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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한진해운 독립의 꿈을 접다

정동근 기자 aeon@businesspost.co.kr 2013-12-23 17: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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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회장이 대양의 파도를 가르며 키워왔던 독립의 꿈이 물보라처럼 부서져버린 셈이죠. 그나마 대한항공의 공중 지원을 받아 회사의 명맥은 유지할 전망입니다.”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대한 유상 증자 방안을 발표한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곧바로 이에 대한 분석이 쏟아졌다. 세계적 불황으로 생존의 기로에 선 한진해운의 앞날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동안 한진해운을 이끌어왔던 최은영(51) 회장의 거취 문제도 자연스럽게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대한항공, 한진해운 살리기 나서
 
  최은영, 한진해운 독립의 꿈을 접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은 이날 2014년 한진해운 유상증자에 4000억원 한도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최대주주는 최은영 회장에서 대한항공, 즉 조양호(64) 한진그룹 회장 쪽으로 바뀔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대한항공은 지난 10월 경영상 어려움을 겪던 한진해운에 1500억원을 긴급 대출해줬다. 추가 지원 여력은 사실상 없는 상태였다. 경기 불황에 따라 대한항공의 처지가 제 코가 석자인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그러나 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뒤 한진해운에 추가로 1000억원을 더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채권단이 만기 3년 이상 3000억원의 지원을 한진해운에 해줄 경우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채권단도 대한항공의 추가 지원을 한진해운 지원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3000억원의 지원은 이뤄질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지원을 받아 2014년 유상증자에 나서는 한진해운의 최 회장 입장에서는 양날의 검을 쥐고 있는 형상이다. 한마디로 최 회장의 경영권 유지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추가 지원을 받아 회사는 기사회생의 길로 나서지만 대한항공 지분율이 높아져 대주주가 교체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이미 대한항공의 1500억원 지원 이후 한진해운의 사장은 바뀐 상태다. 최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김영민 전 사장에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측근인 석태수 전 한진 대표가 사장을 맡고 있다.
 
한진해운도 이날 대한항공의 지원액을 포함해 모두 2조원에 가까운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한진해운은 주요 사업부문인 전용선 사업부문 유동화, 해외 사옥 및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한 15305억원의 현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채권단에서 지원받을 3000억원을 포함해 금융권에서 4440억원을 차입하고 벌크선 적자사업 철수, 노후 선박 매각 등을 통해 3729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의 기초 체력 키우기 플랜
 
어렵기는 마찬가지인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의 공중 지원에 사용할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을까. 이날 발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주식, 부동산, 항공기를 매각해 35000억원대의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이를 통해 800%인 부채 비율을 400% 아래로 떨어뜨리는 등 재무 상태를 튼튼히 하는 한편 이른바 형제 기업인 한진해운 지원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의 자구 계획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에쓰오일 주식 3000만 주를 처분해 22000억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한진에너지를 통해 에쓰오일 지분의 28.4%(보통주 3198만 주)를 보유 중이다. 대한항공은 에쓰오일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업체 아람코와 3000만 주 일괄 매매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보유 중인 항공기 13대도 매각해 2500억원을 확보한다. 매각 대상 항공기는 보잉 747-400과 보잉 777-200 등 오래되고 연료 소모가 높은 구형 항공기다. 이와 함께 율도 비축유 기지와 교육원 등 부동산을 매각해 1400억원의 현금을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다. 이를 모두 합칠 경우 35000억원 수준의 실탄이 마련되는 셈이다.
 
대한항공은 이같은 자금으로 한진그룹 자체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한편으로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이에 따른 화물 수요의 감소, 고유가에 따른 원가 부담 상승, 고가의 신형 항공기 구매 등으로 재무 구조가 악화된 상태다.
 
201012300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20113500억원, 20122500억원으로 급감한 데 이어 올해는 3분기까지 2300억원대의 적자를 냈다. 이 때문에 2010400% 수준이던 부채비율이 800%까지 높아졌다.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만들어 한편으로 부채 비율을 낮춰 재무 상태를 안정시킨고,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최은영의 한진해운 독립 꿈꾸기부터 물건너까지

  최은영, 한진해운 독립의 꿈을 접다  
▲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한진해운은 당연히 한진그룹 계열사로 존재해왔다. 하지만 그동안 조양호 회장의 동생인 고 조수호 회장과 조수호 회장의 부인인 최 회장이 독립적으로 경영해왔다.


저변에는 계열 분리로 봐야한다는 업계의 인식이 깔려있었다. 이에 따라 계열사 전반을 살피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는 근거없는두통거리를 제공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한진해운의 최대주주는 지주회사인 한진해운홀딩스이다. 최은영 회장이 7.13%, 자녀인 조유경, 조유홍씨가 각각 4.73%의 한진해운홀딩스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또 양현재단(9.9%), 자사주(4.02%) 등 우호 지분을 모두 합칠 경우 30%를 넘는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의 경우 대한한공(16.71%), 한국공항(10.7%), 한진(0.04%) 등을 통해 한진해운홀딩스의 지분 27.45%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은 차이가 크지 않은 지분율을 통해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지키고 있었던 셈이다. 향후 유상증자 과정에서 한진그룹 계열의 지분이 높아지면 경영권 방어는 힘들다.
 
윤주식 한진해운홀딩스 부사장은 이와 관련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의 대주주가 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하지만 최 회장의 퇴진이나 한진해운의 대한항공 자회사화 여부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상균 대한항공 부사장(재무본부장)한진해운의 향후 경영권에 관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고, 검토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표현은 이렇지만 한진해운 경영에는 이미 조양호 회장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0월 한진해운홀딩스가 제공한 한진해운 주식 15.4%를 담보로 1500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이를 기반으로 12월 들어 조양호 회장의 최측근인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이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당연히 이번 자구 계획의 큰 그림도 조양호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은영 회장은 지분 축소와 함께 경영상 입지도 함께 축소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한진해운 지분을 담보로 대한항공의 지원을 받을 때부터 계열 분리는 사실상 물건너간 얘기가 됐다앞으로 이어질 유상 증자로 대주주의 지위마저 대한항공에 넘어간다면 최 회장은 거의 모든 것을 잃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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