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사업구조 개편에 다시 속도가 붙을까?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면서 삼성중공업 등 관련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김명수 삼성물산 EPC경쟁력강화 TF장 사장의 마음이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 김명수 삼성물산 EPC 경쟁력 강화 TF장 사장. |
31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 1위 현대중공업이 2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현재 3위인 삼성중공업과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조선업 3강구도가 양강구도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현대중공업그룹의 원 톱체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중공업은 2018년 한 해 동안 5조3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3분기까지 낸 매출 9조4천억 원은 물론 대우조선해양의 3분기 누적 매출 6조8천억 원에도 크게 뒤지는 수치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2018년 매출을 합하면 20조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중공업과 4배 차이가 난다.
향후 매출의 가늠자인 수주잔량 역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계는 1만7천CGT로 삼성중공업(4700CGT)의 4배 가까운 수준이다.
삼성중공업은 2018년 조업물량 축소로 매출이 33.4%나 줄었고 4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입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초대형 경쟁자가 등장하면 더더욱 경쟁력 강화가 절실해진다.
김명수 사장의 고민이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사장은 미래전략실 출신으로 삼성물산에서 EPC경쟁력강화 TF장을 맡고 있다. 미래전략실이 사라진 지금 사실상 마지막 그룹 과제로서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EPC(설계·구매·시공)사업 재편을 책임지고 있다.
김 사장은 2018년 12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사장에게 더욱 힘이 실리면서 조만간 삼성그룹이 EPC부문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김 사장은 2014년 미래전략실 전략2팀장으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이 무산된 이후에도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지원총괄로 있으면서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전략업무를 총괄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움직임으로 김 사장이 추진했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카드가 다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시 합병의 가장 큰 이유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설계능력을 삼성중공업에 접목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해양플랜트 발주 재개 흐름 속에 삼성중공업이 설계능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수주를 하지 못했지만 현대중공업은 4년 만에 해양플랜트 일감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김 사장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을 추진하기에 2014년보다 상황이 나아졌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삼성중공업은 구조조정을 진행해 몸집을 가볍게 했고 삼성엔지니어링은 풍부한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실적 회복세가 완연하다.
당시에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회사에서 예상한 규모를 넘어서 합병이 무산됐다. 지금은 두 회사 모두 주가가 5년 전보다 크게 하락해 합병비용 부담이 적다.
여기에 삼성중공업의 대주주인 삼성전자와 삼성엔지니어링의 대주주 삼성SDI, 삼성물산 등의 현금이 풍부한 점도 합병을 수월하게 진행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사업구조 재편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진행되면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핵심 지배계열사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들고 있다.
자칫 EPC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다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김 사장이 합병 등 사업구조 개편에 섣불리 손을 대지 않을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