들고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그룹의 간판이자 실질적인 국내 지주회사 역할을 한다. 또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 계열사이기도 하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호텔롯데가 한국 롯데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이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국내 27개 롯데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한 ‘공룡기업’이다.


이 때문에 롯데쇼핑은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기 위한 핵심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신 회장은 롯데쇼핑 지분 13.46%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다. 신 회장은 그룹 내 최초 공채 출신인 신헌 사장에게 2012년부터 롯데쇼핑의 경영을 맡기며 두터운 신임을 보내고 있다.


매출과 순이익 면에서도 롯데쇼핑은 그룹 내에서 절대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그룹의 전체 매출은 64조8250억 원이었고 순이익은 1조9140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28조2117억 원의 매출과 8806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롯데쇼핑이 전체 그룹 매출의 43.5%와 순이익의 46%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롯데그룹의 돈줄이다.


그런 롯데쇼핑이 위기를 맞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쇼핑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룹 내에서 입지가 좁아지게 된다. 이는 곧 신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져 리더십 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금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묘안을 내놓을 것인가?


◆ 흔들리는 롯데쇼핑, 국내외 실적 부진에 자금조달까지 난항


롯데쇼핑이 처한 위기상황은 지난해 실적에서 쉽게 확인된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28조2117억 원으로 2012년 25조437억 원에 비해 12.6% 늘었다. 영업이익도 1조4853억 원을 기록해 1조4675억 원이었던 2012년보다 1.2%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순이익은 2012년 1조1576억 원에서 지난해 8806억 원으로 떨어졌다. 24%나 급감한 것이다.


특히 롯데쇼핑은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롯데쇼핑의 4분기 매출은 7조3737억 원으로 지난 분기 중 최대 실적을 냈지만 당기순이익은 985억 원에 불과했다. 2012년 동기보다 75%나 줄어든 액수였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거의 전 사업부문의 실적이 좋지 않았다. 롯데쇼핑은 크게 백화점과 할인점, 금융, 전자제품 전문점, 기타부문(편의점과 홈쇼핑, 기업형 슈퍼마켓 등) 등 5개 사업부로 운영된다. 지난해에는 전자제품 전문점과 기타부문을 제외한 모든 사업부가 부진했다.


롯데쇼핑의 주력 사업인 백화점 사업은 지난해 101일간의 정기세일을 진행하며 역대 최장기간 세일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사상 첫 매출 감소라는 악재를 피할 수 없었다. 백화점 사업은 지난해 8조1721억 원의 매출과 698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2012년에 비해 각각 0.9%와 6.4% 줄어든 것이다.


할인점부문도 부진에 빠졌다. 지난해 롯데쇼핑 할인점부문 매출은 8조8365억 원으로 2012년에 비해 1.3%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은 2204억 원이었는데 무려 31%나 줄어든 액수였다. 금융 부문은 매출 신장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1조6940억 원의 매출을 올려 2012년에 비해 1.3% 증가한 액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8.5% 줄어든 2007억 원에 그쳤다.


그나마 기타부문과 전자제품 부문이 선방했다. 롯데쇼핑 기타부문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6%와 21% 늘었다. 특히 전자제품 부문은 큰 성장을 보여 롯데쇼핑에 위안거리를 안겨줬다. 롯데쇼핑의 전자제품 전문점인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3조5190억 원의 매출과 1848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2년에 비해 각각 5.8배와 5.6배씩 늘어난 것이다.


신 회장이 역점을 둔 해외사업은 ‘돈 먹는 하마’가 됐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중국과 동남아지역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롯데쇼핑이 지난해까지 해외에 투자한 비용은 9천억 원에 이른다.


롯데쇼핑은 2007년 러시아 모스크바점을 시작으로 최근 3년 동안 중국 4개점과 인도네시아 1개점 등 총 6개의 백화점을 열었다. 할인점은 중국 107개점과 베트남 6개점, 인도네시아 36개점 등 모두 149개점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해 5월과 9월 중국 선양과 베트남 하노이에 백화점을 추가로 개장할 예정이다. 또 할인점 역시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10개점 이상 개점할 계획이다.


하지만 실적은 형편없다. 덩치는 커졌지만 내실이 없다. 지난해 롯데쇼핑 백화점 해외사업부는 85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해외 할인점 사업부도 830억 원의 손실을 냈다. 백화점과 할인점 모두 매출이 늘었지만 적자를 냈다.


신 회장은 ‘인타이롯데백화점’의 철수 결정으로 체면을 구겼다. 인타이롯데백화점은 롯데쇼핑의 중국 진출 1호 백화점이다. 중국 베이징의 중심가인 왕푸징에 자리 잡은 이 백화점은 2008년 설립 당시 ‘명품백화점’을 내세웠지만 지난 5년간 누적적자만 1300억 원을 냈다. 최근 인타이롯데백화점은 철수 절차를 밟고 있다.

  흔들리는 롯데쇼핑, 위기의 신동빈  
▲ 이번에 철수가 결정된 중국 베이징 인타이롯데백화점 <뉴시스>

롯데 측은 해외 사업 부진에 대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해외 점포의 경우 손익분기점에 이르는 기간을 대략 5년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원인이 다른 데 있다고 지적한다. 롯데쇼핑의 전략이 실패했다고 말한다. 철저한 중국 현지화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오리온과 달리 롯데쇼핑은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실적 개선이 어렵다는 것이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롯데그룹은 일본의 제품과 마케팅 전략을 그대로 중국에 가져갔기 때문에 실패했다”며 “롯데가 성공적으로 아시아권에 진출하려면 한국적 문화 코드를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분석했다.


높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자금 조달도 난항을 겪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2월28일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2’로 한 단계 강등 당했다. 크리스 박 무디스 부대표 겸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높은 차입금 수준과 지속적인 점포 확장, 상당한 규모의 차입금 축소 조치 이행과 관련한 불확실성 때문에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과감하게 해외사업에 투자하면서 롯데쇼핑의 부채비율은 오르는 추세다. 롯데쇼핑의 부채비율은 2009년 85.5%에서 지난해 130.3%까지 증가했다. 4년 동안 44.8%나 높아진 것이다. 부채총액도 2009년 11조1977억 원에서 지난해 22조473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롯데쇼핑은 해외 부동산 매각을 통해 부채를 줄이기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섰다.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락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을 목표로 백화점과 마트 등 18개 해외 매장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이 연 6%대를 넘는 높은 금리를 요구하자 매각이 정체된 상태다. 롯데쇼핑 측은 “좋지 않은 조건에서 매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올해 상반기 안에 자금을 조달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2011년 발행한 1조 원 규모의 해외 전환사채 조기상환청구권 행사일이 오는 7월에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당시 롯데쇼핑은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65만 원의 전환가액을 책정했는데 2일 현재 롯데쇼핑의 주가는 33만원 선에 머물고 있다. 행사일이 되면 투자자들이 대거 조기상환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 신동빈의 공격경영이 드리운 그림자


롯데쇼핑이 위기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표면적인 이유는 유통업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주력사업인 백화점부문의 부진은 신세계백화점에서도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도 롯데백화점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사상 처음 매출액이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4조1530억 원을 기록해 2012년보다 0.6% 줄어들었다.


할인점의 부진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쇼핑의 할인점인 롯데마트는 정부의 유통발전법 개정안에 따라 월 2회 강제휴무제를 시행해야 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롯데쇼핑의 할인점은 109개점이었는데 이중에서 2개점을 제외한 107개점이 강제휴무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이 이유가 전부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동빈 회장의 공격경영을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목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과도한 투자 확대가 오히려 수익성 악화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무디스의 크리스 박 부대표는 지난 26일 열린 한 세미나에서 “롯데쇼핑은 차입금이 많은 상황에서 사업전망이 밝지 않다”며 “계속된 수익성 악화가 신용도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롯데그룹의 멈추지 않는 성장 전략이 재무상황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크리스 박 부대표가 지적한 ‘멈추지 않는 성장전략’이란 신 회장의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뜻한다. 신 회장은 평소 “부동산으로 돈을 벌던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하며 그동안 끊임없이 M&A를 해왔다. 2003년 현대석유화학과 2004년 KP케미칼(현 롯데케미칼)을 인수한데 이어 2008년부터 2009년 사이에는 인도네시아의 대형마트인 Macro와 중국의 타임스 등을 닥치는 대로 인수했다.


2010년에는 1조3000억 원에 GS리테일백화점의 마트부문을 인수했고 1조5500억 원에 말레이시아 석유화학회사인 타이탄을 사들였다. 2012년에는 롯데하이마트를 1조2480억 원에 인수했다. 이런 공격적 M&A 전략이 지난해 기준 22조473억 원이라는 엄청난 부채를 롯데쇼핑에 안긴 셈이다. 마르지 않는 돈줄 같았던 롯데쇼핑이 유통업계 불황으로 조금씩 바닥을 보이면서 위기의 조짐이 찾아오고 있다.


신 회장의 사업 확대 전략은 여전하다.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최근 열린 주총에서 하나같이 해외사업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신헌 롯데쇼핑 사장은 지난 3월21일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해외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지속적으로 신규점을 출점시키겠다”고 말했다. 김용수 롯데제과 사장도 같은날 주총에서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미래 성장기반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수 침체 장기화와 정부 규제 강화로 국내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롯데그룹이 해외로 눈을 계속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신 회장이 해외 사업에서 흑자를 내라는 강한 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수익성이 불투명한 해외 사업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게 일고 있다. 특히 신 회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 사업에 대해서 우려 섞인 시각이 많다.


무디스의 크리스 박 애널리스트는 홍콩 내 중국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롯데쇼핑이 큰 폭의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으면 적자폭을 줄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할인점 시장이 과다 경쟁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내 반 외국기업 정서와 심한 정부규제를 감안한다면 롯데쇼핑이 수익성을 쉽게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 설상가상으로 홈쇼핑 비리까지 터져...신헌 사장 잃을까

  흔들리는 롯데쇼핑, 위기의 신동빈  
▲ 신헌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문 대표이사 사장 <뉴시스>

설상가상으로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들의 비리가 드러났다. 일부 임직원들이 납품업체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을 챙기고 공사대금 과대계상 등을 통해 회사 자금 수억원을 횡령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롯데쇼핑은 ‘비리 백화점’이란 오명과 함께 또 다시 ‘갑을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대기업의 골목상권 논란과 편의점주들의 갑을문제 제기로 끊임없이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받았다.


신 회장은 가까스로 국감출석을 피했지만 그 대가로 할인점과 편의점 사업을 진두지휘하던 소진세 총괄사장을 잃었다. 소 총괄사장은 갑을 논란을 이기지 못하고 롯데슈퍼와 코리아세븐의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신 회장은 이번에도 자신이 아끼는 사람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롯데쇼핑을 맡고 있는 신헌 사장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는 정황을 포착돼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롯데 측은 “아직 검찰조사가 확정된 것이 아니니 드릴 말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번 검찰 수사가 확대됨에 따라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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