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지주가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에 매각하면서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 상승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28일 “현대중공업지주의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은 향후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둔 상장 전 투자유치(Pre-IPO)”라며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은 미뤄지겠지만 현대중공업지주에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현대중공업지주는 이날 아람코와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최대 1조8천억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아람코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로 세계 석유 공급량의 15%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석유 기업이다.
한 연구원은 “석유 사업의 이해도가 높은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 기업가치를 기존에 가정했던 7조5천억 원보다 높은 9조1천억 원으로 평가한 것”이라며 “이는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의 경쟁사인 에쓰오일을 평가한 수준보다 더 높다”고 분석했다.
에쓰오일의 최대주주인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를 에쓰오일보다 더 높게 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부터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추진해왔다. 상장이 이뤄지면 지분 매각을 통해 신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해당 주식이 시장성 유가증권(상장주식)이 됨에 따라 매각 지분의 할인율이 완화돼 주식 가치 상승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원은 “이번 계약으로 매각한 지분의 할인율 완화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면서도 “상장절차 없이도 현대오일뱅크 시장가치의 재평가를 유도할 수 있어 현대중공업지주에 호재”라고 봤다.
그는 “현대오일뱅크가 상장되면 현대중공업지주 주식의 선호도가 약화될지 모른다는 일부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해소됐다”며 “현대중공업그룹이 마르잔(Marjan) 해양공사 입찰 등 아람코가 추진하는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시너지 요인”이라고 파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