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5G 관련 콘텐츠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KT는 5G 킬러콘텐츠로 가상현실(VR)을 점찍고 콘텐츠 개발부터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프랜차이즈사업까지 시작했지만 관련 콘텐츠 부족으로 생태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8일 KT에 따르면 가상현실 테마파크 ‘브라이트’ 건대입구점의 하루 평균 방문 고객은 20~30명 내외다. 동시에 수용 가능한 인원이 30명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크지 않은 숫자다.
인근 PC방 관계자가 "유동 인구가 많아 PC방 하루 평균 이용객이 1천 명 정도"라고 말한 것과 비교하면 브라이트 이용자는 극히 적은 셈이다.
브라이트는 KT와 GS리테일이 함께 운영하는 도심형 가상현실 테마파크다. 가상현실기기와 콘텐츠가 종류별로 마련돼 있어 놀이공원처럼 원하는 기기를 골라 이용할 수 있다.
KT는 브라이트사업을 시작하며 “직영점 및 가맹점 형태로 실감형 미디어 체험공간 사업을 2020년까지 200여 지점으로 확대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아직 3호점을 출시하기에는 무리라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KT 관계자는 “2호점까지 내고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가맹점 수를 늘리는 건 중요하지 않겠다는 판단이 나왔다”며 “가상현실 콘텐츠 개발이나 다른 사업에 집중하는 게 좋겠다고 내부적으로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가상현실 플랫폼 ‘기가라이브TV’를 향한 시장의 반응도 미지근하다.
기가라이브TV는 중국 피코사와 협력해 만든 디스플레이 장비(HMD)와 가상현실 콘텐츠를 묶은 서비스로 지난해 11월 출시됐다. 기가라이브TV 장비를 구입하면 올레tv모바일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가상현실 콘텐츠 수요가 아직 크지 않은 데다 기기 값이 38~43만원 사이라 지갑을 선뜻 여는 소비자가 많지 않다.
가상현실 게임 콘텐츠 확보도 예상보다 속도가 더디다.
대형 게임사부터 중소 인디게임 개발사에 이르기까지 가상현실 게임 콘텐츠를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회사와 꾸준히 협력을 맺어왔지만 기가라이브TV에서 이용할 수 있는 건 '스페셜포스 VR' 하나 뿐이다.
개별사업의 진행 정도를 놓고보면 KT의 가상현실 콘텐츠를 중심에 둔 다양한 실험은 예상과 달리 성과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5G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은 만큼 KT가 펼친 다양한 사업의 경과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5G 생태계 구축을 염두에 둔 몇 가지 실험의 성과로 KT의 5G 경쟁력을 말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KT는 그동안 가상현실을 5G의 핵심 콘텐츠로 낙점하면서 5G가 구축됐을 때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5G 생태계'를 꾸리는 데 힘을 쏟아왔다.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은 2016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에서 “진정한 5G 시대를 위해서는 속도 중심의 기술 경쟁을 넘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산업 생태계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현실 콘텐츠는 5G환경에서 사용자의 체험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KT의 전망에는 변화가 없다. KT 내부적으로 현재까지의 사업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KT 관계자는 “사용자가 5G를 가장 잘 실감할 수 있는 건 결국 콘텐츠”라며 “가상현실 콘텐츠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해 온 점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